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갱스터 영화의 고전, <대부>(The Godfather)

박찬운 교수 2020. 8. 16. 20:01

 

 

 

 

 

굳이 이 영화에 대해 리뷰를 쓸 필요가 있을까... 여기저기 너무나 많은 글들이 있는데... 이런 글이 또 필요할까? 그럼에도 간단히 기록을 남기기로 한 것은 솔직히 나를 위해서다. 보고 나면 며칠을 버티질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내 기억력에 남겨두긴 너무 아까운 영화다(과거 기억력으로 먹고 산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못내 씁쓸하다. 이게 나이를 먹어간다는 고백이다. ㅠㅠ). 조금이라도 이 기억을 길게 가지고 가기 위해서는 기록을 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이제껏 이 영화를 끝까지 본 적이 없다. 보기로 마음을 먹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앞부분 조금 보다가 그만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것은 약간의 부담 때문이었다. 이런 저런 일로 바쁘게 사는 사람이 상영시간 3시간의 영화에 집중한다는 것은 여간 쉽지 않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런 부담감은 마치 일본 소설 <대망>(야마오카 소하치가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전 26권), ‘도쿠가와 이에야스’. 한국에서 ‘대망’이란 제목으로 번역됨)을 읽을 때, 그 볼륨에 놀라 첫 장을 넘기지 못하는 심정과 유사하지나 않을까. 더욱 이 영화는 속편 두 개가 더 나와 있다. 이왕 보게 되면 그것까지 다 봐야 이 영화를 보았다는 말을 할 텐데... 내가 그런 시간을 낼 수 있을까?

마침내 1972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에 만들어진 갱스터 영화 <대부>(I)(The Godfather) 집중해서 보았다. 이 영화를 보고난 뒤 내 입에서 튀어 나온 첫 마디는 ‘명불허전!’ 내 영화감상에 새로운 지평을 연 기분이다.

 

이 영화의 시작은 비토의 딸 코니의 결혼식이다.

 

<대부>는 마리오 푸조의 소설 ‘마리오 푸조의 대부’(Mariao Puzo’s Godfather)의 저작권을 파라마운트가 사들여 영화화한 것으로 이태리 계 감독인 코폴라에 의해 이제껏 3부작(1972, 1974, 1990)으로 만들어 개봉되었다. 1972년 개봉된 <대부>(I)는 자타공인 미국 영화사상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미국영화연구소(American Film Institute)가 2007년 미국 영화 100년사를 정리하면서 선정한 100대 영화에서도 이 영화는 2위로 선정되었다. 1위로 선정된 ‘시민 케인’은 1940년대 작품이니, <대부>(I)가 현대 미국 영화중 최고의 영화라고 말해도 결코 과언은 아니다.

 

비토와 세 아들(소니, 마이클, 프레도)

 

<대부>(I)은 이태리 계 이민자 출신 마피아 보스 비토 코를레오네(마론 브란도)의 흥망성쇠를 다룬 것이다. 비토는 고향 시칠리아에서 마피아에 의해 가족이 풍비박산이 된 후, 뉴욕으로 이주해, 마피아 패밀리 중 가장 강력한 조직을 만든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의 마피아는 균열이 시작되는 데, 그 결정적 계기는 경쟁 마피아인 타타글리아 패밀리의 지원을 받는 솔로초(알 레티에리)가 찾아와, 마약사업을 제안하는 것을 거절하면서부터다.

비토는 비록 검은 세계에서 일하지만, 그 세계에도 금기가 있음을 아는 사람이다. 그는 마피아가 마약거래를 하는 순간 사회적으로 설 수 있는 기반을 잃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비토의 태도에 타타글리아 패밀리는 비토의 행동대장 루카 브라실를 죽이고, 급기야 백주 대낮에 비토를 향해 총을 난사한다. 다행스럽게도 비토의 운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비토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다.

비토가 사경을 헤맬 때 아버지 비토를 대신해 조직을 이끈 이는 비토의 큰 아들 소니(제임스 칸). 그는 다혈질적인 인물로 타타글리아에 대해 보복을 감행한다. 이때부터 영화의 중심은 비토의 3남 마이클(알 파치노)로 전환된다.

 

마이클(알 파치노)

 

마이클은 어린 시절부터 비토가 의도적으로 마피아의 사업과는 거리를 두도록 키운 자식. 비토는 마이클이 마피아 가족을 넘어서 주지사나 상원의원이 되도록 교육시켰다. 그런 영향으로 마이클은 2차 대전 중 해병대에 입대해 참전함으로써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를 한다. 마이클은 전쟁이 끝난 후, 뉴욕에 돌아와 학교 교사인 케이(다이안 키튼)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달콤한 미래를 계획한다.

