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12.3. 내란 사태

내란 사태 이후, 수사절차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박찬운 교수 2025. 4. 16. 09:53

내란 사태 이후, 수사절차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오늘 국회에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김남근, 김성환, 오기형, 차규근, 한창민 의원이 주최한 '내란이 대한민국에 남긴 과제'라는 토론회였습니다. 저는 이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여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제 발표 중 수사절차 개혁에 관해 특별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만 발췌해 이곳에 싣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이 글을 통해 앞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수사절차가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윤석열에 대한 탄핵은 끝났지만 그에 대한 내란죄 재판은 이제 시작 단계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12.3 내란 사태의 사법처리는 처음부터 수사절차로 인해 엄청난 시련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을 거부하지 않았다면 일일어나지 않을 문제였지만, 거부로 인해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수사절차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 공수처의 수사권 문제를 비롯해 경찰·검찰·공수처의 경쟁적 수사는 피의자 측으로부터 불법수사라는 강력한 항변에 직면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내란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수사기관 간의 수사 경쟁, 2. 공수처의 이첩 요구의 적법성, 3.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 여부, 4. 기소권 없는 공수처의 수사 한계, 5. 공수처에서 검찰로 사건 송부 시 구속기간 문제, 6. 송부된 공수처 사건의 보완수사 여부 등등.)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도 피고인 측은 이 문제를 최대로 이슈화할 것이다. 공소절차의 위법이 있다고 하면서 공소기각을 요구하거나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 배제를 주장하면서 무죄를 주장할 것이다. 내란죄의 구성요건 충족은 이번 탄핵 결정에서 본대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수사절차의 문제는 법원이 앞으로 어떤 판단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문제의식 하에 조만간 추진될 수사구조 개혁 과정에서 생각할 문제를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복잡한 수사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국민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순한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 수사구조는 당사자는 물론 일선 수사관마저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변호사들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답하는 사람들이 없다. 사건을 담당할 때마다 형소법 규정을 해석하면서 미로를 찾아가야 할 상황이다. 이런 식의 수사구조는 안 된다. 수사구조는 일반인도 선명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야 절차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선명하지 못한(혹은 과도한 목표의) 수기분리 원칙에 따른 법률 규정의 난해함에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적 개혁이라는 비판을 마냥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더욱 수사구조가 복잡해진 것은 이번 내란 사건에서 보듯 공수처의 존재 때문이다.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참전을 하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국민이 도저히 이해를 못한다. 수사를 하면서 수사 주체를 두고 국민을 설득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국민에겐 적정한 방법으로 범인을 잡아 재판에 넘기는 것이 중요하지 그것을 누가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둘째,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내란 사건에서 불거진 수사절차의 문제가 수사/기소(수기) 분리 원칙이 철저하지 못함으로써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향후 수사구조 개혁의 기본방향은 수가분리 원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기분리 원칙을 너무 도그마화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그보다는, 그 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방법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수기분리 원칙은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라는 역할 분담을 해 검찰권의 남용을 막자는 것이다. 그간 검찰의 행태를 보면 이런 원칙이 수사구조 개혁의 큰 원칙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찬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려운 제도는 제도로서 가치가 없다. 수기분리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되면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하는 것마저 할 수 없게 된다(지금 형소법은 불충분하지만 이것을 지향하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검찰이 직접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현재의 검찰청을 없애고 기소청을 만들자는 것임).

 

