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삶의 이야기

정성(精誠)이란

박찬운 교수 2023. 3. 30. 09:57
 
 
출근을 하면서 캠퍼스의 벚꽃을 감상했습니다. 지난 주말 꽃망울을 터트리더니 오늘 드디어 절정입니다. 3일 연속 사진을 찍어 보니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오늘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저는 매일 출근을 하면서 일부로 학교에서 먼 역(왕십리역)에서 내려 연구실까지 걸어옵니다. 저희 학교는 옛날 청계천 변의 야산을 깎아 만들어졌기 때문에 경사가 심합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불평하지만 저에겐 다리 근육을 키우는 데 딱 좋습니다. ㅎㅎ(긍정적 마인드!) 아마 저희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은 몇 년 캠퍼스를 다니다 보면 단단한 다리를 얻을 겁니다.

저는 경사진 곳을 걷기 위해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습니다. 학교로 돌아와 한번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이렇게 출근하니 연구실에 오면 근육의 팽팽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걸으면서 열심히 계절의 변화를 확인합니다.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영산홍...이것이 저희 학교 꽃들의 개화 순서입니다.
 
이제 벚꽃이 피었으니 다음 주부터는 서서히 철쭉이 꽃망울을 터트릴 겁니다. 그 변화를 한장 한장 사진에 담아 과거와 비교해 볼 겁니다. 작년의 개화기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아마추어 식물학자는 이렇게 탄생되는 게 아닐까요. 여러분은 산철쭉과 영산홍을 쉽게 구별합니까. 이거 쉽지 않습니다. 제가 몇 년째 그 차이를 관찰합니다만... 하지만 누구보다도 그 차이를 장시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십 수년간 관찰해 왔으니까요.
 
무엇인가 쉬지 않고 집중하는 것, 하루도 빼지 않고 사물을 관찰하는 것, 골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저는 이것이 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성이 결국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제가 많이 이루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ㅎㅎ).
 
출근 길 찍은 사진을 제 멘티들에게 보내 주었습니다. 로스쿨에 들어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친구들입니다. 꽃이 피었어도 보지 못하고, 꽃길을 걸어도 꽃에 눈길이 가지 않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그들도 지금 무언가에 집중하고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이지요. 세월이 지나면 그들의 정성도 다른 곳으로 향할 것입니다.
 
현빈이 나오는 영화 <역린>에서 정조는 중용 23장을 말합니다. 거기에 이런 말이 나오지요. 唯天下至誠爲能化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침 꽃길을 걸어오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2023.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