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 103

마루야마 겐지의 시소설 ... 결연한 문학정신

마루야마 겐지의 시소설 ... 결연한 문학정신   나는 문학을 잘 모른다. 이것이 내 독서의 빈틈이다. 하지만 이 빈틈은 언젠가 채워질 것이다. 그 한 가운데로 걸어가 내 삶을 반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는 작년 이래 틈만 있으면 시와 소설을 읽어 왔다. 거기에서 얻은 경험은 이제껏 다른 독서에서 얻은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다. 지난 한 주 마루야마 겐지의 책을 읽고 이곳에 몇 차례 그 내용을 포스팅했다. 그동안 읽은 책은 그의 산문이었다. 국내에 번역된 에세이집 5권을 읽으면서 그의 작가정신을 살폈다. 어제 밤 그의 에세이집을 덮고 드디어 마루야마 문학의 정수에 도전했다. . 소설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작품이다. 내용보다도 그 형식, 그 문체가 말이다. 짧은 소설이지만 여운은 강렬하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 박조르바가 정리하다

의 말, 박조르바가 정리하다. 카잔차키스의 (이윤기 역)를 좋아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의 사진(ㅋㅋ)을 올렸더니, 댓글 중에, 기회가 되면, 조르바의 어록을 올려달라는 페친 들의 요청이 있었다. 작년에 나는 에 나오는 말 중 내게 감명을 준 부분을 정리해 3회에 걸쳐 포스팅한 적이 있다. 오늘 나는 그 글 중 조르바의 어록만을 편집하여 사진과 함께 올린다.(글이 길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읽어볼 지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아래 사진은 크레타에 있는 카잔차키스의 묘지다. 내가 직접 가서 찍은 게 아니라 페친인 김원일 님이 얼마 전 찍은 것이다.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심에 감사드린다. 이 묘비에 조르바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는 유명한 말이 적혀 있다. "나는 아무..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3년 전 라는 제목의 책을 낸 바 있다. 이 책은 이 시대에 읽어야 할 명저를 소개하면서 그 책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문제)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쓴 책이었다. 나는 그 책을 출판한 이후 기회가 되면 또 다른 명저를 골라 제2탄, 제3탄을 쓰고 싶었다. 등등의 이름으로...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그 후속작을 아직 못내고 있다. 후속작이 언제 나올까? 나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것을 위한 준비, 독서는 꾸준히 하고 있다. 오늘 향후 나의 후속작에 소개될 한 권을, 간단히, 아주 간단히, 소개한다. (이안 모리스 지음, 최파일 옮김) 이 책은 작년 여름에 우리 말로 번역 발간되었으니 이미 많은 독서가들에게 알려진 책이다. 이 책..

엔트로피

지적 호기심과 영감을 자극한 책 (제러미 리프킨)   일반적으로 좋은 책으로 불리는 책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권위 있는 지식을 주는 책이다. 이런 책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유식해진다. 예를 들면 러셀의 나 풍우란의 같은 책이다. 두 번째는 영감을 주는 책이다. 이런 책은 책 속의 지식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삶의 방식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던져 준다. 러셀의 와 같은 책이다. 세 번째는 위 두 가지 내용 모두를 포함한 책이다. 지적 호기심도 자극하고 삶에 영감도 주는 책 말이다. 내가 가장 읽기를 원하는 책이 바로 세 번째 종류의 책이다. 그런데 이런 책은 수백 권을 읽어도 발견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학교로 삶의 근거지를 옮긴 지난 8년간 꽤 많..

의자놀이

시대의 증언록,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이야기 를 읽고 내가 이런 글을 쓸 줄 몰랐다. 나는 오늘 새벽부터 공지영의 2012년 작 를 읽었다. 머리말을 읽은 다음 나는 이 책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방금 전 마지막 장을 넘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부담스러웠다, 아니 부끄러웠다.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죽어갈 때, 나는 그들을 위해 한 일이 없다(정확히 말하면 몇 번에 걸쳐 그들을 후원하는 서명에 참여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명색이 대학에서 인권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에게 쌍용자동차 해고사건만큼 충격적 사건이 있을까. 2천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거에 해고되고, 그 후 그들과 그 가족들이 하나 둘 죽어갔다. 현재까지 무려 28명! 그런데도 ..

