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142

권영준 대법관 후보가 국회 동의를 받을 경우의 후과에 대하여

(먼저 이번 물난리로 영문 없이 세상을 등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많은 수재민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이 글이 권대법관 후보 관련 글로서는 마지막이 될 것이다. 방금 전 권대법관 후보에 대한 청문 특위의 심사보고서가 여야 합의로 채택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 이어 있을 본회의에서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동의안은 통과되리라 전망된다. 이미 말했지만 권후보가 국회 동의 절차를 통과해 대법관에 임명되는 경우의 후과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해 말한다. 1. 대학 교수들, 특히 로스쿨 교수들에게 매우 신나는 소식이 될 것이다. 앞으로 로스쿨 교수들이 로펌 등의 의뢰를 받아 의견서를 써주고 고액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아마도 이 같은 방법은 로스쿨 외에도 다른 전공에서도 가능하리라 ..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의 법령 위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어야 한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의 법령 위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어야 한다 오늘(7. 13.) 국회에서 대법관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가 논의된다고 한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리라 전망되는데, 나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내 의견을 개진하지 않을 수 없다. 1. 나는 청문보고서 의결 과정에서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재직 중에 5년간 로펌으로부터 63건의 의견서를 써주고 18억원을 받은 문제에 대해서 그 법적 평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권후보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모든 로스쿨과 법과대학에 종사하는 법학교수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 대학 교수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만일 이 문제가 국회에서 유야무야 지나간다면 대학에 주는 사인은..

저도 앞으로 돈 좀 벌어야겠습니다

저도 앞으로 돈 좀 벌어야겠습니다 오늘 대법관 후보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데 권후보자는 로펌 의뢰 의견서 작성으로 18억원을 번 것에 대해 법상 금지되어 있는 영리업무는 아니라고 답변했습니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비록 과외로 많은 돈을 벌긴 했지만 특별히 문제될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몇 번에 걸쳐 의견을 개진한 바가 있습니다. 현행법상 교수는 영리업무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로스쿨 교수가 자신의 연봉 이상의 돈을 받으며 연 10회 이상 의견서 작성을 했다면 당연히 영리업무라고 했습니다(도대체 그게 영리행위가 아니라면 무엇입니까. 사전을 찾아보십시오. ‘영리행위’란 ‘돈을 버는 행위’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이유로 전국의 로스쿨 교수들이 변호사 자격이 있음에도..

교수가 로펌 의뢰의 의견서 작성할 때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교수가 로펌 의뢰의 의견서 작성할 때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번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권 모 교수의 의견서 작성 건을 통해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논의와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로펌이 의뢰에서 돈을 받고 의견서를 써준 것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야겠다. 그들은 이렇게 반론한다. ⓵학자가 학술적인 입장을 법원에 의견서로 내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⓶학자가 학자적 양심에서 자신의 학술적 입장에 부합한 법률문제에 의견서를 작성해 법원에 내는 것은 선진국에서 하는 일이다. ⓷학자가 자신의 소신과 달리 로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견서를 작성하지 않는 한 문제는 없다. 물론 학자가 특정 사건에서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흔한 일이..

특정 로펌의 요청에 따른 교수의 의견서 작성의 문제점

특정 로펌을 위해 로스쿨 교수가 큰 돈을 받고 의견서 작성을 하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는가 로스쿨 교수가 특정 로펌에 의견서를 써주고 거액의 돈을 받는 행위는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중대한 문제다. 우선 이런 일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은 대체로 이런 것이다. ⓵로펌에서 특정 사건을 처리하는 데 사건의 승패를 좌우하는 법률문제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문제에 대해 특별한 선례가 없다. ②로펌은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해서 권위 있는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 분야 전문가인 어느 교수를 찾아냈다. ⓷로펌은 그 교수에게 법적 문제에 대해 로펌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의견서 작성을 의뢰한다. ⓸ 그 교수는 돈을 받고 로펌이 원하는 의견서를 써주고, 로펌은 그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 논란에 대하여

