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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가야할 미래, 품격 있는 노인

박찬운 교수 2019. 3. 13. 21:05

우리들이 가야할 미래, 품격 있는 노인

 

어쩌다 보니 생노병사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가족을 옆에 두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 숙환으로 시달리고 있으니 본인은 물론 가족도 보통 고생이 아니다. 주말 시내를 나가보면 광장은 태극기로 덮여 있고 노인들이 알 수 없는 함성을 질러댄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곳을 지나가지만 노인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내게 깨달음을 주고 각오를 새롭게 한다. 나는 노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머릿속 뇌를 부드럽게 만들어야겠다. 나이가 먹어 가면 뇌가 굳는다. 머릿속은 과거의 삶에서 만들어진 편견으로 가득 차 있고 성격은 점점 고집불통이 되어 간다. 그런 노인이 젊은이들과 대화가 될 리 없다. 당연 기피 대상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선 뇌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책을 읽어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 

둘째, 노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크게 신세지지 않도록 돈을 모아 놓아야 한다. 노인이 되어 몸을 움직이기 어려우면 주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도움 없이 살아야 한다. 자식의 효도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치료비와 간병비 그리고 주거비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보장제도가 지금보다 더 좋아진다고 해도 거기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 나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셋째, 사랑하는 사람과 깊은 사랑을 나누는 것을 뒤로 미루어선 안 된다. 사랑하는 배우자(연인), 자식 그리고 친구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언제 어디서든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 말도 못하고 세상을 뜨면 혼은 구천을 떠돈다. 남은 사람도 슬픈 한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넷째, 나이가 들수록 말을 줄이고 얼굴에 미소를 지어야 한다. 자신의 험난했던 과거와 오늘을 비교하면서 젊은이에게 잔소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나의 시대가 지나갔음을 인정해야 한다. 좀 너그럽게 살고, 좀 품격 있게 살자.

황혼기는 피해야 하는 운명이 아니라 우리가 맞이해야 할 또 다른 축복이다. 그런 노년을 위해 지금 즉시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언젠가 후회하게 될 것이다.(2019.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