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더 빠른’ 개혁이 아니라 ‘더 나은’ 개혁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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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 교수 "검찰개혁안, 일반 형사사건 제대로 되겠나...동의 어려워" | 한국일보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가 여당에서 추진하는 검찰개혁 법안에 대해 “기본 취지를 이해하지만 전체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며 “더 나은 개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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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입니다. 가벼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을 양해해 주십시오.
저는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논란이 많은 후보였지만 이 후보 외에는 지난 3년간 망가진 대한민국을 나라답게 고칠 후보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저는 이재명 정부가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 저 역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그 성공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새 정부 개혁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 조심스럽습니다. 순수한 비판이 오히려 개혁 반대 진영의 정치적 논리로 소환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글 또한 그런 식으로 소비될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검찰개혁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가장 중요한 개혁 중 하나입니다. 꼭 성공해 검찰을 개혁하고, 우리 수사구조를 개혁해,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나라가 되는데 크게 기여해야 합니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은 이재명 정부에서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검찰의 저항이 커서일까요? 야당의 반대가 극렬해서일까요? 아닙니다. 그런 저항과 반대라면 이 정부가 충분히 넘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여당이 의회를 지배하고 있는데,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검찰개혁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것은 공동체의 룰을 바꾸는 일입니다. 이 개혁은 대통령과 여당이 밀어붙여 법률만 통과시키면 되는 게 아닙니다. 진짜 개혁이 되려면 새로운 수사제도를 국민이 수용해야 합니다. 개혁 이후 성적표가 좋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수사 시스템이 실제로 범죄 억제와 인권 보장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국민으로부터 얻어야 비로소 성공한 개혁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안 되면 이재명 정부의 앞날도 순탄하지 않을 겁니다. 5년 후 정권 재창출은 이것 때문에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검찰개혁은 단순히 말썽 많은 검찰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형사사법의 근본을 바꾸는 일입니다. 해방 이후 70년 이상 제도화된 국가의 기본적 틀을 바꾸는 것이니 이견이 있는 것은 어쩜 당연합니다. 이것을 그저 검찰의 생존 전략적 저항이나 정당의 당리당략적 반대라고만 해서는 안 됩니다. 개혁으로 인해 형사절차에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면 자칫 범죄를 통제하지 못하는 세상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누가 추진한다고 해도 신중한 논의를 해야 할 이유입니다.
지금 검찰개혁은 주로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라는 관점에서 추진되는 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3가지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다면서 종래 제도를 기본적으로 유지하자는 주장입니다. 둘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 하에 수사구조를 완전히 바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로, 역할을 엄격하게 분담시키자는 것입니다. 셋은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개혁의 기본 방향으로 하되, 기존 수사구조의 틀을 유지하면서 검찰권 남용을 과감하게 개선하자는 주장입니다.
이 중에서 이재명 정부 하에서 추진되는 검찰개혁의 주류는 두 번째입니다. 이미 조국혁신당의 법안이 그런 기초 위에서 나왔고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내놓은 안도 그런 안입니다. 저는 이들 안의 기본 취지를 이해하지만 전체적으론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내놓은 안은 그동안 검찰이 물의를 일으킨 사건들을 고려하면 문제를 일거에 제거할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연간 발생하는 200만여 건의 형사사건 중 99%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사건을 생각하면 걱정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들 사건은 지금까지(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적용되어 수사구조가 바뀌기 시작한 2021년까지), 검찰의 수사 지휘(통제) 하에 경찰이 1차 수사를 수행하고, 검찰이 보완수사를 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처리 돼왔습니다. 이를 단숨에 끊어내고 경찰에 수사권을 전면 위임하는 개혁이 과연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가 수사-기소 분리원칙 아래 만든 수사구조가 지난 4년간 일반 형사사건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많은 전문가들은 박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혁은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그 경우 경찰 수사권 남용의 가능성은 더 커지고, 사건 처리는 더욱 느려질 것이며, 실체적 진실 발견은 어려워질 거라고 우려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살펴봐도, 이런 방식으로 수사 절차를 운영하는 곳을 찾을 수가 없으니, 그런 우려를 단순한 기우라고 폄하할 수가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복잡한 문제를 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검찰개혁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으니 신속하게 밀어붙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검찰만 잡으면 개혁은 성공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더 나은 개혁을 위해 좀 더 진지하게 숙의를 해야 합니다. 한번 강을 건너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습니다.
검찰권의 남용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면서도, 일반 형사사건 처리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연착륙할 수 있는 구조 개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다음 달 관련 토론회에서 제가 이 주제로 발표합니다. 고민을 더 깊이 나누고, 토론 결과를 공유하겠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개혁’이 아니라 ‘더 나은 개혁’입니다.
(2025.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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