방송법 시행령 개정 논란에 대하여 -윤대통령께 묻습니다. 뭐가 그리 급해 이리 무리한 일을 하십니까- 오늘(2023. 7. 5) 방송위는 KBS의 주요 재원인 수신료를 한전이 전기요금에 붙여 고지 징수하는 방식을 금지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시행령은 곧 이어 있을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바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개정안 의결과 관련해 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확한 내용과 그 의미 그리고 문제점이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내가 관련 법령을 검토해 정리를 해보았다. 1. 관련 법령 및 개정의 효과 KBS 곧 한국방송공사는 국가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공영방송국이다. 영리가 목적이 아닌 공정하고 건전한 공영방송을 운영하기 위해선 재원이 공적으로 지원되어야 하는데 현재 KBS의 주요 재원..

민주당의 길

난세다. 어지러운 세상이라고 남 탓만 할 수 없어, 벽에다 낙서라도 하는 심정으로 길바닥에 침이라도 뱉는 심정으로, 몇 글자 쓴다. 나는 정권이 바뀌고 난 뒤 이 나라의 정치가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거라 예측했다. 대통령 당선은 불과 0.7% 표 차이의 결과였고 국회는 압도적으로 여소야대니 대통령이나 여당이 야당을 존중하지 않고는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권이 식물정권을 원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타협정치를 할 것이고 어쩜 이것은 기성 정치를 혐오하는 윤대통령이 오히려 더 잘할지도 모를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허망한 것이었다. 지난 1년 이 정권은 야당을 존중하지 않았다. 정치적 쟁점에서 타협을 시도하려는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돈 낭비, ..

민주당 혁신위, 변죽만 울리지 말고 혁신의 본질에 다가가라

오랫동안 정치 문제에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 독립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개인의 정치적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었다. 임기를 끝내고 자유인이 되었음에도 신중함은 계속되고 있다. 오늘 그 신중함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민주당에 고언을 한다. 이 나라의 정치 발전을 위해선 무엇보다 민주당이 바로 서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바람은 무엇일까? 민주당 혁신위가 1호 혁신안으로 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발표했다. 나는 그 보도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 것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그렇게 하면 민주당 지지자들과 양쪽 어디에도 가담하지 않은 중간지대 40% 국민들이 감동을 받아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선택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감동할만한 제안이 아니다. 국회와 국회의원의 입법..

2023년 대한민국 인권정책의 현주소

완전 동면상태에 들어간 인권정책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매우 우울하다. 우울한 것을 넘어 병으로 도지기 일보 직전이다. 오늘은 내 전공인 인권분야에 대해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에서 한 줄 언급이 없으니 나라도 알려야겠다. 나는 지난 30년 간 대한민국의 인권증진을 위해 미력이지만 할 일을 해온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은 제도적으로 보다 완비된 인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두 번(2005-2006 인권위 인권정책국장, 2020-2023 인권위 상임위원)에 걸쳐 인권위에서 일하는 동안 중점을 두었던 것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정부에 권고하는 일이었다. NAP는 5년마다 정부가 수립하는 인권 종합계획으로 대한민국 중장기 인권청사진을 말한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

내 강의... 백천간두에 선 우리 외교

이번 학기 학부 강의(자유란 무엇인가)를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내 강의에 중국 학생들이 대거 들어왔다. 정확히 세어 보진 않았지만 20여 명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 학부 강의 때 중국 학생들이 한두 명 있었던 것은 기억하지만 이번처럼 많은 적이 없다. 나로선 이렇게 많은 중국 학생들이 들어왔으니 이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유익한 강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강의실에 갈 때마다 오늘은 이들을 위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강의를 하면서 말을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교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실수를 한다. 인권문제에서 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큰 비판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중국 관련 주제가 나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우리끼리만 있으면 편하게 말할 내용도 중국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