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대법관 후보자의 법령 위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어야 한다
오늘(7. 13.) 국회에서 대법관 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가 논의된다고 한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리라 전망되는데, 나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내 의견을 개진하지 않을 수 없다.
1. 나는 청문보고서 의결 과정에서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재직 중에 5년간 로펌으로부터 63건의 의견서를 써주고 18억원을 받은 문제에 대해서 그 법적 평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권후보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모든 로스쿨과 법과대학에 종사하는 법학교수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 대학 교수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만일 이 문제가 국회에서 유야무야 지나간다면 대학에 주는 사인은 분명하다. 교수들이 교수 본업 외에 적당히 알아서 돈을 벌어도 대학과 정부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꼭 의견서 작성만 문제가 아니다.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어도 그게 무슨 문제인가. 직업에 귀천이 없듯이 일에 차이를 둘 이유도 없다. 우리의 입법부는 과연 그런 상황을 원하는가.
2. 보다 구체적으론 말하면 오늘 청문보고서에는 서울대법이 준용하는 사립학교법(제15조 제3항), 사립학교법이 준용하는 국가공무원법(제64조)에서 금하는 ‘공무 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 문제에 대해 정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권후보자의 행위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가?
국가공무원법은 영리 목적의 업무의 한계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제64조 제2항은). 그 규정에 따른 대통령령의 해당 조항이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5조이다. 권후보자의 경우는 이 조항 중 제4호와 관계가 있다. 교수가 계속적으로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를 해왔다면 국가공무원법이 말하는 영리 목적의 업무에 해당한다. 권후보자가 매년 평균 10건 이상의 의견서를 5년간 작성했는데, 그것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참고 조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영리 업무의 금지)공무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업무에 종사함으로써 공무원의 직무 능률을 떨어뜨리거나, 공무에 대하여 부당한 영향을 끼치거나, 국가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하거나,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1. 공무원이 상업, 공업, 금융업 또는 그 밖의 영리적인 업무를 스스로 경영하여 영리를 추구함이 뚜렷한 업무2. 공무원이 상업, 공업, 금융업 또는 그 밖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사기업체)의 이사ㆍ감사 업무를 집행하는 무한책임사원ㆍ지배인ㆍ발기인 또는 그 밖의 임원이 되는 것3. 공무원 본인의 직무와 관련 있는 타인의 기업에 대한 투자4. 그 밖에 계속적으로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
3. 또 하나 오늘 청문보고서에서는 변호사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 변호사법은 변호사 아닌 자가 유상으로 법률업무를 하는 금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 7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변호사법 제109조).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업무 중엔 당연히 법률관계 문서 작성도 포함된다.
권후보자는 다수의 소송사건에서 일방 당사자를 대리하는 로펌의 요청에 따라 법률의견서를 작성하고 돈을 받았다. 이 행위가 특정한 전문적 영역의 감정으로서 법원의 요청에 응해 사례금은 소송비용 당사자 부담 원칙에 따라 당사자가 부담했다면 몰라도(그렇게 되면 법률사무라고 보긴 힘듦), 일방 소송 당사자가 개인적 관계에서 돈을 주고 부탁하고 그 행위를 수년간 지속해왔다면 변호사법에서 금하는 유상의 법률사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권후보자가 어떤 이유로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합리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
변호사법 위반 문제는 권후보자가 변호사 자격이 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변호사 자격자라도 변호사법상 법률사무를 하기 위해서는 대한변협에 회원으로 등록(제7조)하고 변협과 소속 지방변호사회에 개업신고(제15조)를 한 이후에나 가능하지, 그런 절차를 밟지 않고 하는 법률사무는 비변호사에 의한 법률사무일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선 대한변협이 나서 유권해석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번 청문 과정에서 변협이 그런 역할을 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변호사단체가 자신의 일임에도 방치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참고 조문: 변호사법 제109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경우 벌금과 징역은 병과(병과)할 수 있다.
1.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하고 다음 각 목의 사건에 관하여 감정·대리·중재·화해·청탁·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한 자가. 소송 사건, 비송 사건, 가사 조정 또는 심판 사건나. 행정심판 또는 심사의 청구나 이의신청, 그 밖에 행정기관에 대한 불복신청 사건다. 수사기관에서 취급 중인 수사 사건라. 법령에 따라 설치된 조사기관에서 취급 중인 조사 사건마. 그 밖에 일반의 법률사건
4. 나는 권후보자가 탁월한 법률가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때문에 나 역시 능력 면에선 대법관 후보자로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대법관이란 자리는 능력만으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위의 법률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대법관에 임명된다면 두고두고 좋지 않은 후과가 예상된다. 본인에게는 법적 위반 문제(서울대법 위반 문제는 징계사항에 불과하지만 변호사법 위반 문제는 형사처벌 사항임)가 계속 따라 다닐 수도 있다. 또한 학교에서 일하는 일반 교수들, 특히 로스쿨 교수들에게 이상한 사인을 줄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청문과정과 국회 동의과정에서 정리해야 한다.
5. 이 문제에 대해선 여당보다는 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다른 것은 몰라도 민주당이 반대하면 권후보자의 국회 동의는 어렵고 대법관 임명은 불가능하다. 임명 여부의 칼자루를 민주당이 쥐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를 그냥 지나친다면 민주당은 간판을 내리는 것이 낫다. 오늘 청문보고서 논의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내가 이 문제를 몇 차례 거론한 것은 불공평의 법감정 때문이다. 누구에겐 그냥 지나쳐도 될 문제를 가혹할만치 털면서도 또 누구에겐 의혹을 제기할 상황임에도 너무나 관대한 이 나라의 정치와 언론환경이 내겐 참을 수 없는 불공평으로 다가 온다.
(2023.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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