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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란 무엇인가

박찬운 교수 2018. 3. 24. 13:45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평생 희랍 철학서를 번역해 온 인문학자 천병희 선생이 쓴 <그리스 로마 에세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다.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인문학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고 왜 그것을 공부해야 할까. 그저 시·소설, 역사, 철학이 인문학의 전부일 리 없고, 그런 책을 읽는 게 인문학 공부의 전부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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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인문학은 liberal arts 라고 한다. 이 말 뜻을 새겨 보자. 문자 그대로 인문학은 자유기술(自由技術)이다. 무슨 말일까. 곰곰이 생각하면 그 뜻이 잡힌다. 인문학은 ‘자유를 위한 기술’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자유인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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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만들려면 그것을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도자기를 만들려면 그것을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유도 그것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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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인문학의 발상지 희랍과 로마는 자유인과 노예로 이루어진 사회였다. 그들 사회에서 자유인에게 요구되는 덕성이 무엇이었을까? 하루하루 살아가는 노예와 다른 품성이 요구되었다. 그것은 자기와 가족을 넘는 사회적 가치로서의 선(good), 올바름의 도덕성이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그런 덕성을 가진 사람이 될까? 어떤 기술을 연마해야 ‘자유인다운 자유인’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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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분석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주어진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드리며 살아가는 것은 노예의 삶이다. 자신의 생각을 똑 바로 말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표현하지 못하면 이웃과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자 하면 말과 글을 정확하게 사용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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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바로 이것을 위해 존재한다. 어떻게 하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 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고 쓸 수 있을까? 이것들을 기술로써 완성해 나아가야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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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바로 그 길로 나아가는 데 지혜를 제공한다. 그러니 인문 서적을 그냥 읽어서는 안 된다. 생각하며 비판하며 읽어야 한다. 자유인 곧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안고 읽어야 한다.

(2018.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