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검찰개혁

검찰개혁, 진실을 놓치지 않는 개혁이어야 합니다

박찬운 교수 2025. 7. 2. 11:10

검찰개혁, 진실을 놓치지 않는 개혁이어야 합니다

-검찰개혁의 10가지 고려사항-



(저는 검찰개혁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저는 어떤 정치세력과도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 지위에 있습니다. 제 이야기는 개혁의 주류세력과 기본적 방향에선 같으나 몇 가지 면에서 다릅니다. 수년에 걸친 나름의 고민 속에서 얻어낸 결론입니다.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제 이야기를 여기에서 다시 간단히 요약해 말씀드립니다.)


1.검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검찰은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에 이르는 막강한 권한을 쥐고 스스로 권력이 되었습니다. 편파적 수사로 국민적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려 왔습니다. 검찰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구조는 단호히 바꿔야 합니다. 검찰개혁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되살리기 위한 필수적 과제입니다.


2. 수사·기소 분리, 그 취지에 공감합니다

검찰권의 비대화를 해소하고 권한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자는 원칙에는 충분히 공감할 이유가 있습니다. 검찰은 직접 수사에서 손을 떼고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국민적 요구가 되었습니다.


3. 그러나 이상만 좇아서는 안 됩니다

제도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단절하면 수사 단계에서 벌어지는 편향과 오류를 제대로 바로잡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입니다. 경찰이 수사권을 독점할 때 권한 남용과 무책임은 검찰의 수사 남용보다 오히려 더 파괴적일 수 있습니다.


4. 검찰청 없애고 공소청 만들자는 게 개혁의 전부일 수 없습니다

지금 개혁 주류세력이 외치는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청을 만들자”는 구호는 마치 간판만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국민을 오도합니다. 속전속결로 제도를 갈아치우는 방식으로는 정의도 신뢰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무모한 모험에 불과합니다.


5. 실체적 진실이 훼손되는 개혁은 개혁이 아닙니다

검찰의 경찰 수사 통제가 느슨해지고 보완 수사권마저 완전히 제거한다면 수사가 지연되고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위태롭게 됩니다. 피해자 보호와 신속한 정의 실현은 일대 위기에 처해 질 수 있습니다. 빈대 한 마리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습니다.


6.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수사 개혁이 필요합니다

검찰개혁은 검찰권 남용을 방지하기 필요하지만 국가의 범죄 억지 기능을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수사 구조는 간명하고 일선 현장에서 집행하기에 무리가 없어야 하며, 실무 혼란과 책임 공백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됩니다. 개혁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국민 대다수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7. 개혁은 과도하거나 복잡해선 성공하기 힘듭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수사구조는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현장 수사관도 제대로 절차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수사 구조는 간단하고 명료해야 집행이 용이합니다. 지금으로선 검찰의 수사개시권만 완전 박탈(송치 후 보완수사 가능)해도 커다란 효과가 나타나는 구조개혁이 될 겁니다.


8. 개혁의 출발점은 형사소송법 개정입니다

개혁의 구체적 출발점은 우선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것입니다.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형소법의 체계 속에 분명히 자리 잡게 해야 합니다. 그 핵심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습니다. “경찰은 범죄의 혐의가 있는 경우 수사를 개시한다. 검찰은 경찰 수사의 적법성을 통제하며, 사건 송치 후에는 필요한 보완수사를 수행한다.” 이러한 원칙을 형사소송법의 기본 규정으로 삼고, 그에 맞춰 수사 절차를 정비하며, 검찰청법과 관련 법령을 순차적으로 개정(제정)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개혁의 순서입니다.


9. 또 다른 암울한 미래를 만들어선 안 됩니다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였던 조국 사건은 결코 다시 일어나선 안 됩니다. 그러나 그 방지책이 99%에 달하는 일반 형사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갉아먹고 정의 실현을 가로막는 또 다른 암울한 미래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진실과 정의가 흔들리지 않는 검찰개혁만이 국민을 위한 개혁입니다.


10. 검찰개혁이 잘못되면 정권의 위기로 돌아올 겁니다.

검찰개혁은 진보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검찰개혁의 성과는 국민이 평가할 겁니다. 국민은 개혁으로 검찰권 남용이 억제되었는지, 국가의 범죄 억지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는지의 기준으로 평가할 겁니다. 이 평가에서 멀어진다면 검찰개혁은 이재명 정부의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겁니다. (2025.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