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또 정치를 말할 때
저는 현실정치 상황에 대해 왈가불가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웬만하면 제 본업에 충실하고 싶고 제 관심사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럴 수만 없는 게 우리 상황입니다. 정치란 게 모든 걸 지배하는 우리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현실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지식인의 직무유기입니다.
지금 런던 시각, 3시. 조금 더 자야 하는 데, 페북을 통해 흘러나오는 백남기 농민 위태소식에 잠이 확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가슴 속에 뭔가 복받치는 게 있어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저는 지난 총선 전후 정치적 언급을 자주 했습니다. 내용을 정리하면 간단합니다. 박근혜 정권의 실정이 심각하니 선거를 통해 민의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이 도왔는지, 우리 국민이 현명했는지, 선거결과는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되었습니다. 민의는 야당을 다수로 여당을 소수로 만듦으로써 정권을 심판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리는 이제 정권의 정국운용이 바뀔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는 정권이라면 당연한 것 아닙니까? 민의를 반영시켜 정국을 안정시켜야지요. 선거 전과 다름없는 일방독주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선거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그거야 말로 실질적인 헌정파괴지요.
그런데 지난 반년 어땠습니까. 국민 입장에서 달라진 정국, 민의가 반영되어 뭔가 달리 돌아간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습니까? 한마디로 Nothing!
민주사회에서 국민이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은 모여서 시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무리하게 막다가 그것도 중인환시리 물대포로 사람을 직격해 사람이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책임자였다는 자는 단 한 번도 사과하기는커녕 국회에 나와서까지 허무맹랑한 말을 하고 있어요.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합니까?
이명박 정권 이후 대북관계는 갈 때까지 간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 북한이 핵무기 실험했다고 비상시국 운운하는 데 그게 말이 됩니까.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한 두 번 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북한은 체제위협을 막아내는 데는 핵무기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런 상황은 지난 수 십 년 간 지속되어 왔습니다.
문제는 이 상황을 어떻게 콘트롤 하느냐입니다. 북한이 핵을 앞세워,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않도록 대북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입증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바로 금강산 관광이었고 개성공단 운영이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북한을 콘트롤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인데, 그걸 이 두 정권은 어떻게 했습니까. 완전히 절단 내고 말았지요.
거기다가 한술 더 떠 한반도 정세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사드배치결정을 함으로써 국론을 분열시켰고, 남북관계를 비롯 대중·대러시아 관계를 파탄내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무모함을 지적했습니까. 그런데도 이 정권, 아니 이 나라의 대통령은 어떻게 행동했지요. 오불관언! 나는 내식으로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며칠 전 국회에서 총리가 요즘 의혹의 핵으로 떠오르는, 무슨 미르인가, K재단인가 하는 곳의 기금모금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야당국회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것을 보니, 참 가관이더군요. 기름장어는 한 사람이면 족한데, 이건 그 수준이 아닙니다. 기름장어에도 급수를 매겨야겠더군요. 뻔한 이야기, 누구나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벌건 대낮에 민의의 전당에서 그런 식으로 답변한다? 그건 국민들 입장에선 참을 수 없는 모욕입니다.
요즘 여당을 보면 참 딱합니다. 하는 짓을 보면 과거 힘없는 야당이 하는 소리를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똑 같이 합니다. 야당이 의석수로 의회독재를 한다나요. 이번 김재수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었다고 국회를 보이코트한다고요? 여당도 민의를 모르진 않을 텐데 어떻게 백 명이 넘는 의원들이 저런 행동을 보입니까. 종신 대통령 하의 유신정권 하라면 불쌍한 의원들의 작태라고 억지로 이해라도 하겠지만, 임기가 불과 1년 수개월밖에 안 남긴 대통령에게 저렇게까지 충성을 바친다니,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자, 우리 상황이 이렇습니다. 이 상황이 한국 정치입니다. 박근혜 정권과 이명박 정권에 의해 우리 정치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런 정권이 연장되어야 합니까? 아니지요, 결단코 막아야지요. 그것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하니, 우리들은 이 판단을 양보해선 안 됩니다. 야당 정치인들은 하루빨리 대오를 갖춰야 합니다. 정권을 제대로 인수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후보자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것만 할 수 있다면 내년 말 우리는 바뀐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만이 희망입니다.
(2016.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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