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임신년과 2006년 병신년, 허망한 대한민국의 모습
내가 뭐 대단한 애국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나라가 잘 되었으면 하는 소원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올해가 병신년, 24년 전 1992년은 임신년, 똑 같이 원숭이 해였다. 오늘 나는 마치 타임캡슐을 열어보듯 24년 전 일기장을 꺼내 읽어본다. 나는 임신년 오늘 일기장에 그 해의 목표를 적어 놓았다.
거기엔 내가 운영하던 변호사 사무실과 관련된 목표, 내 개인을 위한 목표, 가족/집안을 위한 목표가 적혀 있고, 마지막엔 ‘국가와 민족을 위한 희망’이 적혀 있다. 요즘은 이런 일기를 쓰지 않지만 그 때만 해도 나는 이런 식의 일기를 많이 썼다.
여기에 그 네 번째 ‘국가와 민족을 위한 희망’ 부분을 옮겨본다.
1. 남북한의 획기적 관계개선: 인적 물적 교류 확충, 군사관계에 있어서의 변화
2. 총선, 대선에서의 민주혁명: 모든 국민이 시원하게 생각하고, 이제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정치 분위기 쇄신
3. 물가안정/ 부동산 가격 안정
첫 번째, 나는 24년 전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희망했다. 당시 한반도는 북핵문제로 긴장이 고조되었고, 북한은 급기야 1993년 NPT를 탈퇴하는 상황으로 나갔다.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던 시절이다.
24년 후 오늘 북한은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또 다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4년 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아, 대한민국이여! 너는 언제나 총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고, 평화의 봄을 즐길 것이냐?
두 번째, 나는 24년 전 민주혁명을 꿈꾸었다. 임신년은 노태우 임기말기로 총선과 대선이 있었던 해다. 우리나라 민주주주의 분수령이 되었던 때다. 하지만 결과는 역사가 이야기해주듯 내 희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24년 후 나는 또 한 번의 희망을 품지만 그 꿈이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진 않다. 우리의 정치지형이 24년 전과 거의 비슷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여권은 3당 합당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면서 야권을 압도했다. 지금은 어떤가. 야권이 4분5열되어 가면서 여권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상황으로 임신년을 재현해 가고 있다. 아, 대한민국이여! 너는 어찌 그리도 못난이냐! 어찌하여 역사의 교훈을 그리도 헌신짝처럼 버리느냐!
세 번째, 우리의 경제상황. 나는 24년 전 물가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진심으로 바랐다. 서민의 삶이 너무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오늘 우리는 어떤가. 나날이 치솟는 전세가 폭등으로 서민은 고통스럽다. 청년들은 집을 구할 수 없어 독립을 포기한다. 24년 전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24년이란 세월이 이렇게 허망하다. 임신년과 병신년이 이렇게도 똑 같다. 강산은 두 번이나 변했지만 우리들 마음은 박제된 채 그대로다. 누구를 탓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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