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 98

대한민국 극우 보수정치인의 도덕 심리학

대한민국 극우 보수정치인의 도덕 심리학 나는 가끔 의문이 든다. 왜 그들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왜 그들은 동시대를 살면서도 그렇게도 다른 세계에서 사는 것일까?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가끔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나름 점잖은 글이기에 실명은 말하지 않겠다. 요즘 야당에서 맹활약? 하는 몇 몇 국회의원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은 다들 젊은 의원들이다. 어떤 의원은 나이로 보면 소위 오렌지 세대다. 우리 사회에서 전쟁은 커녕 한 번도 독재가 무엇인지, 민주화 운동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그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는 몇몇 정치인도 오십보백보다. 자라온 환경을 보면 세상 물정을 제대로 알았을 것 같지 않은 이력들이다. 이런 의원들의 생각이 참으로 무섭다. 이들은 정의에..

노년, 그 비참함에 대한 반론

키케로, 노년의 비참함에 대해 반론하다 젊은 시절엔 나이 한 살이 추가되면 기뻣다. 어른 되어 가는 게 뿌듯했다. 지금은? 쓴 웃음만 나온다. 이제 50대 후반을 향해 나아가니 어딜 가도 내가 선배라고 인사할 사람들이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나이가 들어 버린 것이다. 어머님은 십 수 년 전에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이제 구순을 바라보시는 연세다. 장인 어른은 작년 초 오랜 병상을 이기지 못하시고 소천하셨고 장모님은 간병인의 수발을 받으시며 하루하루를 보내신다. 몇 년 전부터는 대학동기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그 집 아이나 내 집 아이나 다 같은 또래이니 내게도 이제 발등의 불이다. 자식의 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불면의 밤이 많아지는 때다. 생노..

누구도 내 생각의 자유를 죽일 수 없다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를 추모함-

누구도 내 생각의 자유를 죽일 수 없다-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를 추모함- 창밖을 내다보니 제법 빗줄기가 굵다. 나는 이 소리를 좋아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책장을 넘긴다. 오래 전 읽은 것이기에 이미 곳곳에 밑줄이 쳐져 있다. 20세기 최고의 전기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안인희 옮김)이다. 다음 학기 수업을 위해서 간단히 정리해 놓아야겠다. 기독교 개신교 역사에서 루터 다음으로 유명한 사람이 칼뱅(1509-1564)이다. 그가 없었다면 루터에 의해 시작된 종교혁명은 미완으로 끝나 개신교는 지금과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교리적으로 볼 때 장로교가 득세한 우리나라도 칼뱅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내 책장에도 그의 책 가 광채를 발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렇듯 칼뱅은 개신교의 영웅이지만 그가 철저한 독재자였다..

<사망추정시각> 원죄를 낳는 일본 형사사법절차를 고발하다

원죄를 낳는 일본 형사사법절차를 고발하다-이가라시 변호사님께 드리는 헌사- 이가라시 후다바 변호사의 추리소설 , 이 소설은 일본에서 발생하는 소위 원죄사건(사건 용의자가 고문 등을 받아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유죄가 된 사건)을 추리소설화한 것이다. 일본의 후진적인 형사절차와 인권침해를 이 한 권의 소설로 고발한 것이다. 이번 강연이 끝난 후 이가라시 변호사가 내게 한 권을 가지고 와서 나는 호텔에서 단숨에 읽었다. 소설의 저자로 된 사쿠 다스키는 이가라시 변호사의 필명임 일변연 초청 강연을 마치고 일본 변호사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헤어질 무렵 이가라시 변호사가 가방 속에서 책 세 권을 꺼내 내게 내 놓는다. 모두 그가 쓴 책들이다. 두 권은 형사법 관련 전문서적, 한 권은..

‘영혼의 운명’을 건 어느 변호사의 미국 대법원 판례 번역작업

‘영혼의 운명’을 건 어느 변호사의 미국 대법원 판례 번역작업 학문하는 자세에 관해서 말할 때 막스 베버의 말을 자주 인용합니다. 그는 이라는 소책자에서 학자가 갖추어야 할 내적 자질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일단 눈가리개를 하고서, 어느 고대 필사본의 한 구절을 옳게 판독해 내는 것에 자기 영혼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생각에 침잠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아예 학문을 단념하십시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우리가 학문의 체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결코 자기 내면에서 경험하지 못할 것입니다.”(막스 베버(전성우 옮김), , 34쪽)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전율합니다. 나는 과연 어떤 문제에 ‘내 영혼의 운명’을 걸면서 침잠해 본 적이 있었는가. 그 문제를 풀지 않으면 내 인생은 없다는 각오로 ..

