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147

민주당의 길

난세다. 어지러운 세상이라고 남 탓만 할 수 없어, 벽에다 낙서라도 하는 심정으로 길바닥에 침이라도 뱉는 심정으로, 몇 글자 쓴다. 나는 정권이 바뀌고 난 뒤 이 나라의 정치가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거라 예측했다. 대통령 당선은 불과 0.7% 표 차이의 결과였고 국회는 압도적으로 여소야대니 대통령이나 여당이 야당을 존중하지 않고는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권이 식물정권을 원하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타협정치를 할 것이고 어쩜 이것은 기성 정치를 혐오하는 윤대통령이 오히려 더 잘할지도 모를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허망한 것이었다. 지난 1년 이 정권은 야당을 존중하지 않았다. 정치적 쟁점에서 타협을 시도하려는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돈 낭비, ..

민주당 혁신위, 변죽만 울리지 말고 혁신의 본질에 다가가라

오랫동안 정치 문제에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 독립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개인의 정치적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었다. 임기를 끝내고 자유인이 되었음에도 신중함은 계속되고 있다. 오늘 그 신중함에서 잠시 떨어져 나와 민주당에 고언을 한다. 이 나라의 정치 발전을 위해선 무엇보다 민주당이 바로 서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바람은 무엇일까? 민주당 혁신위가 1호 혁신안으로 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발표했다. 나는 그 보도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 것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그렇게 하면 민주당 지지자들과 양쪽 어디에도 가담하지 않은 중간지대 40% 국민들이 감동을 받아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선택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감동할만한 제안이 아니다. 국회와 국회의원의 입법..

2023년 대한민국 인권정책의 현주소

완전 동면상태에 들어간 인권정책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매우 우울하다. 우울한 것을 넘어 병으로 도지기 일보 직전이다. 오늘은 내 전공인 인권분야에 대해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에서 한 줄 언급이 없으니 나라도 알려야겠다. 나는 지난 30년 간 대한민국의 인권증진을 위해 미력이지만 할 일을 해온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은 제도적으로 보다 완비된 인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두 번(2005-2006 인권위 인권정책국장, 2020-2023 인권위 상임위원)에 걸쳐 인권위에서 일하는 동안 중점을 두었던 것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정부에 권고하는 일이었다. NAP는 5년마다 정부가 수립하는 인권 종합계획으로 대한민국 중장기 인권청사진을 말한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

내 강의... 백천간두에 선 우리 외교

이번 학기 학부 강의(자유란 무엇인가)를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 내 강의에 중국 학생들이 대거 들어왔다. 정확히 세어 보진 않았지만 20여 명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 학부 강의 때 중국 학생들이 한두 명 있었던 것은 기억하지만 이번처럼 많은 적이 없다. 나로선 이렇게 많은 중국 학생들이 들어왔으니 이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유익한 강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강의실에 갈 때마다 오늘은 이들을 위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강의를 하면서 말을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교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실수를 한다. 인권문제에서 중국은 국제사회로부터 큰 비판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중국 관련 주제가 나오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우리끼리만 있으면 편하게 말할 내용도 중국 학생들..

나라가 어지럽다

나라가 어지럽다. 나는 지난 정부 경찰개혁 과정에 열심히 참여했다. 개혁의 핵심은 검경수사권 조정만이 아니었다. 경찰 공권력 행사의 근본을 바꾸어 인권경찰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개혁위는 많은 것을 제안했고 경찰은 전폭적으로 받아들였다. 하나하나 제도를 바꾸고 현실을 바꾸어냈다. 그 중에는 국민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있었다. 더 이상 차벽은 불가하고 더 이상 백골단은 불가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각종 규정과 관행을 바꾸었다. 그런 이유로 지난 정부 내내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경찰의 과잉대응은 없었다. 나는 몇 달 전까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일했다.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경찰의 인권침해를 막는 역할이었다. 관련 소위원장 임무를 3년 임기 중 2년을 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인권..

한미 핵협의 그룹(NCG), 그게 그리 중요합니까?

답답한 마음에 한 마디합니다. 어제 한미 정상간에 ‘워싱턴 선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내용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는 이렇습니다. “한국과 미국 정상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핵협의 그룹’(NCG)을 창설하기로 했다. 또한 북핵 위협에 대한 억지·방어 차원에서 공동 훈련·연습을 확대하고, 핵추진잠수함을 포함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도 늘리기로 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은 비핵 국가 지위 유지 및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지속 이행을 약속했다”며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 핵무장론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이것이 소위 말하는 북핵위협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NCG를 만든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요? 북핵의 본질을 알면 저런..

격세지감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도통 알 수가 없다. 미국이 대통령실에 대해 도감청을 한 것이 거의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용산의 반응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언론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몇 개의 지면과 방송 뉴스를 제외하곤 이 사건이 보도조차 되지 않는다. 1978년 청와대 도청사건으로 전국이 들끓었다. 대한민국 모든 단체가 거리로 몰려 나와 미국을 비난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대학생은 물론 심지어 고교생들도 이 항의에 동참했다. 당시 나는 교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는데, 벚꽃이 필 무렵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였다. 우리는 분개한 나머지 운동장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고 잠겨진 교문을 향해 달려갔다. 몇 몇 친구들은 학교 담장을 넘었다. 거리에 나가 반미 데모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생각하면, ..

공수처 논란에 대해-몇 가지 질문에 답하다-

조국 장관이 사퇴하자 공수처 논쟁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이제 공수처 설치라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해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은 검찰개혁은 동의하지만 공수처 설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야당의 반대에 동조하는 전문가들 중엔, 공수처를 중국의 공안식 사정기구로 폄하하면서, 설치되는 경우 독재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문재인 정부가 공수처를 설치하겠다고 한 것이 2년이 넘었지만, 아쉽게도 그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은 부족했다. 우리는 중요한 정책을 왜 이렇게 정략적으로만 접근하는지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제라도 공론을 모으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내가 아는 한도에서 이 문제의 쟁점을 짚어보도록 ..

검찰이 특수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이제 경찰이 답할 때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기가 높다. 이 기회에 꼭 실현되길 바란다. 검찰개혁의 방향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검찰의 직접수사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며칠 전 검찰은 직접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부를 서울중앙지검 등 몇 곳에만 두겠다고 발표했다. 막 활동을 개시한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한 발 더 나아가 특수부를 (중앙지검 외에는)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방안도 논의한다고 한다. 이것은 검찰에게 집중된 형사절차의 권한을 수사 기소 분리원칙을 적용해, 검찰은 기소기관으로 경찰은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검경 권한을 조정하겠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방향은 맞다. 그런데 일각에선 이런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이제까지 검찰이 맡아온 특수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경찰은 이런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

검찰개혁의 민심은 무엇이고, 조국 장관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난 토요일 서초동에선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시위가 있었다. 100만인지 200만인지, 그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그 숫자를 축소해 폄하하고자 해도,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시위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검찰개혁의 실체는 무엇일까? 저 분노하는 민심을 무엇이라고 읽어야 할까? 단순히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조국 수호’라고 보아야 할까? 민심을 그렇게 읽는 것은 우리 국민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는 태도다. 조국 사건은 검찰개혁의 이유를 설명하는 사건일 뿐, 그 수사를 막는 게,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의 요구라고 할 수는 없다. 민심에 나타나는 검찰개혁의 요구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확실한 것은 검찰권 남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눈엔 검찰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