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삶의 이야기

내게 글쓰기의 열망이 있는가?

박찬운 교수 2023. 10. 2. 19:37

연구실 서가에 꽂혀 있는 내 저서

 

저는 지난 10년 이상 대중적 글쓰기를 해왔습니다. 2020년 1월부터 3년 간 공직재직 기간을 제외하곤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저는 심심하고 시간 남을 때 적당히 글을 써 올리는 스탈의 사람은 아닙니다. 글을 써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이 머리와 가슴을 꽉 채울 때 글을 쓰고 그것을 올립니다. 제가 6년 전 오늘(2017. 10. 2) 이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글을 쓰기 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글을 쓰기 전 머릿속엔 여러 생각이 뒤엉켜 부글부글 끓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생각들이 일렬종대로 머릿속에서 정리된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때론 그 순간이 지하철을 타고가다 전동차 속에서, 때론 거리를 걷다가 길 한 가운데서 찾아온다. 나는 장소불문 그 생각의 알맹이를 메모장에 기록하고, 학교나 집에 도착하면 바로 컴퓨터를 켜 타이핑에 들어간다. 그것은 마치 기관총을 쏘는 것과 같다. 타!타!타!타!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방법이다."
 
요즘 이렇게 가슴이 뛰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할 말이 별로 없어 글을 쓰지 못하고, 제가 쓸만한 주제라 생각하고 글쓰기에 들어가다 혹시 과거에 쓴 글이 없나 찾아보면 제 글창고(블로그)에는 이미 동일 주제의 글이 보관되어 있어, 글쓰기를 멈춥니다.
 
제가 위 인용문의 글을 쓸 때 제 글창고인 블로그에 450여 개의 글이 있었습니다. 그 때 이런 다짐을 했습니다. '글에 대한 열망이 바닥을 드러내면 나의 글쓰기는 멈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지 6년이 지났고, 이제 저의 글창고에는 850여 개(미공개 포함)의 글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오늘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지난 6년의 기간은 내게 어떤 글쓰기의 열망이 있었는가?
 
스스로 생각해 보니 여러 번 위기가 있었지만 그런대로 저의 역할이 있었나 봅니다. 나름 열망도 강했고요. 저는 이 시기 다시 한 번 저의 대중적 글쓰기를 점검해 봅니다. 나에게 글에 대한 열망이 진정 있는가? 6년 전 글을 다시 한번 읽어봅니다. 오늘 다시 쓴다고 해도 이 글 이상으로 쓰지는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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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 글쓰기, 종점에 다가온 것 같다(2017. 10. 2)


이제 때가 되었는지 모른다. 지난 열흘간 이곳에 사실 글을 쓰지 못했다. 물론 포스팅이야 매일같이 했지만 대부분이 과거 글을 공유한 것이었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보단 글을 써야겠다는 강한 열망이 없었다.

내가 이곳에 본격적으로 글을 쓴 게 어느새 4년이 넘었다. 그 기간 많은 글을 썼다. 정확하진 않지만 어림짐작 200자 원고지 1만 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 장르에 걸쳐 내 관심사를 써갔다. 나는 그 글들을 써나갈 때 최선을 다했다. 그 글들은 내 분신이다.

고백하건대 그 글들은 쓰고 싶은 열망과 써야 한다는 사명감의 소산이었다. 그 욕망과 사명감으로 나는 이렇게 글을 써왔다.

글을 쓰기 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글을 쓰기 전 머릿속엔 여러 생각이 뒤엉켜 부글부글 끓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생각들이 일렬종대로 머릿속에서 정리된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때론 그 순간이 지하철을 타고가다 전동차 속에서, 때론 거리를 걷다가 길 한 가운데서 찾아온다. 나는 장소불문 그 생각의 알맹이를 메모장에 기록하고, 학교나 집에 도착하면 바로 컴퓨터를 켜 타이핑에 들어간다. 그것은 마치 기관총을 쏘는 것과 같다. 타!타!타!타!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방법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열망이 내게서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뛰지 않는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는다.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한 사명감이 꿈틀거리지 않는다. 이 상태에서 글을 쓴다면 그것은 원고지 장수나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에서라고 밖엔 설명할 길이 없다.

이제 종점에 다가 간 느낌이다. 몇 년 전 이곳에서 글 다운 글 500개를 쓰면 이 공간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이제 그 시점이 다가온 것 같다. 내 글을 따로 모아 놓은 글 창고를 보니 현재까지 쓴 글이 450여 개.

종점에 도달했는지 여부는 글의 개수가 아니라 내 마음 상태다. 글에 대한 열망이 바닥을 드러냈다고 판단하면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 이번 명절 기간 이 마음 상태를 점검해 볼 생각이다.

 

(2023.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