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영국이야기 34

영국이야기 31 프랑스의 로마, 님(Nimes)을 찾아

영국이야기 31 프랑스의 로마, 님(Nimes)을 찾아 프로방스에서 고흐의 흔적을 찾은 다음 내 발 길은 님(Nimes)으로 이어졌다. 아마 한국 사람들에겐 이 도시가 그리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님은 아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중요한 도시다. 더욱 이 도시는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 역사 도시로 빼어난 로마유적을 가지고 있어, 혹자는 이곳을 프랑스의 로마라고 부른다. 나는 3년 전 (나남출판사)출간할 정도로 로마문명에 관심이 많다. 유럽여행을 하면 어디를 가든, 로마문명과 관련된 유물이나 유적은, 내 방문 리스트에서 빠트리는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님은 내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만한 도시다. 이제껏 로마문명과 관련된 여러 도시를 가보았지만 프랑스에선 그런 도시를 가본..

영국이야기 30 내 친구 빈센트 반 고흐를 찾아 프로방스를 가다(2)

영국이야기 30 프로방스, 내 친구 빈센트 반 고흐를 찾아서(2)-고흐의 영혼이 숨쉬는 생레미- 고흐가 입원했던 생레미 생폴 정신병원 고흐의 흔적을 찾아 프로방스에 갔지만 두번째 목적지 생레미를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아를에 가기 전 구글 지도를 통해 확인해 보니 아를에서 생레미까지는 30여 킬로미터! 완행버스로 간다고 해도 한 시간 내에 닿을 거리다. 더군다나 고흐를 찾아 관광객들이 많이 올테니 아를-생레미 교통편은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겨울철 아를-생레미 교통은 하루에 버스 한 두 편이 전부였다. 여행 계획을 세우길 아를에서 생레미를 들러 님(Nines)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상황이 이러니 고민이 되었다, 오전 딱 한편의 버스라...이 버스를 타고 생레미에 들어갔다..

영국이야기 29 내 친구 빈센트 반 고흐를 찾아 프로방스를 가다(1)

영국이야기29 프로방스, 내 친구 빈센트 반 고흐를 찾아 (1)-고흐의 숨결이 살아 있는 아를- 아를 시내 한 가운데 있는 공화국 광장 국내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으니 외국에 있어도 마음이 편칠 않다. 나도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역사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럴 때는 어딜 여행한다는 게 꽤나 신경 쓰인다. 나 혼자 유유자적하는 것 같아 여러 사람들에게 죄송스런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여행! 나는 누구에게 어딜 간다는 소리도 못하고 조용히 런던을 떠났다. 프로방스 아를! 거긴 내가 런던에 있는 중에 반드시 가 봐야 할 곳으로 일찌감치 점찍어 놓은 곳이다. 2년 전 페이스북에 를 연재하면서도, 1년 전 그 글을 모아 책 를 출간..

영국이야기28 조지 오웰을 찾아-나는 왜 쓰는가-

영국이야기 28 조지 오웰을 찾아-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이 살았던 노팅힐의 캐논베리 스퀘어(Canonbury Square) 27번지를 찾아 즉석에서 동영상을 찍으면서 나레이션을 했다. 편집기술이 없어 현장에서 찍은 것을 그대로 올렸다. 나는 지난 5-6년간 많은 글을 써 왔다. 전공인 인권법 관련 글은 물론 그것을 넘어 다양한 내용의 대중적인 글을 썼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전공 관련 글은 의무감에서 큰 재미를 못 느끼며 썼지만 대중적인 글은 그것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고 기쁜 맘으로 썼다. 그렇다 보니 후자의 글이 압도적으로 많아졌고, 그게 책으로 발전해 이미 6권의 교양서를 냈다. 나는 왜 이렇게 글을 쓰는가? 무슨 목적으로 남들 다 자는 이 신새벽에 글을 쓰는가? 무슨 목적으로 SNS을 통해 그 ..

영국이야기 24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영국이야기 24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템즈강 가에서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을 바라보며- 런던 템즈강 변 엠반크먼트에 있는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라 불리는 오벨리스크 나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다. 아니, 누구보다 센 사람이다. 내 성격상 선진국에 왔다고 주눅이 들 사람이 아니다. 나도 알고 보면 애국적이다. 외국 친구들을 만나면 한국 자랑하느라 입에 거품을 내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니 영국이야기를 하면서 마냥 영국 좋다는 소린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런던에 와서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솔직히 이곳이 부럽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선진국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영국의 화려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우리의 그것들과 비교해서 낫기 때문만이 아니다. 제국주의 시대 세계를 호령..