높고 푸른 사다리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더 깊이 절망하겠습니다. 더 높이 희망하기 위해서” 제법 책이란 것을 끼고 살아왔다. 누구 말대로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서 가시가 돋는다는 생각을 갖고 말이다. 호기심도 많아 여러 장르의 책을 읽었다. 나는 그것을 통해 지식을 습득했고, 그것으로 세상을 보아왔다. 그런데 내가 피한 책이 있었다. 동시대의, 동년배의 작가들이 쓰는 소설을 읽지 않았다. 그것은 나의 오만과 편견에서 비롯되었다. 소설은 그냥 글재주로 써선 안 되지, 그것은 경험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되지...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내게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아. 뭐, 이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는 동년배의 작가, 더욱 나보다 나이가 어린 작가의 글에서 그런 감동을 기대하지 않았다. 우연한 인연으로 작가 공지영을..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빈센트 반 고흐, 새벽을 깨우다 나는 지난 가을 반 고흐에 빠졌다.자나깨나 그가 내 머리를 지배했다.나는 그를"알고 싶고, 보고 싶고, 이해하고 싶었다."이 책은 그것들에 대한 나의 기록이다.“나는 3개월 동안 원고지 800매에 가까운 를 쏟아냈다. 어떤 주는 30매에 달하는 글을 주 5일 연재하기도 했다. 매일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기도하는 자세로 마음을 정돈하고 자판을 두드렸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신들린 듯 글을 썼다. 마치 고흐가 마지막 70일을 보낸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여정을 내가 반복했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고흐는 오베르에서 그 짧은 기간을 살면서 매일 한 점 이상의 그림을 그렸다. 그것도 작품 활동 중 가장 큰 그림을 거기에서 그렸다. 절정의 붓질이었다. 그 기가 나에게도 전달된 ..

책과 인생 2015.09.26

블루 드레스

[관대한 복수! 남아공의 한 재판관... 그리고 대한민국의 재판관] 세상엔 수많은 책이 있지만 우린 그것을 다 읽지 못한다. 그 책들 중에서 꼭 읽어야 할 책을 읽는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것이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일요일 아침, 아무도 깨지 않을 시간에, 나는 조용히 일어나 독서를 한다. 얼마 전 사놓은 책 . 이 책은 나의 페친인 채형복 교수(경북대 로스쿨 국제법)가 얼마 전 포스팅한 것이었다. (나는 믿을만한 친구가 좋은 책을 소개하면 메모했다가 책을 사는 버릇이 있다.) 이 책은 남아공 출신으로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이 기승을 부릴 때 반인종차별주의의 투사로 살았고, 넬슨 만델라가 집권하자 초대 헌법재판관이 된 알비 삭스라는 재판관이 들려주는 남아공, 그 중에서도 헌법재판에 관..

‘카라마조프적’인 인간들이 사는 세상

‘카라마조프적’인 인간들이 사는 세상 쉽지 않은 독서를 끝냈다. . 학창시절부터 읽기를 원했던 책이었지만 사정상 그 요약본만 읽었던 책이다. 스토리는 대체로 알고 있었지만, 나는 때때로 작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썼다고 하는 이 책에서, 그가 말하고자 한 인간실존과 영원의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 책과 마주했다. 올해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틈만 나면 세계명작 중에서 읽기 힘들다고 하는 책만을 골라 읽고 있다. 2주 전 완역본 5권을 끝낸 다음 그 여세를 몰아 이 책을 읽은 것이다. 작년에 절반까지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어 이번만큼은 완독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탔다. 이렇게 해서 나는 지난 한 달간 두 개의 대작 총 4천 쪽이 넘는 책을 읽었다. ..

‘쓸모없는 것’에 대한 찬양

‘쓸모없는 것’에 대한 찬양 세월호 선체 인양과 관련하여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거 인양하는 데 수천억 원이 든답니다. 그 돈도 모두 우리 국민 세금이에요. 그거 인양한다고 해서 죽은 아이가 살아오는 것도 아닌데, 거기에 그런 돈을 써야 하나요? 그저 죽은 아이는 가슴에 안고 사는 겁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의 지적 족보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는 태어나서 무엇을 공부했고, 어떤 책을 읽어 왔는지... 보나마나 답은 나와 있다. 그는 공리주의의 주술에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일 것이다. 그에게 있어 세상의 정의는 이것 하나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돈으로 계산하여 이익이 되면 그게 진리인 게다. 힘이 있으면 그게 최고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겐 유용하지 않는 모든 것은 경멸의 대상이다.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