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영국이야기 34

영국이야기 18 내 친구 콜라월레 올라니안

영국이야기 18 내 친구 콜라월레 올라니안 내 친구 콜라월레 올라니안과 함께 엠네스티 인터네셔널 런던 국제 사무국 앞에서 영국이야기를 하면서 이 친구 이야기를 뺄 순 없다. 콜라월레 올라니안(약칭 콜라). 그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법률가로 현재 엠네스티 인터네셔녈(국제사면위원회) 국제사무국의 선임 법률자문관이자 저명한 국제인권법 학자다. 그의 최근 저서 (Corruption and Human Rights in Africa)은 부패와 인권과의 관계를 규명하고 인권적 측면에서 해결책을 접근한 책으로 학계에서 주목 받는 책이다. 그에 의하면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패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서 법률적 책임을 지울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이 부패는 일반 시민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영국이야기 16 과거를 잊지 않는 사람들

영국이야기 16 과거를 잊지 않는 사람들 생 폴 대성당 앞에 있는 2차대전 런던 대공습 시 희생된 소방관들을 위한 추모 조각상 한국은 과거를 너무 쉽게 잊는다. 이 말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리 큰 사건이 일어나도, 전국이 초상집 같은 비극이 일어나도, 시간만 가면 잊는다. 열거할 수 없는 비극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놈의 망각이 비극의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국은 어떤 악당도 살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우병우가 연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지금 이런 말을 되뇌길 것이다. ‘시간만 가라, 또 사건이 터질 테니, 그러면 나는 산다.’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한 사회가 공감의 사회라는 증거다. 비극의 당사자가 그래도 살 수 있는 것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

영국이야기 15 ‘목마와 숙녀’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를 찾아

영국이야기 15 ‘목마와 숙녀’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를 찾아 타비스톡 공원 내의 버지니아 울프 동상, 누군가가 이른 아침 꽃 한 다발을 올려 놓았다. 누굴까? 내가 버지니아 울프란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학창시절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알고부터이다. 한국전쟁이 휩쓸고 간 그 좌절과 혼돈의 시절에 그런 감성적인 시를 썼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거기에서 보게 된 이름이 버지니아 울프. 시는 설명이 없지만, 나는 거기에서 그녀가 지적이지만 슬픈 존재임을 알았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

영국이야기 14 위엄과 권위의 전당 Royal Court of Justice

영국이야기 14 위엄과 권위의 전당Royal Court of Justice 왕립재판소 입구 나는 변호사 시절 매일 같이 법정을 오갔다. 거기서 각종 송사를 경험하면서 법률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 시절 나는 우리 법정에 불만이 많았다. 그 중 하나는 법정이 도대체 위엄도 권위도 없다는 것이었다. 법정을 가면 도떼기 시장을 방불할 때가 많았다. 변호사들은 먼저 재판을 받으려고 새치기를 하는가 하면 방청객들은 재판 도중에도 들락날락 하면서 엄숙한 분위기를 깨기 일쑤였다.법정이란 공간은 한 인간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엄청난 공간이다. 때문에 이런 권한을 행사하는 법정의 위엄과 권위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일 법정이 그것을 잃는다면 한 사회의 질서는 사망을 고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우리 법원(법..

영국이야기 12 런던에서 칼 맑스의 흔적을 찾다

영국이야기 12 런던에서 칼 맑스의 흔적을 찾다 런던에 오면서 기회가 있는대로 인류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상가들의 흔적을 찾고 싶었다. 17세기 이후 영국은 세계의 중심이었으니 위인이라 불리는 인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사상가 중 상당수가 영국에서 탄생하거나 영국을 배경으로 활동하지 않았던가. 그 중 한 사람이 칼 맑스. 잘 알려진대로 독일 태생의 맑스는 65년 생애의 절반 이상을 런던에서 보냈다. 그는 장년 이후 이곳에서 을 썼고,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침에 갑자기 칼 맑스 생각이 나 구글 검색을 해보니, 그의 묘지가 마침 내가 머물고 있는 East Finchley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알았다. 당장 그곳을 찾아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자못 흥분되는 마음으로..

