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
– 『1984』와 『멋진 신세계』를 넘어-
(우리의 삶이 지난 12. 3 내란 사태 이후 피폐해졌습니다. 이 공간에 포스팅되는 글은 90% 이상 정치 이야기입니다. 저도 거의 그런 글만 써왔습니다. 빨리 이 삶이 끝나길 바랍니다. 올 6월부터는 정치 이야기도 나누지만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 서로 배울 수 있는 퀄리티 높은 이야기가 이곳에 수놓아지길 바랍니다.
오늘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교양과목 '자유란 무엇인가'는 인권고전을 통해 자유의 참 의미를 이해하고, 자유인이 되는 길을 모색하는 과목입니다. 인문사회 분야에서 저희 대학을 대표하는 교양과목입니다.
내일 다룰 책은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입니다. 지난 학기까지는 이 두 책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의 세계에서의 자유를 다루었지만, 올해는 이것을 AI시대와 접목하려고 합니다. 제가 요즘 이것에 꽂혀 있거든요. 내일 수업을 위해 오늘 하루 종일 AI 시대와 과학 기술의 디스토피아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의 글을 올립니다. 제가 내일 학생들과 나눌 이야기의 대강입니다.)

오늘 우리는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인간의 삶을 대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일상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점점 더 편리하고 빠른 삶을 누린다. AI는 질문을 대신해주고, 선택을 도와주며, 감정까지 흉내 내고 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삶이 무엇인지, AI는 인간의 삶에서 무엇인지, 진정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AI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오래 전에 써진 두 권의 고전이 여기에 대답한다.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자유가 박탈된 사회를 그린다. 『1984』에서는 감시와 폭력이 지배하고, 『멋진 신세계』에서는 쾌락과 기술이 인간을 통제한다. 하나는 공포로, 다른 하나는 만족으로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잠식한다. 놀랍게도, AI 시대는 이 두 세계가 겹쳐진 현실이다.
오늘날 AI는 우리를 억압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를 도와주고 위로해준다. 우리는 그것이 제시하는 길을 따르고, 추천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그 판단을 신뢰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은밀한 통제가 숨어 있다. 더 이상 빅브라더가 눈을 부릅뜨고 있지 않아도, 알고리즘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선택할지 조용히 결정한다. 우리는 점점 생각하지 않게 되고, 고통을 느끼지 않으며, 질문하지 않게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다움은 침식된다.
AI 시대는 효율과 최적화를 지향한다. 실패하지 않도록, 고통받지 않도록, 실수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설계한다. 그러나 헉슬리가 보여준 것처럼, 인간다움은 오히려 고통 속에서 자라난다. 사랑은 흔들림 속에 있고, 예술은 결핍에서 피어나며, 사유는 불안정한 삶의 한가운데서 태어난다. 기술이 인간을 대신할수록, 인간은 ‘살아 있는’ 경험으로부터 멀어진다.
오웰은 언어와 진실이 통제되는 사회를 경고했고, 헉슬리는 인간이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는 사회를 비판했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가 넘치고 선택이 자유로운 시대에 살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사유는 점점 사라져간다. ‘가짜 자유’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AI 시대에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이용하면서도 스스로의 내면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질문을 멈추지 않고, 감정을 회피하지 않으며, 불편한 진실 앞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몸을 사랑하며 거기에서 나오는 땀과 눈물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불완전함, 고통과 기쁨, 사랑과 실연, 고독, 창의성, 그리고 자유. 이 요소들은 비효율적이고 예측 불가능하지만,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몸을 가진 존재의 존엄함이다.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욱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생각하는가?”, “나는 사랑하고 있는가?”, “나는 나로 존재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한, 인간은 여전히 기계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20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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