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비핵화의 관점 갖기

박찬운 교수 2019. 3. 12. 10:40

비핵화의 관점 갖기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언론에선 연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그 분야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신문에 글을 쓰고 방송에 출연해 논평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로선 이들의 말을 선뜻 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비핵화에 관한 기본적 관점에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에 대해 한 마디 한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까?

1. 북한 비핵화는 그 자체로 절대적 선인가?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절대적 선이자 절대적 명제로 인식한다. 이런 태도는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주류 언론과 전문가들의 태도이기도 하다. 여기엔 조건을 걸 수도 없고 토를 달아서도 안 된다. 북한은 사악한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나라가 핵무기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선 북한이 핵무기와 관련된 무슨 일만 해도 국제사회에 위험스런 행동으로 간주한다. 

미국이 전 세계를 수 십 번 멸망시킬 수 있는 핵보유국이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임에도, 그쪽으론 조금도 비난의 화살을 쏘지 않고, 오로지 북한만 적대시하는 태도가 과연 정당한가. 분명한 현실은 최근의 비핵화 논의에선 한반도 남쪽의 그것은 빠졌다는 사실이다. 남한은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의해 언제든지 핵무기 전개가 가능한 곳임에도 우리는 지금 북한의 비핵화만 말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부당한 일임에도 이런 현실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나 우리가 북한을 보통국가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이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2. 그럼에도 북한 비핵화는 필요한가?

비핵화를 한반도 전체로 확대해 논의하지 않고 북한만 문제 삼는 게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것은 하나의 상수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을 갖고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운반수단을 고도화 해 위협하면 미국은 전쟁을 해서라도 그것을 저지시킬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북미의 긴장을 높여 한반도의 평화를 결정적으로 해치는 원인이 된다.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이런 현실적 위험성 때문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선 미국 편에 서서 북한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

3. 북한은 핵무기가 왜 필요한가? 북한 비핵화는 왜 어려운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국제사회, 특별히 미국을 겨냥한 협상용이다. 북한 핵무기는 상식적으로 보아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용 무기가 아니다. 한반도 전쟁용 무기는 북한에 이미 차고도 넘친다. 휴전선 이북의 장사정포는 서울을 직접 타격할 수 있고 실전배치한 중단거리 미사일은 남한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 만일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공멸을 각오해야 한다. 공격을 당한 미군은 즉시 핵무기로 북한을 초토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지도층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런 전쟁을 일으킬 순 없다. 

북한은 한국 전쟁 이후, (그들 입장에선) 최악의 수퍼 파워인 미국으로부터 항시 체제 및 안보위협을 당해 왔다. 이 상황에서 미국과 대등하게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선 핵무기 보유밖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온갖 고난의 행군 속에서도 핵무기 개발을 하도록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니 미국으로부터 자신의 체제와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받기 전엔 핵무기를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비핵화의 속도에 따라 행동 대 행동의 방식으로 제제완화,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다.

4.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우리와 미국의 이해관계는 같은가?

위에서 본대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미국을 겨냥한 협상용이기 때문에 우리와 미국의 이해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이해관계는 직접적인 반면 우리의 그것은 간접적이다. 미국은 북핵이 직접적 위협이지만 우리에겐 안정적으로 관리만 된다면 북핵과 공존할 수 있다. 이렇게 다른 이해관계 속에 있기 때문에 우리의 북한 비핵화 정책은 미국과 다를 수밖에 없다. 무조건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에 동조할 수 없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 비핵화에 동의하되, 미국의 접근방식을 우리 식으로 해석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 

5.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남북대화를 촉진해 화해를 도모하고 북미대화를 조정해 그 관계를 정상화시켜 항구적인 평화정착으로 나아가려는 문대통령의 의지를 의심할 수 없다. 다만 북한 비핵화의 본질이 위와 같기 때문에 궁극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보여 준 패권적 성향의 미국, 이에 자존심을 구긴 북한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조정 중재가 빛을 발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다. 남북협력으로 돌파구를 찾고 싶어도 미국이 허락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으니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 지금으로선 시민사회가 정부의 남북협력 정책과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힘을 실어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긴 호흡을 하면서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야 한다.(2019.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