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밀라다 (Milada): 당신에게 들려주는 자유

박찬운 교수 2020. 8. 1. 08:34

 

 

 

사람은 신념을 지키며 살 수 있는가. 그저 사는 게 목적인 사람에겐 사치스런 말이다. 집값, 전세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세상에서, 무슨 삶의 신념을 운운하냐고, 냉소적으로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돌아보면, 독재시절 정보부에 잡혀가 고문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이념을 지킨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왜 정권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그 모진 고통을 당했을까. 갈릴레이 갈릴리오처럼 잠시 지동설을 천동설로 바꾼다 해도, 세상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들은 고통을 당하면서까지 신념을 지켜,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그 큰 고통을 안겨주었을까.

그러나 세상이 이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그들 신념을 가진 자들로부터 온 선물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민주정권이 들어섰고, 그들이 있었기에 자유가 온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세상의 자유의 공기를 마실 때, 적어도 가끔은, 그들의 숨결과 고통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살아 있는 자의 최소한의 의무다.

아마도 체코 영화를 보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넷플릭스 영화 목록을 보다가 한 작품에 눈이 갔다. 체코 감독 데이비드 므른카가 만들고, 이스라엘 여배우 아엘렛 주러가 주연한 <밀라다: 당신에게 들려주는 자유>(2017). 얼마 전 찜을 해두었다가 토요일 아침 조용한 시간을 이용해 감상했다.

체코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자유를 희구하며 끝내 신념을 꺾지 않은 한 여인의 이야기다. 밀라다 호라코바(1901-1950), 그녀는 체코의 법률가이자 정치인. 나치 시절엔 나치에 저항하다가 감옥에 갇혀 고초를 겪는다. 전쟁이 끝나 조국이 해방되어 새로운 희망을 품고 정치인이 된다. 미혼모, 상이군인 등 경제적 약자의 안정된 삶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켜 대중적 인기를 누린다.

그러나 곧 공산당이 정권을 잡고 사회는 다시 암흑사회로 바뀐다. 공산당은 민중의 사랑을 받는 밀라다를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공작을 벌리지만 그녀는 일찍이 공산당을 또 다른 나치로 간주한다. 그녀가 공산당의 말을 들을 리가 없다. 하지만 거기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조작된 사건으로 정치재판이 진행되고 그녀는 마침내 사형선고를 받는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까지도 그녀는 자유에 대한 신념을 지키며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의 사랑하는 남편 보후와 딸 야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이런 자막이 흐른다.

  In 1953, Bohuslav (her husband) arrives in Washington, D. C. after several failed attempts to take Jana (their daughter) with him. - In 1968, after being separated for nearly 20 years, Jana and Bohuslav are finally reunited in the U.S.A. - In 1989, Communism is overthrown in a bloodless revolution. Czechoslovakia is freed from the communist regime. - Over two billion people live under dictatorship around the world today. - We dedicate this movie to their fight for freedom. - TRUTH SHALL PREVAIL - Milada Horakova (1901 – 1950)

영화는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은 노년의 밀라다의 딸 야나가 체코 프라하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다. 그 때 누군가가 편지를 전달한다. 어머니의 편지다. 어머니 밀라다 호라코바가 죽기 전 딸에게 보내는 편지... 영화는 과거로 돌아가 밀라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신념을 갖고 살다가 영원한 세상으로 간 사람들, 그들의 희생이 있기에 우리는 이런 세상을 산다. 이런 영화를 볼 수 있고, 그것을 보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다 그들이 치른 비싼 대가이다. 감상 내내 숙연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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