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될까

 

윤석열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될까

 

(윤석열에 대해 12월 31일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 청구한지 30시간이 넘어서이다. 법원은 왜 이렇게 영장 발부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는가. 그 이유는 공수처의 수사권한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글은 12월 30일 쓴 글로 그 문제를  담았다. 역사적 기록으로 여기에 옮겨 놓는다.)

 

2024년 12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내란 사태로 시작해서 제주항공 대참사로 끝나가고 있습니다. 우울한 일상이지만 저의 최대 관심사는 내란 사건의 엄정한 수사입니다. 이 사건에서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사 적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입니다. 내란 사건의 실체 규명은 차고도 넘치는 증거가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복병은 수사절차입니다. 경찰, 검찰, 공수처가 경쟁하는 이번 수사는 허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 글은 이 적법성 확보를 위해 수사기관이 조심해야 할 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1. 공수처가 윤석열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체포영장의 발부요건은 범죄 혐의의 상당성(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과 출석 불응 혹은 그 우려이므로, 이제까지 확보된 증거와 소환 불응에 비추어 보면, 영장 발부의 요건은 차고도 넘친다.

 

2.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바가 있다.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윤석열의 내란죄가 포함되느냐에 대한 판단이다. 아마 법원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때 이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다. 윤석열 측도 이미 이것을 쟁점화시키고 있다. 변호인이 소환 불응 이유의 하나로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을 따지고 있지 않는가.

 

3. 공수처의 입장은 법률상 직권남용죄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있으니 그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선 이미 문상호 정보사령관을 구속할 때 법원의 판단을 받았으니 체포영장은 당연히 발부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는 것 같다.

4. 그런데 윤석열에 대한 영장 발부가 문상호 건과 같다고 볼 수 있을까? 공수처는 문상호의 직권남용죄에 대해 (법률상 당연히) 수사할 수 있고, 그 범죄와 직접 관련 있는 내란죄를 수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법원의 영장 발부도 그런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 수사에서는 불소추 특권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은 재임 중 내란 및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되지 않는 특권이 있고, 직권남용죄는 이 특권 범위 내의 범죄이기 때문에, 공수처의 직권남용 수사는 불가하고 거기에서 뻗어나간 내란죄 수사도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번 체포영장 청구에서 법원이 만일 제동을 건다면 그 이유는 여기에 있을 거라고 본다. 아마도 이것이 윤석열 측이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을 탓하면서 쓸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일 것이다.

 

5. 반면 예상한 대로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 대체로 이런 논리로 판단할 것이다.

‘대통령이 불소추 특권을 갖는다고 해도 수사 자체가 불가능한 게 아니다. 소추할 수 없다는 것은 기소해서 재판할 수 없다는 것이지 수사를 막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 즉 윤석열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범죄 수사는 가능하다. 따라서 공수처의 윤석열에 대한 직권남용 수사는 적법하며 그것과 직접 관련성 있는 내란죄 수사도 적법하다.’

 

6. 법원이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할까? 이 문제는 오늘 법원 판단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윤석열 측은 향후 기소 이후에도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공수처가 얻어낸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만들어가는 게 윤석열 변호인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변호 전략이 될 것이다.

 

7. 오늘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공수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보완해 체포영장을 재청구할까? 나는 그것보다 근본적인 후속조치를 취하는 게 좋다고 본다. 즉, 공수처는 사건을 경찰(국수본)로 재이첩해 경찰로 하여금 수사케 해야 한다. 그런 연후 검찰로 사건을 송치해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것이 윤석열이 도망갈 구멍을 미연에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물론 그 사이 내란 특검이 가동되면 모든 사건은 특검으로 가게 될 것이다). 공수처가 더 이상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2024.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