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 98

‘반일 종족주의’ 과연 읽을 만한 책인가

내가 평소 책을 많이 사지만 아무 책이나 사는 것은 아니다. 읽을 만한 책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사고 말았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는 바람에 낚인 것이다. 덕분에 나도 이 책 베스트셀러 만드는데 작은 도움을 주고 말았다. 이왕 샀으니 읽을 수밖에. 도대체 이 책이 왜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일까? 대학자(?)인 이영훈 교수와 그 사단의 학문적 업적을 많은 사람들이 이교수 말대로 반일 종족주의로 깔아뭉개는 것은 아닐까? 조국 교수의 말대로 이 책은 구역질나는 그런 책일까? 지면 관계상 책 전체를 하나하나 비판할 수는 없다. 단지 문제되는 이슈 하나만을 선정해 이 책이 갖고 있는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고자 한다. 지금 한참 논란 중인 강제징용 문제다. 이 문제는 이 책 중 ..

나의 책 이야기-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지난 7월 우리 대학 학술정보관(중앙도서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학교출판부에서 낸 '빈센터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와 관련한 인터뷰였다. 여기에 그 인터뷰를 옮겨 놓는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yulibrary&logNo=221598205564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님]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고흐가 표현하고자 하는 강렬한 이미지들을 통해 독자들이 우리 삶을 읽는 법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교수님... blog.naver.com

8번이나 이름이 바뀐 도시, 리비우-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한 죄의 기원-

1. 법률전문가들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에 인도에 반한 죄(Crimes Against Humanity)와 집단살해죄(Genocide, 제노사이드)란 범죄가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법은 있지만 한 번도 이 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문제되어 적용된 예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우리나라엔 이런 범죄를 규율하고 있는 법률이 있다. 이 법률에 정한 범죄는 일반적인 형사범죄와 달리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범죄가 발생한 후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처벌이 가능하다. 또한 이 법률에서 정한 범죄에 대해선 보편적 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이 있어 우리나라나 우리 국민과 전혀 관계없는 나라에서 발생해도 우리나라 법정에서 처벌이 가능하다. 이 법률이 바로 2..

눈물겨운 나의 폐강 이야기 ㅎㅎ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눈물겨운 나의 폐강 이야기 ㅎㅎ-를 읽고- 사실 몇 년 전부터 불안한 조짐이 보였지만 막연한 낙관론을 믿고 그냥그냥 넘겼다. 그러다가 지난 학기부터 사달이 나기 시작했다. 내 학부 교양과목에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자유의 인문적 사색’이라고 하는 이 교양과목은 내가 수 년 전 대학본부로부터 정부 지원금을 보조받고 만든, 한 마디로 나의 야심작이며, 우리 학교 명품교양 과목 중 하나다. 그런데 그게 설강 초기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더니 급기야 폐강사태까지 간 것이다. 나로선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다른 어떤 과목보다 성의를 다했고, 그것 때문에 없는 시간 쪼개 글을 써, 교양서까지 한 권(자유란 무엇인가)을 출간했는데...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뭔가 내가 학생들의 ..

어둠을 뚫고 새벽을 연 사람들 -소설 <아버지의 새벽>을 읽고-

어둠을 뚫고 새벽을 연 사람들-소설 을 읽고- 내가 살아 온 지날 시절한국 전쟁이 발발하고 10여년 후에 태어난 나는 이제 50대 후반이 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죽은 이승복 어린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공산주의에 적개심을 불태웠다. 고등학교 시절 10.26이 일어났다. 그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학교에 가니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친구들은 휴교라서 즐거워했지만, 나는 국부가 서거했음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나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내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국군장교로 임관한 1987년 이후였다. 나는 대학시절 고시공부만 했기 때문에, 매년 5월이 되어 많은 학생들이 광주의 진상을 밝히라고 데모를 하는데도, 큰 관심을 두지 못하고 학창생활을 보..

