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 98

‘시오노 나나미’를 읽느니, 차라리 ‘박찬운의 로마’를 읽어라

아래 글은 소설가 김갑수 선생님이 저의 책 을 읽으시고 페이스북에 쓴 서평입니다. ‘시오노 나나미’를 읽느니, 차라리 ‘박찬운의 로마’를 읽어라 오래 전 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가 도중에 책을 던져 버린 일이 있다. 그리고 나는 15권이나 되는 책 중에서 일단 1~3권만 구입한 나의 신중함을 기특하게 여겼다. 한국인으로서 로마를 알기 위해 15권이나 되는 책을 다 읽을 필요가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친서구적이며 용(容) 제국주의적인 책이다. 도처에 남성 중심, 승자 중심의 사고방식도 노출된다. 일본 여인으로서 로마제국과 카이사르에 대해 지나친 경도를 보이는 것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잘라 말해서 그녀는 일본 판 ‘된장녀’라고도 할 수 있으..

25년의 역사가 저 한 단의 서가 속에...

25년의 역사가 저 한 단의 서가 속에... 어제 출판사에서 책 한 박스가 도착했습니다. 새책을 낼 때마다 저자에게 보내오는 증정본입니다. 며칠 전 포스팅한 (제2개정판) 책이 드디어 도착한 겁니다. 책을 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책이 오는 날은, 연인이 먼 길에서 돌아오는 것과 같이, 설레는 날입니다. 저는 새 책을 서가에 꽂았습니다. 그리고 그간 출간한 책들도 정리한 다음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 포스팅하는 사진이 바로 그것입니다. 20권이 넘는책들이 나란히 보이는군요. 지난 25년 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출판된 책들입니다. 대부분은 제 단독저서이지만 일부는 공저도 있습니다. 일본의 시사 월간지 도 보이는군요. 앞으로 또 10년 열심히 읽고, 연구하고, 쓰겠습니다. 글이 모아지면 책으로 내겠습니..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야, 이놈아! 그런 좆같은 인생 엿이나 먹어라-마루야마 겐지의 - 남북의 군사충돌 공포 속에 하루를 보내면서,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산문집 를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오늘 아침 경향신문에 나온 이 분 인터뷰 때문이었다. 가장 집중이 잘 되는 화장실에서(ㅋㅋㅋ 이게 제 병임) 이 기사를 한 자도 빼지 않고 읽었다. 가슴에 와 닿는 게 많았다. 당장 마루야마의 책을 주문했다. 이 양반 책이 이렇게 많이 번역된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저녁 무렵 책 7권이 도착했다. 그중에서 오늘 인터뷰 기사와 가장 관련 있는 위 책부터 책장을 넘겼다. 200여 쪽의 책을 단숨에, 그럼에도 요소요소에 밑줄을 쳐가면서, 읽었다. 오랜만에 접하는 묵직한 글이다. 내용 전체를 다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가..

나는 길들지 않는다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고 누구도 지배하지 않는다 이번 주말은 오로지 마루야마 겐지와 시간을 보냈다. 어제 를 읽은 후, 연 이어 그 전작인 까지 읽었다. 두 책을 읽어보니 마루야마의 그 ‘독한 인생론’이 확연히 내 눈 앞에 펼쳐진다. 이런 기억은 잊지 않는 게 좋다. 할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내 기억 한편에 살아 있어야 한다. 그것 때문에 책을 손에서 떼자마자 그 핵심을 더듬는다. 그가 말하는 핵심 키워드는, 에서 보았듯이, 독립, 자립, 자유다. 그는 절대적인 독립, 절대적인 자립, 절대적인 자유를 추구한다. 그의 말에서 저항감을 느꼈는가? 그렇다면 일찌감치 이 책을 덮으라. 그의 말에서 강한 울림을 느꼈는가? 그렇다면 끝까지 이 책을 읽으라. 당신의 삶에 결단을 내릴 날이 올 것이다. 한마디로 마..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어떻게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는 단조로운 사람이다. 누구처럼 풍류도 즐기지 못하고, 잡기에 능하지도 않다. 돈깨나 벌고 사회적 지위를 갖추면 개나 소나 다 한다는 ‘공’도 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은 교수로서 해야 하는 연구와 강의 그리고 부수된 사회적 참여를 제외하고는,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 글을 쓰는 것, 마냥 걷는 것,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 여행을 가는 것뿐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읽고 쓰고 걷는 것’이 나의 일과이자 삶이다. 나는 내 삶의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 이제까지 살아온 대로 앞으로도 살 것이 분명하다. 비록 그것이 남에겐 그리 흥미로운 삶으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나는 그것을 운명, 즐거운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 한편으로 깊이 생각하고, 또 한편으론 땀을 흘리겠다. 그것이..

