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삶의 이야기

글쓰기의 어려움

박찬운 교수 2023. 5. 14. 05:58

이곳에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글다운 글이 아니라면 굳이 올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일종의 강박관념이다. 누군가는 그런 내게, 그저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글을 써, 가볍게 올리면 되지 무슨 그렇게 고민을 하느냐고 한마디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생각해왔던 글을 쓰고 싶다.

오랜 기간 이곳에 들어와 남의 글을 보아왔다. 글 중에는 나를 피곤하게 하는 글도 많았다. 일부러 작정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려는 글. 허구한 날 세상과 사람을 재단하는 글. 과도하게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글. 이런 글들은 가끔 보면 흥미가 가지만 매일 본다고 생각하면 감당하기 힘들다.

내 글은 어떤 것일까. 혹시나 선생티 내는 글로 또 다른 피곤 거리를 주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나면 선뜻 글을 쓰지 못한다.

10여 년 전 이곳에 처음 글을 올릴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식이 우물 안의 개구리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나 온 사람들이란 고작 교수, 법률가 등등인데 이들은 대개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에 젖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들에 지쳤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대중적 글을 쓴 것은 2010년 경부터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연재했다. 명저 소개, 문명기행 등에 관해 100회 정도 썼다. 혼신의 힘을 다해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독자의 평도 좋았다. 그 글들은 연재 뒤 모두 인문 교양서로 출간되었으니 내 노력에 대한 작은 보상이 되었다.

오마이뉴스에 계속 글을 쓴다는 것은 나로선 쉽지 않았다. 공력이 너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전업작가도 아닌데 어떻게 대학교수가 그런 글을 매일 쓸 수 있겠는가. 그래서 몇 년 연재를 한 뒤 글쓰기를 중단했다. 그즈음 페이스북을 알게 되었다. 여긴 그 정도의 공력이 들어가지 않고도 글을 쓸 공간이었다. 품이 덜 들면서도 의미 있는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의미 있는 글. 그것이 무엇일까? 무엇보다 이 땅을 살면서 모두가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내 입장을 정리하는 글이다. 대체로 이것은 내 정치적 소신에 관계된 것인데, 나는 그런 글을 쓰는 것이 지식인의 세상에 대한 작은 책무라 생각했다. 내 관심사를 잘 정리해 세상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나로선 매우 귀중한 것이었다. 내가 읽은 책, 영화나 미술 감상, 여행 등등 소소한 듯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일상이다. 나는 거기서 내가 갖는 의문, 감동, 공감....이런 것들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이 공간을 이용해 글을 써왔다. 앞으로도 이 공간에 글을 쓴다면 그런 글을 쓸 것이다. 나의 바람은 내 글이 이 공간의 또 다른 피곤한 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만일 나도 별수 없이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라 깨닫는 순간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날 것이다. 3년의 공백 끝에 다시 글을 쓰니 부쩍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떠날 시간이 다가온 것인가?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이곳에 올리는 글은 나의 소중한 피붙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자세로 글을 쓴다. (2023.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