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공수처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게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

박찬운 교수 2025. 1. 2. 17:05

공수처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게 문제라는 주장에 대해

 

이번 내란 사태로 인해 우리 국민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 예기치 않은 소득(?)도 있다. 국민들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법률 소양을 높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두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보도를 보니 어느 변호사가 이런 주장을 한 모양이다. 공수처가 무슨 권한으로 경찰의 도움을 받아 체포영장을 집행하는가, 그것은 그 자체로 불법이다.” 과연 이 말이 맞는가? 공수처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체포영장을 집행하면 불법인가? 관련 법률의 해석 상 무리한 주장이다.

공수처가 경찰의 도움을 받는다면 대체로 이런 것이다. 용산 대통령 관저 주변에 극우 시위대가 운집해 있으면서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접근을 막을지 모른다. 필요한 경우 시위대를 통제해 관저로 가는 길을 터야 한다. 관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경호처의 협조가 필요한데, 협조는커녕 경호를 빌미로 문마저 열어주지 않을지 모른다. 이런 경우 물리력을 갖춘 공권력의 도움을 받아 문을 강제로 따고 경내로 진입해야 한다. 나아가 총기로 무장한 경호처 요원이 윤석열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이 안전하게 영장 집행을 위해서는 수십 명의 수사 인력이 가서 위세를 보여줘야 하며 그보다 많은 수의 무장경찰이 지원을 해야 한다. 이런 일을 단 몇십 명의 인원밖에 안 되는 공수처가 스스로 할 수는 없다. 경찰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공수처의 영장 집행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공수처가 이런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이 법률상 근거가 없어 위법한가? 그렇지 않다.

우선 형사소송법을 보자. 형소법은 구속영장이나 체포영장의 집행은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81조 및 제209). 따라서 공수처 검사가 사법경찰관리의 도움을 받아(또는 지휘를 해)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법상 문제가 없다. 또한 공수처법은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관련 수사기관(경찰청 등)에 협조를 구할 수 있는 근거 규정(17)를 두고 있다. 더욱 이 사건은 경찰이 공수처의 요구로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 협조 수사(공조본을 구성)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수처가 중심이 되어 사법경찰관리의 도움 받는 것을 위법이라고 보긴 어렵다.

(좀 더 법률에 입각해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수처 검사는 형소법이나 검찰청법상 일반 검사와 수사상 권한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공수처법 제47. 다만 공수처 검사는 사법경찰관리를 지휘할 수 있는 일반적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되나, 이는 공수처법상 제 17조의 수사협조 규정으로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경찰로부터 수사협조를 받아 사법경찰관리의 도움 하에 영장 집행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공수처가 사법경찰관리가 아닌 경찰 기동대의 지원을 받는 것은 행정응원으로 가능하다. 행정응원은 행정청이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직무 수행을 할 수 없는 경우 다른 행정청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물론 행정응원을 받아 영장 집행 그 자체는 할 수는 없다(, 경찰기동대가 영장을 가지고 가서 집행을 할 수는 없음). 행정응원은 법률의 규정이 없어도 가능한 절차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행정절차법에 관련 규정을 두어 법적 근거까지 만들어 두고 있다.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

행정절차법

8(행정응원) 행정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다른 행정청에 행정응원(行政應援)을 요청할 수 있다.

1. 법령등의 이유로 독자적인 직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

2. 인원ㆍ장비의 부족 등 사실상의 이유로 독자적인 직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

3. 다른 행정청에 소속되어 있는 전문기관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

4. 다른 행정청이 관리하고 있는 문서(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ㆍ통계 등 행정자료가 직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5. 다른 행정청의 응원을 받아 처리하는 것이 보다 능률적이고 경제적인 경우

 

결론적으로 공수처가 공수처 검사의 지휘 아래 공수 수사관 또는 사법경찰관리를 통해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형사법 절차에서 특별히 문제가 없으며, 집행 전의 장애요인인 대통령 관저 주변의 시위대와 경호처의 방해를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 경찰기동대 등의 협조를 받는 것은 행정절차법상의 행정응원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2025.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