영국이야기 9 런던에서 나의 친구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영국이야기 9 런던에서 나의 친구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 나는 이 동영상을 내셔널 갤러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 만들었다. 편집기술이 있다면 멘트가 틀려도 그냥 만든 다음 집에 와서 자르고 붙이면 될 텐데, 그런 기초적인 기술도 아직 터득치 못한 관계로, 단 한 번에 엔지 없이 녹화해야 했다. 말 한마디만 버벅대도 지우고 또 지우고해서 이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작년 한 권의 책을 냈다. . 페이스 북에 고흐 그림 설명을 연재했고, 그 연재가 끝나자 책으로 엮은 것이다. 나는 유럽의 미술관을 순례할 때마다 고흐의 그림을 최우선적으로 본다. 고흐는 생전에 10년 정도 작품활동을 했지만 누구보다 많은 그림을 남겼다. 900 여 점의 회화작품과 1,100 점 정도의 드로잉! 그런 이유로 유럽의 유명 미술관엔..

영국이야기 8 영국 의사당에 '칼레의 시민'이 있는 이유

영국이야기 8 영국 의사당 옆에 '칼레의 시민'이 있는 이유 일요일 오후 템즈강변을 걸었습니다. 어느새 시야에 영국 국회의사당과 시계탑 빅벤이 보였습니다. 몇 번 이곳에 왔습니다만 올 때마다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곳이 바로 의회민주주의이 본산이기 때문입니다. 매주 수상과 의원 들이 질문과 답변으로 격렬하게 토론하는 곳이 이곳입니다. 우리의 정치현실을 생각하면 꿈 같은 일이 저곳에서는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국의사당은 원래 왕이 사는 웨스트민스터궁이었습니다. 700년 전부터 영국의 왕은 국가의 중요한 일을 논의하기 위해 귀족들을 불러 상의했고, 그것이 의회로 발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웨스트민스터 궁의 용도는 국왕거처가 아닌 국회의사당으로 변해버린 것이지요. 영국의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이 무엇일까요?..

영국이야기 7 더블린의 감동

영국이야기 7 더블린의 감동 더블린에 잠시 왔습니다. 런던에서 더블린은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습니다. 저가항공 라이언 에어를 타니 왕복 10만원도 채 되지 않는군요. 서울에서 제주도 간다 생각하면 될 정도입니다. 더블린 거리를 거닐면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일견 더블린은 영국입장에서 보면 시골 동네에 불과합니다. 건물 하나하나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규모도 작고 예술성도 떨어집니다. 영국에 사는 사람들이 일부러 돈 들여 이곳에 올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문학이 탄생했습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버나드 쇼, 윌리엄 에이츠, 사무엘 베켓, 셰이머스 히니가 바로 이곳 아이랜드 더블린 출신입니다. 그뿐만입니까.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나탄 스위프트도, 아니 문학사의 한 획을 긋는 제임스 조이..

영국이야기 6 버트런드 러셀의 세 가지 열정

영국이야기 6 버트런드 러셀의 세 가지 열정 “사랑하라, 진리를 추구하라, 인류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라” 이 영상은 필자가 2016년 8월 22일 런던 교외 리치몬드의 펨브로크 롯지에 가서 제작한 것이다.(필자 제작) 나는 버트런드 러셀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내가 그를 제대로 안 때로부터 ‘나는 러셀처럼 살다가, 러셀처럼 죽고 싶다’는 꿈을 간직해왔다. 오늘 나는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아래의 말은 오래 전부터 우리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었던 것이다. 러셀이 보내는 메시지다. 나는 학기 초가 되면 다음과 같은 러셀의 말로 수업을 시작한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

영국이야기 5 무모한 그 운전에 대해

영국이야기 5 무모한 그 운전에 대해 영국의 라운드어바웃, 이 도로에 적응하는 것이 영국운전의 관건이다. 제가 매우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이라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저는 의외로 매우 즉흥적이고 허술한 사람입니다. 그저 될 대로 되겠지 하면서 일을 진행하는 ‘될 대로 주의자’ 이기도 합니다. 8월 10일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이곳 학교에 출근하기로 한 시일도 보름 정도가 남아 있어서 그 기간을 이용해 여행을 해보자는 것이었지요. 처음엔 기차표를 끊어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를 두루 다녀 볼까 생각했지만 두 가지 이유로 포기했습니다. 하나는 저와 집사람이 그렇게 여행하기에는 여행경비가 너무 드는 것이었습니다. 갑부가 아니잖습니까? 영국에선 교통비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