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 123

내게 글쓰기의 열망이 있는가?

저는 지난 10년 이상 대중적 글쓰기를 해왔습니다. 2020년 1월부터 3년 간 공직재직 기간을 제외하곤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저는 심심하고 시간 남을 때 적당히 글을 써 올리는 스탈의 사람은 아닙니다. 글을 써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이 머리와 가슴을 꽉 채울 때 글을 쓰고 그것을 올립니다. 제가 6년 전 오늘(2017. 10. 2) 이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글을 쓰기 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글을 쓰기 전 머릿속엔 여러 생각이 뒤엉켜 부글부글 끓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생각들이 일렬종대로 머릿속에서 정리된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때론 그 순간이 지하철을 타고가다 전동차 속에서, 때론 거리를 걷다가 길 한 가운데서 찾아온다. 나는 장소불문 그 생각..

가을밤의 넋두리-고독한 삶은 운명인가-

가을밤의 넋두리-고독한 삶은 운명인가- 긴 명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갑습니다. 그렇게 더웠던 염천 지옥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심각하지만 그래도 아직 시간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조금 센티한 말을 해야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나이도 먹을 대로 먹었습니다. 과거엔 이 나이가 되면 꽤나 괜찮은 어른이 될 줄 알았습니다. 공부도 남들 하는 만큼 했고, 경험도 크게 부족하지 않으니 경륜과 지혜를 갖춘 선배로서 제법 신나게 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때가 되었는데도 제 자신은 전혀 그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헛산 것은 아니지만 많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한계도 느끼고요. 나이를 먹을수록 고독이란 놈이 저를 더 세게 잡는군요. 집과 연구실..

이런 사람을 찾습니다, 이런 사람이 되고자 욕망합니다

이런 사람을 찾습니다, 이런 사람이 되고자 욕망합니다. 저는 지금 외국에 나와 있습니다. 여러 곳을 다니며 심신을 휴양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기상이변으로 폭우와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데 저만 딴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그런 이유로 여행기를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글도 때가 맞지 않으면 덕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여행기는 기회를 보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여행을 하면서도 틈이 나는대로 한국 소식을 접합니다. 양평고속도로 건을 보니 원희룡 장관의 언행이 도가 지나치더군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것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신경질을 내며 사업추진을 백지화했다가 여론이 좋지 않으니 슬슬 꼬리를 내리는 중이더군요. 이런 무책임한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새만금 잼버리 ..

흔들리는 오후

발걸음이 무겁다. 나는 집을 떠나 강남의 H카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딱히 일이 있어서도 누굴 만나기 위해서도 가는 것이 아니다. 주말 점심을 먹고 나면 의례 가는 곳이 거기이기 때문이다. 몸속에 무슨 자동장치가 박혀 있는지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나를 그곳으로 이끈다. 나는 H카페 창가에서 두어 시간 거리를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내 삶의 중요 부분이다. H카페에 들어서자 홀은 텅 비어 있다. 가끔 이런 때가 있다. 바리스터 O양이 나를 보자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나는 말 없이 눈인사를 하고 창가에 앉는다. O양은 능숙한 솜씨로 내 전용 카페라테 한 잔을 만든 다음 종을 울린다. “오늘 조금 날씨가 좋지 않네요. 교수님 안색이 좋지 않은데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무슨 ..

내 인생 8할이 결정된 곳

사근동, 내 인생 8할이 결정된 곳이다. 1973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이곳에 왔으니 올해로 만 50년이 된다. 이 기간 중 내가 이곳을 떠나 있었던 것은 1994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조금 넘은 기간이었을 뿐이다. 나는 이곳에서 학교 교육을 마쳤고, 사법시험을 합격해 법률가가 되었다. 결혼한 뒤 3-4년을 이 동네에서 살면서 딸 둘을 낳았다. 30여 년 전 강남으로 이사를 갔지만 교수가 되어 모교 한양대로 오는 바람에 나는 다시 이곳 사람이 되었다. 일과 중 자연스럽게 내 발걸음은 이곳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신다. 연구실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본다. 이것이 내 삶의 루틴이다. 요즘엔 제자들을 이곳으로 안내해 밥을 사주면서 때때로 옛날 이야기를 해준다. (물..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

