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삶의 이야기

아날로그 시대의 스승과 디지털 시대의 스승

박찬운 교수 2023. 4. 2. 04:20
요즘 학생들은 내 방에 들어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저는 가끔 궁금합니다. 과거 제가 경험한 스승에 대한 감정과 지금 제가 가르치는 제자들이 느끼는 스승에 대한 감정이 같을까? 제가 80년대 초 대학을 다닐 때 보았던 선생님들은 제겐 넘사벽이었습니다. 특히 C교수님의 경우 풍채도 좋고 말씀도 잘하셔 당시 인기 드라마였던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에 나오는 킹스필드 교수에 비교되기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C교수님의 생몰연대를 확인해 보니, 당시 40대 후반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의 제 나이보다 무려 14-15세 아래였던 것이지요.

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 대학 시절 저보다 40년 이상 차이가 나는 교수님 몇 분을 만난 기억도 있습니다. 그중 한 분이 D 대학에서 정년퇴임을 하시고 일주일에 한 번 시간강사로 오시던 J교수님이셨는데, 그 교수님은 일제시대 일본 제국대학을 졸업한 분이었습니다. 한 학기 내내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간을 다 보내셨는데, 어느 학생도 그것을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가 우리들에겐 너무나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이어서 선생님이 혹시나 수업하자고 하실까 노심초사했지요. 학과 공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옛날이야기나 하시다가 가시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저만의 바람이 아니라 동기생 대다수가 그랬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들과 그분과의 거리감이 어땠을까요. 한마디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정도가 아니라 바오벽(바라다보기도 어려운 5차원의 벽) 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이번 학기 학부 교양강의에 들어가니 대부분 학생들이 22, 23학번이더군요. 저와는 무려 41-42년 차이가 납니다. 이들이 느끼는 감정이 어떨까요. 저로선 10년 전이니 지금이나 특별히 달라지지 않은 생각으로 강의를 하고, 가끔 청바지를 입고 들어가 제 젊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만, 이게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까요?

주변 선생들과 이야기를 하면 우리는 아날로그 시대에 스승을 만났고, 지금 학생들은 디지털 시대에서 스승을 만나니 분명 다르다, 우리도 디지털로 전환했으니 수업 내용이 중요하지 스승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뭐 이런 말을 합니다만, 이것이 정말 맞는 말일까요?

이들이 느끼는 선생에 대한 거리감은 제가 경험한 것과는 정말 다른 것일까요? 이 친구들도 저에게서 넘사벽 아니 바오벽을 느낄까요? 요즘 지하철을 타면서 자주 자리 양보를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손사래를 치지만 젊은 친구들이 나를 진짜 노인으로 보고 자리를 양보하는 것일까요? 그저 언뜻 보니 흰머리가 많으니 진짜 노인인 듯 해서 양보하는 것일까요? 뭔가 머리가 뒤죽박죽 해지는군요.

제 개인적으론 솔직히 제가 과거의 스승과 같은 모습이진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그 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젊다고 생각하지요 ㅎㅎ. 이것이 저만의 착각일지 모릅니다만. 과연 그런가요?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특히 학교에 계신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