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고독과 슬픔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박찬운 교수 2023. 5. 21. 05:22

https://youtu.be/vir4EHc9qtU

 

 

새벽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내 피부에 닿는다. 사위는 고요한데 어쩐지 마음이 울쩍하다. 책장을 넘겨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 자판을 두드려봐도 글다운 글이 나오지 않는다. 썼다 지웠다가를 반복하다가 유튜브에 들어가니 노래 한 곡이 보인다. 언젠가 정태춘이 바리톤 박정섭과 열린음악회에서 부른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

이 노래를 듣는 동안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세상은 이렇게 고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이렇게 아픈데, 내 삶의 우울함은 하나의 사치다. 이들과 함께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나가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지. 내가 결코 저 육중한 쇳덩이일 수는 없지.

오늘도 내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감사한 맘으로 해 나가자. 깊은 잠에 빠진 나의 가족을 위해, 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내가 사랑해야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2023. 5. 21)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우리는 긴 긴 철교 위를 달리는
쏜살같은 전철에 지친 몸을 싣고
우리는 그 강물에 빛나던 노을도 진
아, 어두운 한강을 건너
집으로, 집으로 졸며

우리는 신성한 노동의 오늘 하루
우리들 인생의 소중한 또 하루를
이 강을 건너 다시 지하로 숨어드는 전철에
흔들리며 그저 내맡긴 몸뚱아리로
또 하루를 지우며 가는가

창백한 그 불빛 아래 겹겹이 서로 몸 부대끼며
사람의 슬픔이라는 것이 다른 그 무엇이 아니구나
우리가 이렇게 돌아가는 곳도 이 열차의 또 다른 칸은 아닌가
아, 그 눈빛들 어루만지는 그 손길들

우리는 이 긴 긴 터널 길을 실려가는
희망 없는 하나의 짐짝들이어서는 안되지
우리는 이 평행선 궤도 위를 달려가는
끝끝내 지칠줄 모르는 열차 그 자체는
결코 아니지 아니지 우리는

무거운 눈꺼풀이 잠시 감기고 깜빡잠에 얼핏 꿈을 꾸지
열차가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찬란한 햇빛 세상으로
거기 사람들 얼굴마다 삶의 기쁨과 긍지가 충만한
살만한 세상 그 아름다운 사람들

매일처럼 이 열차른 기다리는 저 모든 사람들
그들 모두 아니 우리들 모두를 태우고
아무도 단 한 사람도 내려서는 안되지
마지막 역과 차량 기지를 지나
열차와 함께 이 어둔 터널을 박차고
나아가야지 거기까지 우리는
꿈을 꿔야지 함께 가야지 우리는 우리는
나아가야지 거기까지 우리는 우리는
꿈을 꿔야지 함께 가야지 우리는 우리는
나아가야지 거기까지 우리는 우리는
꿈을 꿔야지 함께 가야지 우리는 우리는
나아가야지 거기까지 우리는 우리는
꿈을 꿔야지 함께 가야지 우리는 우리는
나아가야지 거기까지 우리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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