3년 공직 생활의 후유증이 꽤 크다. 환갑 넘기고 진갑을 목전에 두니 나이의 무게감도 무시할 수 없다. 겉보기엔 학교 생활에 빨리 적응하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하다. 알게 모르게 무기력증, 우울, 고독이 수시로 찾아온다. 별일 아니려니 생각하고 일부러 잊으려 했으나 그럴 일이 아닌 것 같다. 상태가 어떤지 나 스스로를 관찰해 본다. 무엇보다 사람 만나기가 싫다. 이 증상은 공직으로 가기 전 이미 생겼다. 그것은 아마 교수라는 직업이 준 선물 아닌 선물이었다. 일을 함에 있어 특별히 사람을 만날 일이 없으니 그저 연구실에서 혼자 있는 것에 만족했다. 공직 생활 중에는 공무상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런 중에도 사적 모임은 거의 안 했다. 사적인 모임은 대체로 저녁 시간대에 이루..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https://youtu.be/vir4EHc9qtU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내 피부에 닿는다. 사위는 고요한데 어쩐지 마음이 울쩍하다. 책장을 넘겨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 자판을 두드려봐도 글다운 글이 나오지 않는다. 썼다 지웠다가를 반복하다가 유튜브에 들어가니 노래 한 곡이 보인다. 언젠가 정태춘이 바리톤 박정섭과 열린음악회에서 부른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 이 노래를 듣는 동안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세상은 이렇게 고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이렇게 아픈데, 내 삶의 우울함은 하나의 사치다. 이들과 함께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나가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지. 내가 결코 저 육중한 쇳덩이일 수는 없지. 오늘도 내게 주어진 일..

글쓰기의 어려움

이곳에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글다운 글이 아니라면 굳이 올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누군가는 그런 내게, 그저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글을 써, 가볍게 올리면 되지 무슨 그렇게 고민을 하느냐고 한마디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생각해왔던 글을 쓰고 싶다. 오랜 기간 이곳에 들어와 남의 글을 보아왔다. 글 중에는 나를 피곤하게 하는 글도 많았다. 일부러 작정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려는 글. 허구한 날 세상과 사람을 재단하는 글. 과도하게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글. 이런 글들은 가끔 보면 흥미가 가지만 매일 본다고 생각하면 감당하기 힘들다. 내 글은 어떤 것일까. 혹시나 선생티 내는 글로 또 다른 피곤 거리를 주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나면..

일상의 습관에 대한 단상

며칠간 가족 없이 혼자 생활을 했다. 혼자 있으니 마음껏 자유를 누릴 줄 알았다. 나의 규칙적 생활에 잠시라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 잠을 더 자 몸에 편안함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기상 시간은 오히려 평상시보다 30분이나 빨라졌다. 새벽 3시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바람에 평상시보다 더 피곤했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잠을 청하기도 했지만 여의치 못했다. 30분도 자지 못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는 일이 반복되었다. 왜 나는 혼자만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몸에 밴 습관의 굴레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가? 인간은 습관의 노예다. 습관이란 오랜 기간 같은 일을 반복함에 따라 몸에 새겨진 일종의 자동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인간은 그에 좇는 수밖에 없다. 가끔 ..

내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하루에도 몇 번씩 이곳(페북)에 들어와 남의 글을 읽는 게 몇 년이나 되었는가. 족히 10여 년은 된 듯하다. 이렇게까지 이곳에 들어올 계획도, 생각도 없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가끔 이곳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도 뭔가를 남기기 위해선 더 늦기 전에 그것을 찾아 집중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이곳을 들락날락할 것인가. 그런데도 나는 아직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인가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 그 마력은 특별한 사람들을 보는 재미일지 모른다. 그들로부터 순간순간 어떤 도전을 받기 때문이다. 부러우면 진다고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지 그런 마음보다는 존경심이 생겼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 하지 않았는가. 이곳을 돌아보면 도처에 스승이 있다. 잘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