그러나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막기 위한 수기분리 원칙이 필요한 수사란 전체 수사 총량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까지 수사를 보면 99%의 수사에선 특별한 문제를 찾기 힘들다. 문제는 1%의 정치적 사건 등에서 생기는데 그것을 위해 검찰 수사 전체 나아가 형사절차의 근본적 틀까지 바꾸는 것은 과도한 사회적 비용은 물론 부작용까지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수기분리 원칙을 검찰 수사권 남용 방지에 초점을 맞춰 적용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즉 이 원칙을 수사 개시 과정에서만 적용하면 되지 송치 후까지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송치 후의 검찰의 보완수사까지 막는 것으로 사용된다면 수사가 지연되고 실체적 진실 추구가 어렵게 될 것이라는 지적을 결코 검찰 개혁을 막는 수구주의자의 주장으로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구속 사건의 경우엔 촉박한 시간 때문에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더 어려운 문제는 보완수사를 못하게 하면 현재의 검찰에서 수사인력을 완전히 떼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행정부와 입법부를 지배해 법률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사고는 격렬한 저항과 양분된 여론을 만들어 내 개혁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검찰에 보완수사를 남겨두는 것은 검찰권 남용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일면 타당하지만 수사의 현실을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번에 공수처가 검찰에 윤석열의 신병을 인도한 뒤 검찰이 보완수사를 위해 구속연장 신청을 하자 법원이 불허했다. 법원은 공수처에서 검찰에 보낸 사건에 대해 검찰의 보완수사가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아마 수기분리 원칙에 찬성하는 사람들이라도 이때는 법원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로서는 당연히 공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보완수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보았고, 그것을 위해 구속연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것이 그 사건의 특수성 때문에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이진 않는다. 수사상 당연히 필요한 절차로 판단했기 때문이다(만일 여기에서도 수기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검찰은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을 취해야 하는데, 그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공수처든 경찰이든 수사를 끝내고 검찰로 송치한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하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다(지금 형소법 하에서는 규정이 미비함에도 검찰은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를 하고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남발되는 수준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수사권 조정 이후 많은 사건에서 검사들이 보완수사를 직접 하지 않고 경찰에 그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무엇인가. 사건 처리가 하세월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이해가 안 되는 구조다. 검찰이 간단히 수사해 결론을 낼 수 있는 사건도 이렇게 하면 어느 국민이 그 수사에 동의하겠는가.

 

이렇게 볼 때 수기분리 원칙은 현실적으로 실무가 감당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사를 1차 수사와 2차 수사(보완수사)로 나누어, 1차 수사는 경찰이, 2차 수사는 검찰이 담당하는 것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검찰은 애당초부터 수사 개시를 할 수 없어 직접 수사를 둘러싼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또 그렇게 해야 검찰의 수사역량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은 형소법을 위의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으로 족하다. 현재 검찰은 검찰청법을 통해 직접 수사를 예외적으로 하고 있는데, 그 해석을 둘러싸고 분쟁이 잦다. 수기분리 원칙이 위와 같이 정리되면 검찰 수사의 한계에 대해 논란도 사라질 것이라 본다.

 

셋째, 공수처가 옥상옥의 새로운 권력기관이 되지 않도록 권한과 수사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이번 수사에서 보았듯이 공수처를 지금처럼 두어선 안 된다. 공수처가 제대로 기능하긴 위해서는 우선 수사대상 범죄를 손봐야 한다.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는데도 내란 외환죄는 수사할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러나 공수처 수사대상 범죄의 재조정보다는 공수처를 특정 신분에 있는 공직자의 모든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더 좋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수사대상 범죄 논의는 의미가 없다. 이것은 군인에 대한 수사를 생각하면 쉽다. 군인은 원칙적으로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그 범죄 수사는 군수사기관이 담당한다. 이런 식으로(그렇다고 전속관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 공수처의 수사권이 바뀌면 지금과 같은 수사대상 범죄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대신 수사대상 고위공직자의 범위는 줄일 필요가 있다. 광범위한 고위공직자에 대해 그들이 저지른 모든 범죄를 공수처가 수사하면 또 하나의 과도한 권력기관이 탄생해 또 다른 권력남용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하는 경우 공수처의 이첩 요구권은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하며, 디테일한 관련 규정을 통해 절차를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공수처는 검찰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주어야 한다. 이번처럼 수사 따로 기소 따로 하는 일이 있게 되면 절차만 번잡하고 실속 없는 일이 계속될 것이다. 요건대, 공수처는 제한된 범위 내의 공위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일반 수사기관의 보충적 수사기관으로서 수사 및 기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25.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