 

마이클과 첫 아내 아폴로니아의 결혼

 

그런 마이클이 아버지가 죽음 일보직전까지 가자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 형이 이끄는 코를레오네 패밀리는, 마피아 전쟁을 대화로 해결하자며 타타글리아 쪽에, 3자회담(마이클, 솔로초, 타타글리아 패밀리를 돕는 뉴욕 경찰서장 맥클루스키)을 제안한다. 이것은 마이클이 솔로초와 맥클루스키를 살해하기 위한 연막전술.

마이클은 패밀리의 행동대장 클레멘차(리차드 카스테야노)가 식당 화장실에 숨긴 권총으로 이들 둘을 살해하는 데 성공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마이클은 본격적으로 마피아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피신처인 시칠이라에서 결혼을 했지만 그곳까지 상대 마피아의 손길이 뻗쳐 차량폭파로 아내를 잃고 만다.

 

솔로초와 맥클루스키를 쏘는 마이클

 

한편, 소니는 여동생 코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매제 카를로를 길거리에서 반쯤 죽일 정도로 흠씬 팬다. 한번만 더 동생에게 손을 대면 죽여 버릴 거라는 위협과 함께. 이것이 카를로의 배반을 가져오고, 소니는 또 다른 마피아 보스 바르지니의 부하들의 기관총 난사로 살해된다. 코를레오네 가문의 최대 위기가 찾아 온 것이다.

비토는 더 이상 자식들을 잃지 않기 위해, 다른 마피아 패밀리에게 휴전을 제안하고, 마약거래에 대한 반대를 거둬들인다. 이로서 마이클은 뉴욕으로 귀환하고 조직의 보스로 등극하며, 옛 연인 케이와 결혼한다. 마이클은 케이와 결혼하며 앞으로 가문의 사업은 합법적인 사업으로 바꿀 것임을 약속한다. 그러나 이런 약속이 가능할까?

 

새로운 보스로 등극한 마이클과 아버지 비토

 

마이클은 조직의 2인자이자 어드바이저인 톰 헤이건(로벝 듀발, 패밀리 변호사)에게 뉴욕을 떠나 라스 베가스로 갈 것을 요구하고, 대신 아버지 비토가 헤이건의 역할을 자임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비토가 심장마비로 죽은 다음 마이클이 조직을 재건하는 과정이다. 무자비하고 냉혈한이 된 마이클은 적대적인 마피아를 쓸어버릴 계획을 세운다. 그 계기는 비토의 장례식에서 오랜 기간 패밀리의 행동대장으로 일해 온 테시오로부터 바르지니가 양자회담을 원한다는 전갈. 비토는 죽기 전 바르지니와의 회담을 주선하는 자가 조직의 배반자라고 일러준 바 있다. 마이클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코니의 아들 세례가 있는 날, 마이클은 대부로서 성당의 제단 앞에 섰다. 그 시간 패밀리의 행동대원들은 바르지니를 포함 적대적 마피아 조직원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한다. 조직의 배신자인 테시오는 물론 매제인 카를로도 죽임을 당한다. 코를레오네 패밀리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마이클에 의해 재건된다.

 

새로운 보스 마이클에게 행동대장들이 충성을 서약한다.

 

엔딩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다. 동생 코니가 마이클에게 자신의 남편을 살해했다고 따지면서 오열한다. 케이가 마이클에게 묻는다. 그것이 사실이오?” 마이클이 케이에게 답한다.아니오.” 케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마이클과 포옹한다. 엔딩은 옆방에서 케이가 조직의 행동대장들이 마이클에게 다가와 충성을 맹세하는 것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이 커플의 암울한 미래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케이가 옆 방에서 충성서약하는 장면을 보면서 의미심장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간단하게나마 <대부>(I)를 정리했다. 3시간에 걸친 긴 이야기였지만 몰입의 순간부터는 상영시간을 의식할 수 없다. 40대의 나이에 60대의 마피아 보스 비토 역을 맡은 마론 브란도(브란도는 이 연기로 197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함), 유능하고 선량한 청년에서 냉혈적인 마피아 보스로 재탄생한 마이클 역의 알 파치노(1993년 ‘여인의 향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의 탁월한 연기는 이 영화를 영화사의 영원한 고전으로 남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갱스터 영화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감독 코폴라와 원작자 겸 각본 저자인 마리오 푸조의 역할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이 영화의 수훈갑이다.

사족 하나. 이 영화 곳곳에서 만나는 하나의 대사.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거야.”(I’m gonna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이것은 비토나 그의 조직원들이 상대를 위협하는 위엄 있는 말이다. 거절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뜻. 미국 100년 영화사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대사 중 하나다(미국영화연구소에 의하면 역대 2위).

사족 둘. 니노 로타가 작곡한 이 영화 주제가 Speak Softly, Love 는 영화사에서  길이 남을 명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