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저도 앞으로 돈 좀 벌어야겠습니다

박찬운 교수 2023. 7. 12. 04:52

저도 앞으로 돈 좀 벌어야겠습니다

 
오늘 대법관 후보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데 권후보자는 로펌 의뢰 의견서 작성으로 18억원을 번 것에 대해 법상 금지되어 있는 영리업무는 아니라고 답변했습니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비록 과외로 많은 돈을 벌긴 했지만 특별히 문제될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몇 번에 걸쳐 의견을 개진한 바가 있습니다. 현행법상 교수는 영리업무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로스쿨 교수가 자신의 연봉 이상의 돈을 받으며 연 10회 이상 의견서 작성을 했다면 당연히 영리업무라고 했습니다(도대체 그게 영리행위가 아니라면 무엇입니까. 사전을 찾아보십시오. 영리행위’란 ‘돈을 버는 행위’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이런 이유로 전국의 로스쿨 교수들이 변호사 자격이 있음에도 교수 일 외에는 변호사들이 하는 법률업무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교육부는 로스쿨 인가의 조건으로 변호사 자격이 있는 교수들의 휴업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 또한 지난 15년간 교수 일 외에는 다른 돈벌이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저는 이런 제도가 꼭 좋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로스쿨 실무교육이 이런 제한 때문에 수준을 높이기 어렵습니다.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 법률하에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오늘 권후보자가 그동안 해 온 일에 대해 사실상 면책을 받는다면 저도 비판 대신 환영의 대열에 오르겠습니다. 이제 로스쿨 교수들에게 새로운 길이 보이는데 왜 비판만 하겠습니까. 저 같은 사람은 변호사 개업을 할 필요도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물론 변호사 자격 없는 교수들도 전문성만 있다면 의견서를 작성해 돈을 벌 수 있으니 더 신이 날 겁니다. 학교로서도 좋지요. 요즘 대학교수들이 월급이 적다고 불평불만이 대단합니다. 십 수년간 등록금이 동결되는 바람에 월급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교수들이 다른 방법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면 월급 올려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을테니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저도 이제부터 의견서 작성을 해서 돈 좀 벌어야겠습니다. 저도 특별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니 우선 이렇게 광고부터 하겠습니다.

전문영역: 기본권(인권) 침해를 다투는 분야, 국제법 특히 국제인권법적 시각으로 인권 문제를 다투는 소송사건(대법원) 또는 헌법재판사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건
수수료: 3-5천만원(공익적 성격이 강하고 당사자가 자력이 없는 경우 1년에 한 건 정도 무료 봉사!)
유의 사항: 의견서는 연 10건 이내만 작성할 예정이므로 많은 의뢰가 있을 경우 수수료를 고려해 선별적으로 수임

어떻습니까? 저의 이런 야무진 계획에 이의 있으십니까?

권후보자가 오늘 잘 선방해야 합니다. 부디 이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아 대법관으로 임명되어 전국 로스쿨 교수들로부터 우레 같은 박수를 받길 바랍니다.
(이런 글 쓰면 너무 진지하게 읽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ㅎㅎ)
(2023.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