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삶의 이야기

화양연화

박찬운 교수 2024. 6. 3. 07:13

화양연화

 

나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연재한 뒤 그 글을 3권의 책(2010-2014년)으로 역어 출판했다.

 
꽃도 절정의 시기가 있듯이 사람도 그렇다. 긴 인생 살면서 분명 가장 좋았던 시절, 가장 화려했던 시절이라고 할만한 시기가 있었으리라. 이름하여 인생의 화양연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화양연화는 나이 50 무렵이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시절이었다. 건강한 몸은 어떤 일을 해도 지칠 줄 몰랐다. 매년 수 편의 논문을 쓰고 책을 냈다. 강의는 열정적이었고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방학 때면 별도의 교실을 운영했다. 수십 명의 학생들과 함께 청계천 변을 걸었고 지갑을 털어 밥을 사주었다.

대중적인 글쓰기를 시작해 오마이뉴스에 글을 연재했다. 이 시대에 읽어야 할 명저로 세상을 읽고 말했다. 독자의 반응도 뜨거워 16개의 글을 발표하면서 100만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리뷰는 조회수 37을 넘겼다. 여기에 힘입어 곧 바로 세계문명기행로마문명이야기를 연재했다. 원고지 30-40장의 글을 며칠 간격으로 50-60회를 썼다. 그리고 이 모든 글들이 몇 년 후 책으로 나왔다.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문명과의 대화’, ‘로마문명 한국에 오다 는 그렇게 탄생했다.

http://bit.ly/q6k17u

'국민체조' 속에 숨겨진 정치 권력의 음모

[이시대에 읽어야 할 명저⑦] 미셀 푸코 <감시와 처벌>, 이성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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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t.ly/nyt81F

대한민국 현실 예언한, '소름끼치는' 66년 전 책

[이시대에 읽어야 할 명저 ③] 신자유주의 원조 저격수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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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60을 넘겨 정년이 다가오니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하루하루 몸의 에너지가 빠져 나간다. 예민했던 감각은 조금씩 둔감해지더니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의욕도 시나브로 사라진다. 누구보다 강했던 나의 지적 욕구마저 약해져 가고 있다. 장시간의 독서가 힘들어지고 지식 자랑이 무의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가끔 우울감이 엄습하고 감정의 고립감이 심해진다. 이것이 늙는 신호인가? 몸속의 남성 호르몬이 진짜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단 말인가.
 

또 한번의 화양연화를 꿈꾸지 않는다. 그저 물 흐르듯 몸과 마음을 둘 생각이다. 2024년 6월 3일 점심 시간 청계천에서.


아직은 인생의 화양연화를 그리며 과거를 회상할 시기가 아니라지만, 혼자 조용히 있을 때는 과거가 생각나고 나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저 당분간 이런 나의 모습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것이 자연스런 삶의 한 과정이 아니겠는가. 그나마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나의 심리상태를 이렇게 기록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2024.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