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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골방에 틀어박혀 무슨 일을 하는가

나는 골방에 틀어박혀 무슨 일을 하는가  방학 중이다 보니 생각할 여유가 있습니다. 저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집 서재나 학교 연구실, 두 곳 중 한 곳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요즘은 다음 연구 논문을 쓰기 위한 준비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논문 편수나 채우는 연구는 하지 않습니다. 인권 발전에 꼭 필요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좋은 주제를 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여러 논문과 인터넷 자료 등을 읽으면서 제가 도전해야 할 연구 주제를 잡으려 하지만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이 시대에 제가 꼭 해야 할 연구 주제, 그게 도대체 무엇일까요.  논문을 쓴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지독한 정성이 없으면 좋은 논문이 나오지 않습니다. 애석한 것은 그렇게 써도 그것을..

일요단상-10년의 지혜-

일요단상-10년의 지혜- 나이를 먹어가면서 약간의 지혜를 얻는다면, 그것은 '자제'입니다. 옛날 같으면 크게 게의치 않고 말하고 썼지만 요즘은 머릿속에 따지는 게 많습니다. 그게 좋은지 나쁜지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SNS(페이스북) 공간에 들어온 지 어느새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이 공간도 변화가 많았고 제 글쓰기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 공간은 시간이 갈 수록 상업화 되어 가고 있습니다. 페친들의 글보다 광고가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공간에서 글 다운 글을 써보고자 노력했습니다. 지난 10년 간 제가 한 일 중에서 이것을 빼고 저를 설명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 글을 써왔지만 요즘은 진짜 한계상황에 온 것 같습니다. 어떤 글도 크게 세상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

오후 단상-나의 독락당에서-

오후 단상-나의 독락당에서- 이제 성적 처리도 다했으니 방학이 시작되었다. 캠퍼스 여기저기에서 왁자지껄하던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교수들도 어딜 갔는지 연구실 방문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만이 적막강산 절간에 버려진 느낌이다. 나는 이 고요함이 좋다. 누구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이 공간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며 자판을 두드리는 내 모습이 좋다. 이 순간만큼은 돈도 싫고 권력도 싫다. 나의 이 절대적 자유를 그 무엇이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 나는 5-6평의 이 공간에서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군주다. 오늘 점심 시간은 멀리 산책을 했다. 뙤약볕을 맞으며 한 시간 이상 걸어 얼마 전 알아 놓은 맛집 하나를 찾아갔다. 장안평에 있는 조그만 노포 국숫집이다. 고기국수로 유명한 이 국숫집은 그 흔한 인터넷 ..

헌법 제84조 논쟁

헌법 제84조 논쟁-대통령 당선 전 형사 기소를 당하면 당선이 되더라도 유죄판결을 받아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는가- 잠잠해진 듯하지만 불원간 헌법 제84조 논쟁이 불붙을 것 같다. 특정인이 대권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당신은 이미 기소가 되어 재판 중이니 대통령이 된 다음이라도 재판을 피할 수 없고 만일 유죄로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헌법 제84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저 규정이 정한 특권은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형사상 특권을 정한 것이므로 언뜻 문언만 보면 재직 전에 기소된 사건에 대해선 특권을 인정하기 어려울 것도 같다. 그러나 저 규..

일요단상-이 시대를 사는 법-

일요단상-이 시대를 사는 법- 우리는 잠시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정한 시대에 산다. 독한 마음을 갖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사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이 시대에 살기 위해서는 나만의 정체성을 갖고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매일 같이 외쳐야 한다. 나는 다르다, 나는 누구와도 다르다! 그것 없이는 타인의 종이 되거나 AI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수의 뛰어난 능력, AI의 기계적 능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 우리 삶이 그것들을 이기기 위한 것이라면 게임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난 것이다. 피땀 흘려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무능함에 실망하고 결국 지쳐 포기하게 될 것이다. 가여운 삶이다. 나는 그런..

