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발틱제국을 가다

발틱 제국을 가다(3)

박찬운 교수 2022. 10. 5. 04:50

<트라카이>
빌뉴스를 돌아 본 다음 우리 일행은 시내에서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트라카이로 향했다. 이곳은 빌뉴스가 수도로 정해지기 전에 수도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리투아니아의 고도 중의 고도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지금 국립공원인데, 큰 호수 한 가운데에 붉은 지붕의 성이 하나 우뚝 서 있다. 그것이 바로 관광의 핵심 트라카이 성이다. 이 성은 14세기 말에 리투아니아의 지배자 비타우타스가 건립한 것인데 15세기 초 베네딕트 수도사들에게 주어 버렸다고 한다.

그 후 수 세기에 걸쳐 재건축에 재건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유럽에서 호수 한 가운데 있는 성으로서는 유일한 성이라고 한다.


트라카이 성으로 가기 전에 한 마을을 지난다. 카라이마 마을이라고 하는데 14세기 흑해 지역에서 일단의 터키인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온다. 당시 지배자의 호위병 노릇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뒤 이들은 이곳에 터를 잡고 수 세기를 살아 왔고 아직도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카라이마 마을의 한 가옥, 창문이 길가로 세 개가 나 있다. 이곳 카라이마 마을의 모든 건축은 창문이 이렇게 길가로 세개씩 나 있다. 의미인즉, 하나는 신, 두번째는 지배자 비타우타스, 마지막은 자신과 가족을 위한 것이라 한다.

트라카이 성

트라카이 성 내의 공작이 살았던 궁전(일명 Ducal Palace)


두칼 팰리스의 중정


<십자가 동산>

여행을 5일째 빌뉴스를 떠나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를 향해 가면서 십자가 동산에 들렀다. 원래 이곳에 십자가 처음 들어선 것은 1831년 러시아 짜르에 대한 반란 사건에서 처형된 사람에 대해 어떤 추모도 불가능한 가족들이 여기에 십자가를 갖다 놓았다고 한다.

그 이후 십자가가 한 두 개씩 늘어났다고 한다. 20세기에 들어와 리투아니아가 소련의 지배 하에 있을 때는 십자가 동산에 십자가를 설치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낮에 십자가를 갖다 놓으면 밤에 소련군이 나타나 밀어 버리는 일이 계속되었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리투아니아의 독립 이후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십자가를 갖다 놓기 시작해 수십만개의 십자가 동산이 만들어졌다. 요한 바오로 2세도 1993년 여기에 와서 미사를 집전하면서 리투아니아를 십자가의 나라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리가>
여행 5일째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 입성하였다. 리가는 예로부터 동유럽의 파리로 불리는 발틱해 국가의 문화의 중심지다. 잘 보전된 구시가지와 네온이 반짝이는 신시가지의 조화가 묘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리가 시내에사 가장 높은 베드로 성당의 첨탑 꼭대기에서 바라다 보는 리가 전경. 리가를 가로 지르는 다우가바 강이 보인다. 우리식으로 부르면 이쪽은 강북, 저쪽은 강남이다.

리가의 구시가지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그 표시가 구시가지 거리 중앙에 이런 동판에 새겨져 있다.

자유의 여신상. 1935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라트비아의 주권과 자유를 상징한다.

돔 성당. 발트 3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당이다. 내부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은 유럽에서 가장 크다. 프란츠 리스트가 그 오르간을 기념하는 곡을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리가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바로 이 베드로 성당이다. 이곳 첨탑에 오르면 리가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


이게 무슨 일인가. 베드로 성당 뒷편에는 묘한 동물 동상이 있다.이것이 바로 브레멘 음악단 동상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에 나오는 동물을 형상화한 것인데 브레멘시가 기증한 것이다.

동상 제일 아래 당나귀 발 아래에 손을 얹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지금 중국 관광객들이 복을 받으려고 이런 추태를 벌리고 있다. 조용히 손을 얹어야 하는데 여럿이 큰 소리를 내면서 한 친구는 아예 동상에 매달려 있다. 내가 한참 그곳을 지키며 이들을 째려 보았는데 아랑곳 하지 않았다.

화약탑. 리가성의 중앙문을 보호하던 탑. 탑의 여러 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곳에서 총이나 포를 쏘았던 모양이다.


래머스 탑. 13세기 리가 성의 북쪽 성곽과 함께 건축되었다.


리가의 3형제의 집, 3형제가 살았다는 뜻이 아니다. 리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인 15세기 건물(왼쪽) 17세기 건물(중앙), 18세기 건물(오른쪽)이 나란이 서 있다.


리가에 도착하여 우리 세 사람이 저녁을 먹은 식당이다. 이 식당은 500년이 넘는 리가 시내의 고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식당의 종업원, 그 눈매가 보통이 아니다. 뭔가 기품 있는 여인의 냄새가 난다. 500년 전 리가의 여인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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