마루야마 겐지의 시소설 ... 결연한 문학정신

마루야마 겐지의 시소설 ... 결연한 문학정신 나는 문학을 잘 모른다. 이것이 내 독서의 빈틈이다. 하지만 이 빈틈은 언젠가 채워질 것이다. 그 한 가운데로 걸어가 내 삶을 반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는 작년 이래 틈만 있으면 시와 소설을 읽어 왔다. 거기에서 얻은 경험은 이제껏 다른 독서에서 얻은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다. 지난 한 주 마루야마 겐지의 책을 읽고 이곳에 몇 차례 그 내용을 포스팅했다. 그동안 읽은 책은 그의 산문이었다. 국내에 번역된 에세이집 5권을 읽으면서 그의 작가정신을 살폈다. 어제 밤 그의 에세이집을 덮고 드디어 마루야마 문학의 정수에 도전했다. . 소설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작품이다. 내용보다도 그 형식, 그 문체가 말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여운은 강렬하다. 마..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 박조르바가 정리하다

의 말, 박조르바가 정리하다. 카잔차키스의 (이윤기 역)를 좋아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의 사진(ㅋㅋ)을 올렸더니, 댓글 중에, 기회가 되면, 조르바의 어록을 올려달라는 페친 들의 요청이 있었다. 작년에 나는 에 나오는 말 중 내게 감명을 준 부분을 정리해 3회에 걸쳐 포스팅한 적이 있다. 오늘 나는 그 글 중 조르바의 어록만을 편집하여 사진과 함께 올린다.(글이 길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읽어볼 지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아래 사진은 크레타에 있는 카잔차키스의 묘지다. 내가 직접 가서 찍은 게 아니라 페친인 김원일 님이 얼마 전 찍은 것이다.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심에 감사드린다. 이 묘비에 조르바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는 유명한 말이 적혀 있다. "나는 아무..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3년 전 라는 제목의 책을 낸 바 있다. 이 책은 이 시대에 읽어야 할 명저를 소개하면서 그 책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문제)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쓴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을 출판한 이후 기회가 되면 또 다른 명저를 골라 제2탄, 제3탄을 쓰고 싶었다. 등등의 이름으로...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그 후속작을 아직 못내고 있다. 후속작이 언제 나올까? 나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을 위한 준비, 독서는 꾸준히 하고 있다. 오늘 향후 나의 후속작에 소개될 한 권을, 간단히, 아주 간단히, 소개한다. (이안 모리스 지음, 최파일 옮김) 이 책은 작년 여름에 우리 말로 번역 발간되었으니 이미 많은 독서가들에게 알려진 책이다. 이 책..

엔트로피

지적 호기심과 영감을 자극한 책 (제러미 리프킨) 일반적으로 좋은 책으로 불리는 책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첫째는 권위 있는 지식을 주는 책이다. 이런 책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유식해진다. 예를 들면 러셀의 나 풍우란의 같은 책이다.두 번째는 영감을 주는 책이다. 이런 책은 책 속의 지식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삶의 방식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던져 준다. 러셀의 와 같은 책이다.세 번째는 위 두 가지 내용 모두를 포함한 책이다. 지적 호기심도 자극하고 삶에 영감도 주는 책 말이다. 내가 가장 읽기를 원하는 책이 바로 세 번째 종류의 책이다.그런데 이런 책은 수백 권을 읽어도 발견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학교로 삶의 근거지를 옮긴 지난 8년간 꽤 많은 책을 읽었다..

의자놀이

시대의 증언록,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야기 를 읽고 내가 이런 글을 쓸 줄 몰랐다. 나는 오늘 새벽부터 공지영의 2012년 작 를 읽었다. 머리말을 읽은 다음 나는 이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방금 전 마지막 장을 넘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부담스러웠다, 아니 부끄러웠다.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죽어갈 때, 나는 그들을 위해 한 일이 없다(정확히 말하면 몇 번에 걸쳐 그들을 후원하는 서명에 참여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명색이 대학에서 인권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에게 쌍용자동차 해고사건만큼 충격적 사건이 있을까. 2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거에 해고되고, 그 후 그들과 그 가족들이 하나 둘 죽어갔다. 현재까지 무려 28명! 그런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