영국이야기 23 도서관이 살아야 학문이 산다

영국이야기 23 도서관이 살아야 학문이 산다 영국도서관, 바로 여기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 도서관은 1753년 영국박물관이 개관하면서 그 하나의 소속으로 설립되었다. 1973년 영국박물관에서 독립해서 킹크로스 역 근처에 영국도서관(British Library)이란 이름으로 새롭게 재개장했다. 내가 우리나라 도서관을 생각할 때마다 항상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그 많은 도서관의 장서가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학교 도서관이나 국립도서관처럼 대형도서관에 있는 장서 중에는 단 한 번도 대출이 안 된 책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게 왜 그럴까? 도서관이 책을 찾아 읽는 장소가 아니라 그저 시험 공부하는 장소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의 대부분 도서관의 민낯이다. ..

영국이야기 22 사진으로 보는 삶과 죽음

영국이야기 22 사진으로 보는 삶과 죽음 룬드 공원묘지 주말을 맞이해 잠간 나들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스웨덴 룬드에 와 있습니다. 이곳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30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한 열흘 전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 에어 항공요금을 검색해 보니 왕복 요금 27파운드짜리 표를 발견하고 당장 사버리고 말았지요(이 가격이 임박해서는 열 배 이상이 됩니다). 그래도 명색이 외국을 가는 데 왕복 4만원! KTX 서울-부산 편도요금도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룬드는 제가 몇 년 전 1년간 살았던 곳입니다. 북구에서 가장 큰 대학인 룬드대학이 있는 교육도시입니다. 중세 시절엔 북구에서 가장 큰 종교도시였지요. 시내 한 가운데에는 북구를 대표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룬드성당이 있습니다. 룬드 이..

영국이야기 21 서울 지하철이 그리운 런던 지옥철

영국이야기 21 서울 지하철이 그리운 런던 지옥철 영국박물관 근처의 홀번역의 저녁 시간, 승객들이 역사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렇게 역사 바깥 인도를 점령하고 있다. 매일 런던 거리를 걸으면서 생각나는 것은 한국의 그 무엇인가이다. 내 머리속에선 언제나 비교에 비교를 한다. 조선인 유길준은 1885년 이곳 런던에 도착했다. 그가 도착했을 무렵 런던에는 이미 지하철이 개통되어 있었다. 메트로폴리탄 라인을 포함해 4개 라인이 땅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유길준은 그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로부터 130여 년이 지난 2016년 또 한 사람의 유길준은 런던 이곳저곳을 다니며 생각에 잠긴다. ...... 런던이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 중 하나임이 분명하지만 우리 눈에는 불편하기 그지 없는 것도 여럿 있..

영국이야기 20 영국식 펍 한국에선 안 될까?

영국이야기 20 김영란법 시대에 맞는 영국식 펍 한국에선 안 될까? 일링 브로드웨이의 드레이튼 코트 호텔 펍의 비어가든 런던 생활이 다 좋은 게 아니다. 말동무 하나 없이 혼자 산다는 것은 가끔 고통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럼에도 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다행스럽다. 바로 펍(Pub)이다. 영국식 선술집 펍에 대해선 많이 들어왔지만 이제껏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제 런던에 와서 그 펍을 가보게 되니 잠시 외로움도 달랠 수 있고 영국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어 좋다.나는 요즘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에 한 번은 펍에 가서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낙이다. 이러다가 맥주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 했는데... ㅎㅎ 이 펍은 시내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고..

영국이야기 19 UCL에서 제러미 벤담을 만나다

영국이야기 19 UCL에서 제러미 벤담을 만나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 제러미 벤담을 이렇게 만났다. UCL 본관에서. 런던에 오면서 버트런드 러셀과 함께 꼭 만나고 싶었던 인물이 있었다. 러셀이 태어나기 한 세기 전(정확하게는 124년 전)에 태어난 철학자 제러미 벤담(1748-1832)이다. 철학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The greatest happiness of the greatest number)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게 공리주의의 정수인 바, 철학자 벤담에서 비롯된 말이다. 공리주의 철학에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ㅡ공리주의는 소수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최대다수의 행복만 추구하니 거기에서 소외되는 최소의 소수자는 불행해질 가능성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