'자유란 무엇인가' 종강사(2024년 1학기)

오늘(2024. 6. 12) 교양강좌 '자유란 무엇인가' 종강을 했다. 119명의 수강생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번 학기 '자유란 무엇인가'는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수의 학생들이 들어온 교양강좌였다. 부담이 많은 강의였지만 그런대로 열심히 한 덕인지 한 학기 내내 강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받았다. 오늘은  한 학기를 마감하면서 이 강의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발표수업으로 진행 했다. 학생들은  러셀의 열정, 적극적 자유, 르네상스인, 권리를 위한 투쟁 등등에 대해 말했다. 며칠 동안 수강생들이 제출한 과제물에서 읽었던 내용이었다. 선생으로서 보람스러웠다. 지식 이상의 그 무엇인가가 이들에게 전달된 모양이다.  강의를 끝내면서 정태춘의 노래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를 듣고 준비한 종강사를 읽었다. 종..

화양연화

화양연화 꽃도 절정의 시기가 있듯이 사람도 그렇다. 긴 인생 살면서 분명 가장 좋았던 시절, 가장 화려했던 시절이라고 할만한 시기가 있었으리라. 이름하여 인생의 화양연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화양연화는 나이 50 무렵이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시절이었다. 건강한 몸은 어떤 일을 해도 지칠 줄 몰랐다. 매년 수 편의 논문을 쓰고 책을 냈다. 강의는 열정적이었고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방학 때면 별도의 교실을 운영했다. 수십 명의 학생들과 함께 청계천 변을 걸었고 지갑을 털어 밥을 사주었다. 대중적인 글쓰기를 시작해 오마이뉴스에 글을 연재했다. 이 시대에 읽어야 할 명저로 세상을 읽고 말했다. 독자의 반응도 뜨거워 16개의 글을 발표하면서 100만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

<오토라는 남자>가 주는 인생 돌아보기

가 주는 인생 돌아보기 톰 행크스가 주인공으로 나온 코미디 영화 (A Man called Otto)를 보았다. 잔잔한 여운이 계속돼 잊기 전에 좀 정리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삶은 무엇인가?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의 장편소설 ‘오베라는 남자’(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번역되어 출간되었음)가 2016년 영화화되어 한국에서도 개봉된 바 있다. 이 영화가 2022년 할리웃의 마크 포스터 감독을 만나 로 리메이크되었다. 아내를 잃은 뒤 인생의 의미를 상실한 중년 남성이 자살을 시도하나 따뜻한 이웃을 만나 삶의 새로운 경지를 발견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제 각각 한마디씩 할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오토는 젊은 시절 외롭게 살다가 아내 소..

영화이야기 2024.05.30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가 하늘 나라로 가신지 5년이 넘었다. 아버지는 2019년 5월 신록이 녹음으로 바뀔 무렵 가족 곁을 떠나 어머니 곁으로 가셨다. 이 글은 불효자가 영전에 바치는 일종의 사부곡(?)이다. 아버지는 89세로 세상과 작별했다. 비록 작고 2년 전에 발생한 암으로 고생을 하다가 가셨으나, 한국 남성 평균수명을 생각하면, 장수하신 것이라 생각한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시 국군 장교로 참전한 국가유공자로, 시골 면장을 하다가 70년 대 초 식솔을 거느리고 상경하셨다. 사고무친한 서울에서 이런저런 일을 했지만, 제대로 벌이를 하지 못해 늘 생활고에 시달리셨다. 그런 이유로 슬하에 5남매를 두고서도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못해 평생 가슴에 한을 남기셨다. 그 속에서도 나는 운 좋게 교육을 받았다. 다른 형제의 복을..

김치찌개 행사가 다음엔 사우나 행사가 될 수도

김치찌개 행사가 다음엔 사우나 행사가 될 수도 이번 대통령 주최 출입기자단 초청 김치찌개 파티는 우리나라 언론 수준을 세계만방에 보여준 일대 사건이다. 대통령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기자들이 대통령이 직접 요리해 나누어 주는 고기와 계란말이에 감읍하면서 줄 서 있는 장면을 보자니 우리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이란 먹는 것에 약하다. 같이 먹으면서 밥 사는 사람에게 매정하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껄끄러운 관계의 사람을 만났을 때도 ‘조만간 밥이나 한번 먹읍시다’라고 한다. 밥 한 번 찐하게 먹으면 관계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밥만 먹겠나, 술도 먹지, Y당도 하지, 호형호제하지. 그렇게 되면 상대를 비판할 순 없는 거다. 만일 그런 관계에서도 비판을 한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