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검찰권 행사 이대로 둘 순 없다

박찬운 교수 2019. 3. 23. 21:20

검찰권 행사 이대로 둘 순 없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직을 강요했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이 사건이 과거 유인촌 문화부장관이 전임정부 시절 임명된 산하단체장을 찍어냈던 사건과 비견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당시 유장관은 아무 일 없이 장관직을 끝냈다. 과연 검찰의 영장청구가 정상적인지, 과도하지는 않은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초기부터 검찰을 대하는 방법이 전임 정권과는 판이했다. 전임정권은 검찰을 청와대의 하명 수사기관으로 완벽하게 복무시켰다. 검찰을 잘 아는 비서실장(김기춘)과 민정수석(우병우)를 통해 검찰인사를 장악하고 그들의 측근을 핵심 포스트에 포진시켰다. 그런 이유로 검찰은 곧잘 정권의 구미에 맞는 정치적 사건을 골라내 수사했고,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 이것이 촛불탄핵의 원인 중 하나였다.

문재인 정부는 전임 정부와 같은 방식의 검찰 길들이기를 완전히 포기했다. 그것의 상징적 표징은 학자 출신의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의 조합이다. 이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검찰을 제도적으로 개혁하자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경 간을 견제와 균형의 관계로 만들어 형사절차의 전면적 개혁을 추진하고, 공수처를 만들어 검찰권 남용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개혁은 검찰출신이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을 맡는 한 불가능하다는 인식 하에, 대통령은 두 명의 학자를 기용했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정치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선의정치가 지난 2년 동안 철저히 악용되고 있다. 때론 검찰이 조직보호를 위해서, 때론 정치권과 언론이 정권을 공격하기 위해서, 심지어는 비리위기에 몰린 개인이 몰락을 모면하기 위해서 이것을 이용한다.

현재의 분위기에선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흐르는 검찰 수사에 조금도 관여하기 어렵다. 만일 어떤 사건에서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다면, 검찰은 반발하고, 야당과 보수언론은 부당한 개입이라면서 대통령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기 십상이다.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대변인을 통해 우려를 표하는 것인데, 그것마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비난의 십자포화를 쏘아댄다. 전임 정권에선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이 정부에선 당연하다는 듯이 속절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이 지속되다보니 지지층마저 청와대의 무능을 탓하는 상황이 되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검찰 권력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것은 종국적으로 대통령의 몫이다. 우리나라의 법은 대통령의 그 의지를 법무부장관을 통해서 관철시키도록 하고 있다.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다. 이런 원칙에 따라 이제 뭔가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노무현 정권의 실수가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 곧 집권 2기에 들어가면서 청와대의 검찰권 통제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정치가 종국적으로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고통의 과정이 뒤 따라 온다고 해도 과거와 같이 청와대가 검찰권을 직접 장악하면 절대로 안 된다. 그것이야 말로 촛불혁명에 대한 모독이다. 청와대는 제도개혁에 집중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민정수석은 검찰출신 아닌 (사법의 큰 숲을 볼 줄 아는) 법률가나 법학자가 맡는 것이 당분간 필요하다. 

하지만 법무부장관은 그렇지 않다. 법무장관은 대통령의 선의정치를 검찰권에 직접 반영시켜야 할 지위에 있다. 특정 사건에서 무리하고 부당한 수사가 진행된다면 그것을 통제해야 할 임무가 있다. 그것을 위해선 학자출신의 장관은 적절치 않다. 그것은 검찰을 잘 아는 (소위 그립이 강한) 법률가가 할 일이다. 법무조직에 긴장감을 주고 인사권과 지휘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법무장관을 맡음으로써 대통령의 검찰개혁의 의지를 실천해야 한다.(2019.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