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단상-1994년의 기억-벌써 31년이 흘렀다. 1994년은 내 삶에 깊이 각인된 해다. 나는 그해 강남으로 이사를 했다. 강남 불패 신화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이사였다. 그저 직장 근처에서 출퇴근을 하기 위함이었으니. 그해 여름은 숨막히게 더웠다. 아마 내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경험한 최악의 여름이었으리라. 해가 저문 밤에도 더위는 좀처럼 물러서지 않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찬물을 끼얹으며 겨우 숨을 돌리곤 했다. 가족을 데리고 시원하다는 호텔로 하룻밤 피신까지 갔지만 룸의 에어컨은 소리만 왱왱거릴 뿐 좀처럼 온도가 내려가지 않았다. 그해 가을. 어느 평범한 아침이었다.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다가, TV 뉴스로 아연실색할만한 소식을 접했다. 내가 매일 같이 건너던 성수대교가 순식간에 끊겨 버리고,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