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

박찬운 교수 2020. 7. 27. 06:18

 

 

 

실화를 배경하는 영화는 대체로 감동스럽다.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라 시시할 것 같기도 한데, 관객들은 오히려 그것 때문에 감동한다. 인간으로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장면을 보면서, 저것이 과연 실제상황이란 말인가? Unbelievable!


재난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다. 그 중에서도 많은 승객을 태운 배나 비행기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누군가의 기지와 용기에 의해 사람들이 구해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배우 톰 행크스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봐도 본전을 뽑는다. 그가 지난 30여 년 간 출연한 영화는 대부분 작품성이 보장된다. 특별히 잘생긴 배우도 아닌데 어떻게 젊은 시절부터 작품을 골라서 출연했는지 궁금하다. 요즘은 스스로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그는 죽을 때까지 시간 때우기 식 영화완 거리가 먼 배우이자 감독이 될 것이다.

 

 

허드슨 강에 불가능의 착수를 성공시킨 기장 설리

 

 

톰 행크스가 몇 년 전(2016) 선배 배우인 클린트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영화 설리(Sully)에 출연했다. 2009년 1월 15 뉴욕의 허드슨 강에 155명의 승객을 태운 채 불시착한 유에스 에어웨이기 사건을 영화한 것이다. 천하가 아는 내용이라 영화 스토리는 특별히 복잡하지 않다.

그날 비행기는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하자마자 새떼를 만나 두 날개 엔진이 작동을 멈춘다. 이 상황에서 기장 설리는 판단을 해야 한다. 인근 공항으로 회항해 착륙할 것인가? 관제탑은 인근 공항으로 갈 것을 지시한다. 그렇지만 설리는 그것이 불가능함을 직관적으로 느낀다. 그에겐 다른 수단이 없다. 허드슨 강으로 비상착수하는 수밖에... 155명을 태운 여객기가 뉴욕의 고층빌딩을 피해 강 한 가운데 착수한다니...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러나 기적이 일어난다. 설리와 부기장 아론은 끝까지 냉정을 유지해 눈깜짝할 사이에 기적을 이루어낸다. 115명 승객 전원을 살린 것이다.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유에스 에어웨이,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탈출하고 있다.

 

 

그런데 실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문 방송 언론에선 영웅의 탄생이라고 하지만 사고조사위원회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상 당시 비상착수를 하지 않고서도 인근 공항으로 착륙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설리와 아론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조사위원회 청문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열린다.

설리는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까. 컴퓨터가 맞는가, 인간의 판단이 맞는가. 컴퓨터는 고장이 없는 한, 오류가 있을 수 없다. 숨죽이는 순간 설리는 인간적인 요소가 시뮬레이션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순간적인 흥분, 기분, 직관....이런 요소에 영향을 받고 판단한다.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그런 것도 포함시켜야 한다. 단 몇 초라도 그런 요소에 의해 인간이 지배되었다면, 그들의 잘잘못을 따지는 시뮬레이션엔, 그 요소를 집어넣는 것은 당연! 이런 요소를 넣고 시뮬레이션을 하면 결과는 바뀔 수 밖에 없다. 조사위원회는 설리의 주장대로 그런 요소를 집어넣고, 만인 앞에서 다시 시뮬레이션을 한다. 결과는? 설리의 주장대로다. 모두 인근 공항으로의 회항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리와 아론은 사고 후 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이 불시착에 조종사의 과실이 없었는지를 조사받는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세월호가 겹친다. 당시 세월호 선장은 어떤 판단을 했을까. 사고수습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순간적인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하고 조치를 취했을까.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이것이 최선이라고 굳게 믿고 의지를 관철시킨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만일 그랬다면 그 수백명의 승객들이 물귀신이 되었을까.

신은 결과를 공평하게 만들지 않는다. 인간에게 많은 책임을 주었다. 인간이 그 책임을 다하는 때에만, 신은 비로소 돕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 눈에서 나오는 눈물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