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라는 남자>가 주는 인생 돌아보기
톰 행크스가 주인공으로 나온 코미디 영화 <오토라는 남자>(A Man called Otto)를 보았다. 잔잔한 여운이 계속돼 잊기 전에 좀 정리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삶은 무엇인가?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의 장편소설 ‘오베라는 남자’(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번역되어 출간되었음)가 2016년 영화화되어 한국에서도 개봉된 바 있다. 이 영화가 2022년 할리웃의 마크 포스터 감독을 만나 <오토라는 남자>로 리메이크되었다. 아내를 잃은 뒤 인생의 의미를 상실한 중년 남성이 자살을 시도하나 따뜻한 이웃을 만나 삶의 새로운 경지를 발견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제 각각 한마디씩 할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오토는 젊은 시절 외롭게 살다가 아내 소냐를 만났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를 의지하고 살지만 믿었던 아버지마저 갑자기 돌아가셨다. 정신적 방황을 군에 입대하는 것으로 끝내려 했으나 군마저 그를 받아주지 않는다. 신검에서 떨어져 실망감 속에서 집으로 돌아오다가 기차역에서 우연히 소냐를 만난다. 다정다감한 소냐는 외로운 오토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오토는 대학을 졸업하는 날 차안에서 청혼을 한다. 소냐는 승낙의 표시로 클랙숀을 울린다. 단란한 가정을 꾸린 두 사람에게 좋은 일이 거푸 일어난다. 소냐가 임신한 것. 출산하기 전 추억을 남기기 위해 두 사람은 나이애가라 폭포에 간다. 그러나 신은 이들에게 더 이상의 행복을 허용하지 않는다. 돌아오는 버스가 추돌사고를 내는 바람에 소냐는 아기를 잃고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이 된다. 그렇지만 둘의 사랑은 변치 않고, 오토는 공장의 성실하고 능력 있는 엔지니어로, 소냐는 헌신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좋은 선생님으로 살아간다. 같은 동네에서 사는 루벤 부부와도 사이 좋게 지낸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라이벌 의식으로 사소한 일로 부딪히더니 점점 사이가 멀어 진다. 세월이 흘러 장년이 된 오토 부부, 이들에게 또 다른 폭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소냐가 암에 걸린 것. 오토의 모든 것인 소냐가 갑자기 세상과 작별했다. 그녀가 없는 세상, 오토에겐 더 이상 살아야 할 의미가 없다. 오토는 소냐의 무덤을 찾아가 곧 그녀에게로 갈 것을 약속한다.
오토는 여러 번의 자살을 시도한다. 끈으로 목을 매기도 하고, 차 문을 닫고 가스를 흡입하기도 하고, 엽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겨 보기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때마다 이웃이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새로이 이사 온 마리솔 가족은 시간이 갈수록 오토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아이 둘 곧 셋이 될 이 가족은 오토에게 자주 다가와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음식을 만들어 가져다 주기도 한다. 그러자 까칠한 오토의 마음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마리솔 아이들을 돌보아 주고, 유기된 고양이를 가져다 키우고, 소냐의 제자였던 트랜스젠더 말콤에게 잠자리를 제공한다. 그 사이 오토의 비대한 심장은 수명을 위협한다. 몇년이 흘러 마리솔의 갓난아이가 제법 컸을 무렵 오토는 자신의 모든 것을 마리솔 가족에게 남기는 유서를 쓴다. 그리고... 어느 날 심장발작으로 쓰러져 영원히 일어나지 못한다.
영화를 보면서 세상살이에 가장 필요한 게 사랑이라 생각했다. 오토의 소냐에 대한 사랑, 상실감 속에서 살아갈 때 이웃들이 준 사랑, 그것들이 없었다면 오토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소냐의 사랑은 부드럽고 달콤했다. 그녀의 사랑은 오토의 전 생애를 지탱케 한 원동력이었다. 마리솔은 까칠한 남자 오토에게 관심이라는 사랑을 주었다. 마리솔과 남편 토미는 오토가 시간이 되어도 문밖으로 나오지 않거나, 집앞에 눈이 치여져 있지 않으면 오토에게로 달려갔다. 오토는 그 사랑을 느끼고 소냐에게 이승에서의 삶을 조금 더하다가 가겠다고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예외가 없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고 잊혀진다. 그 순간 순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면 내가 변하고 세상이 변한다.
헐리웃 영화에 대한 편견이 많지만 톰 행크스의 영화는 언제나 믿고 볼 수 있다. 그의 관록 있는 연기력은 상실감 속에 살아가는 오토를 생생하게 그려냈고 그 덕에 우리 모두 생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젊은 시절 오토의 역할을 맡은 배우는 트루만 행크스, 바로 톰 행크스의 아들이다. 이미 할리웃의 전설이 된 아버지를 잇는 대배우가 탄생할지 그의 앞날이 기대된다. 그에게 행운이 있길! (2024.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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