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내가 윤석열의 변호인이라면

박찬운 교수 2025. 1. 3. 13:35

내가 윤석열의 변호인이라면



(이 글은 그냥 웃자고 쓴 게 아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상당한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글이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어떤 범죄인이라도 변호 받을 수 있다. 연쇄 살인범 아니 수백 만을 죽음으로 몰아간 히틀러 같은 사람이라도 변호인은 필요하다. 그러니 그런 사람을 변호한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내란범 윤석열도 변호 받을 수 있고 변호 받아야 한다. 나는 그를 변호한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변호인들이 비난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지금 그를 변호하는 변호사들의 변호 방법을 보면 안타깝다. 그렇게 변호해서 의뢰인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걱정이다.


내가 만일 윤석열의 변호인이라면 나는 그렇게 변호하지 않겠다. 전혀 다른 방법으로 의뢰인을 위해 최선의 변호를 할 것이다. 내 변호 방법이 무엇이냐고? 간단히 소개하니 혹시 윤석열의 변호인들이 이 글을 본다면 잠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내 변호의 제1원칙은 독립성의 원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무릇 변호인은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전문가 다운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변호가 의뢰인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립성의 원칙을 한마디로 말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너(의뢰인)는 사실을 말하라, 나는 법을 말하리라‘ 윤석열은 나에게 사실만 말해야지 나를 가르치거나 변호 방향을 지시해서는 안 된다. 변호 방향은 내가 결정한다.


변호사와 의뢰인의 관계는 ’위임’이지 ‘고용’이 아니다. 위임은 수임인(변호사)이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갖고 일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고용은 고용주의 의사에 따라 그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일하는 것이다. 위임을 받은 변호사는 비록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변호를 해주는 것이지만, 의뢰인의 비위나 맞추며 그의 뜻대로 움직여선 안 된다.


우리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이런 자세를 아예 이렇게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변호사법 제2조)


지금 윤석열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은 어떻게 변호하고 있는가. 독립적으로 변호하고 있는가? 아니면 의뢰인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고용된 총잡이'에 불과한가. 내가 윤석열의 변호인이라면 이것을 분명히 하고 변호에 들어갈 것이다. 윤석열이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그렇다면 당장 사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윤석열에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나 같은 변호사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변호 전략이다. 내 변호 전략은 일반인의 법 감정에 맞게 변호하면서 동시에 의뢰인의 최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전 국민이 티브이 중계로 국회가 침탈당하는 것을 목격했는데 그것을 부인하는 전략은 하책 중의 하책이다. 그것은 매를 버는 전략이다. 전 국민이 목격한 사실, 군 수뇌부가 실토한 것은 다 그대로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의뢰인의 명령으로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떨어진 군인들에겐 진솔한 사과를 할 것이다. 이게 일반인의 법 감정에 맞는 변호의 기본 전략이다.


그러나 하나는 완강하게 주장할 것이다. 그게 뭐냐고? 심신상실(혹은 심신미약)이다. 나의 의뢰인은 12. 3. 만취 상태에서 계엄을 선언했다. 그는 여러 차례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계엄 모의를 했지만 그 때마다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 내 의뢰인이 술을 좋아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니 이 주장이 그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재판부도 인정할 것이다.


심신상실을 주장한 다음엔 적극적으로 형 감경 사유가 될만한 것을 찾아 재판부를 설득할 것이다. 이것도 누구나 인정하는 것만 찾아 공감대를 만들 것이다. 예를 들면 의뢰인이 우리 전통주 음주문화를 한 단계 끌어 올린 사실 같은 것이다. 나는 자주 막걸리를 마시는데 술 따르는 사람이 막걸리 병을 뒤집어 흔드는 것을 볼 때마다 극구 만류한다. 막걸리를 제대로 음미하는 방법은 윤석열 식이 최고라며 그 방법을 알려준다. 그럴 때마다 술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들 모두 탄성을 지르며 역시 윤석열식 음주법이 최고라고 감탄한다. 이런 사실을 발굴해 알리면 의뢰인의 인간적인 면모가 새롭게 알려질 것이다. 그러면 동정 여론이 발동할 것이고 형의 감경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 법 감정에 맞는 변호 전략이다.


이렇게만 변호할 수 있다면 변호사로서의 양심도 지키면서 의뢰인의 이익을 최대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비현실적 범죄에 대해서도 떳떳하게 변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의 변호인에게서 그것을 보고 싶다.(2025.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