발전의 참의미를 알려 준 책 <전문가의 독재>

발전의 참의미를 알려 준 책 오랜만에 책다운 책을 읽었다. 영국에서 돌아와 잠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찍 기상해 책을 읽는 시간을 찾은 것이다. 내가 없는 사이 우리 집 큰 아이가 사다 놓은 책 한권을 서가에서 발견했다. 뉴욕대학 경제학 교수 윌리엄 이스털리의 2014년 작 . 제목이 심상치 않아 서문을 읽다가 그대로 빠져들었다. 이 책은 발전경제학에 관한 책이다. 어떤 나라의 국민이든지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것을 위해 경제발전을 하고자 한다. 하지만 지구상 존재하는 200여 개 국가 중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잘사는 나라는 많지 않다. 유럽 국가 중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 정도가 장기간의 풍요로움을 자랑한다. 반면 같은 유럽 국가라도 동..

책과 인생 2017.02.28

신간 <자유란 무엇인가>를 내며

신간 를 내며 이번에 또 한 권의 책을 냅니다. 인권고전강독/ 지난 봄 학기 수업을 하면서 독자 여러분께 강의안으로 써온 인권고전강독 원고를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인권과 관련해 제가 읽은 책 중에서, 독자여러분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것을 골라, 책의 주요부분을 직접 인용하면서 해설을 붙인 것이지요. 그 글들이 지난 몇 달간의 작업을 통해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작업은 지난 여름 방학 이후 이번 주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인터넷 시대에 맞는 편집입니다.. 몸은 한국을 떠나 있지만 출판사 편집부와 실시간으로 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원래 선보인 글에 새로운 생각을 추가하고 문장을 다듬고 또 다듬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인권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개인과 국가의 관계, 국가의 목적과 책무, 자유의 진정..

법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머, 이런책이] 법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박찬운 지음 (스마트북스)를 읽고변호사 최용성 왜 ‘경계인’이라는 화두를 꺼내 든 것일까? 적어도 내가 아는 박찬운 교수는 결코 경계에 서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다. 그는 변호사로서, 인권운동가로서, 인권법학자로서, 무엇보다 지성인으로서 누구보다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이해관계가 아니라 가치에 맞게 경계를 넘어 선택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사색만 하거나 아니면 행동만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런 그가 왜 갑자기 ‘경계인’을 자신의 책 제목으로 내걸었을까? 참으로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책 머리말에 그 이유가 나오기는 한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투사/연구자, 주류/비주류, 이상주의자/현실주의자라는 경계로 범주화하고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확실히 어..

인권고전강독 14 인권의 새로운 패러다임

인권고전강독 14(최종) 인권의 새로운 패러다임ㅡ샌드라 프레드먼의 ㅡ 새로운 인권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인권이란 분명 시공을 초월한 보편성이 있지만, 한편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100년 전, 200년 전의 인권이 오늘 이 시대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시대에 따라 인권의 내용은 달라졌고 그 실현의 정도도 달랐다. 인권의 흐름을 회고하면, 인류는 18세기 이후 국가로부터 자유(권)를 얻기 위해 투쟁했고(1세대 인권), 19세기엔 사회주의 운동과 더불어 평등(권)을 요구했으며(2세대 인권), 20세기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하면서 평화와 연대의 권리(3세대 인권)를 추구하였다. 이런 변화과정 속에서도 홉스, 로크, 그리고 루소에 의해 형성되고 밀에 의해 완성된 근대인권사상은, 아직도 인권개념을 이..

인권고전강독 12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고독한 군중

인권고전강독 12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고독한 군중ㅡ에리히 프롬의 ㅡ 왜 가난한 이들이 보수의 첨병이 되는가 나는 자주 궁금했다. 왜 가난한 이들이 보수의 앞잡이가 되는지. 지난 20여 년 간 우리 사회가 70-80년대에 비해 민주화·자유화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교육수준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권위주의를 찬양하고 과거의 독재를 미화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잖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를 하면 응답자 중 30%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인데, 내가 보기엔, 이들이 그들일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중 상당수가 경제적으론 빈곤층이라는 사실이다.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들만이 대통령과 여당을 굳건히 지지하는 보수층이 아니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