미국 보수주의를 이해하는 필독서 -배리 골드워터의 <보수주의자의 양심>을 읽고-

미국 보수주의를 이해하는 필독서-배리 골드워터의 을 읽고- 미국 보수주의를 이해하는 필독서 보수와 진보를 둘러싼 이념논쟁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이것은 국가운영의 기본적 틀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그 속에 살아가는 구성원의 삶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런 논쟁은 피할 수 없으며 어쩜 바람직한 것이기도 하다.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보수주의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우리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들은 미국으로 교육을 떠나 거기에서 미국의 보수주의를 배워와 우리 사회에 이식시키고자 노력했다. 우리 보수정당의 많은 의원들이 증세에 반대하고 복지정책에도 반대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이 시대와 정반대의 길을 간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그들은 왜 그런..

페이스북의 한계, 우리는 진실한가?

페이스북의 한계, 우리는 진실한가? 6년 동안 이곳에 들어와 글을 쓰고, 남의 글을 읽었다. 덕분에 많은 친구를 갖게 되었다. 가끔은 오프라인에서도 만나 이곳에서 하지 못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얼마나 삶의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 우리들의 삶은 명과 암이 공존한다. 우리들은 이곳에서 얼마나 이 둘을 진실 되게 말하는 것일까? 생각해 보니 이곳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삶의 글’은 대부분 밝은 모습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친구들이 가족들과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맛집 기행을 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책과 영화를 본다. 우리는 그런 글과 사진을 보며 부러움을 표시하고 찬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 행복한 인생이여!..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얼마 전 페친인 윤진수 교수님(서울대 로스쿨)이 이 공간을 통해 책 한 권을 추천했다. 교토 대학 교수 오구라 기조가 쓴 (조성환 역)라는 책이다. 이 책은 일본의 한국 사상사 전공자가 다년 간 한국을 연구한 끝에 써내려간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철학적 분석서이다. 도대체 한국이란 어떤 나라인가? 이 책은 매우 분석적으로 한국이란 나라에 흐르는 철학적 기조를 파헤쳤다. 240여 쪽의 책은 각 쪽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답하고 있으니, 세부적인 주제를 열거하면 쪽수만큼이나 많다. 그러나 전체적인 주제는 하나다. 한국을 성리학의 이와 기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조선조를 지배한 성리학이 아직도 계속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존재를 들어본 사람들 중엔 이런 태도에 대해 대뜸 ..

자존감과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야! 하고 소리 한 번 질러 봐-

자존감과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야! 하고 소리 한 번 질러 봐- 학교에 있다 보니 여러 학생들을 본다. 잘 관찰하면 유난히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쉽게도) 매우 낮은 학생이 있다. 그들 사이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게 물어본다면, 단연코 자존감과 자신감을 말하겠다. 자존감은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길을 걷게 하는 원동력이다. 자신감은 적극성과 용기의 근원이다. 이것들을 적절히 갖고 학업에 임하는 학생은, 학교생활도 잘 하지만, 졸업 후에도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다. 반면 이것을 갖지 못한 학생은, 뒤에서 맴돌다가 학창생활을 끝내고, 졸업 후에도 큰 발전이 없다.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는다고 모두 부자가 되고 출세하는 것은 아니지만, ..

비련의 여인 난주 -소설 <난주>를 읽고-

비련의 여인 난주 -소설 를 읽고- 정난주....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 한동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신산한 삶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종교, 신앙, 순교, 사랑, 배신, 연민, 이별, 고통.... 인간이 사는 동안 닥치는 온갖 형태의 희로애락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며칠 전 존경하는 김승환 전북교육감께서 바쁜 공무 중에도 올린 북 리뷰에 감동받고 바로 그 책을 구입했다. 김소연 작가의 제6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 작년 11월 초판이 인쇄되었으니 출판된 지 불과 2달이 안 된 책이다. 이 소설은 정난주라는 한 여인의 신산하면서도 성스런 삶을 그린 이야기다. 정난주.... 아마 일부 천주교 신자나 알까 대부분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이름일 것이다. 정난주 마리아. 그녀는 이제 이 소설로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