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고독과 슬픔

나는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가

박찬운 교수 2024. 2. 20. 04:30
우연히 한 페친이 올린 글을 읽다가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그가 최근 책을 냈다는 것이다. 그의 담벼락을 찾아가 보니 바로 내가 아는 그 사람이다. 세월은 흘렀지만 바로 알아 볼 수 있었다. 얼굴은 예전의 그가 아니지만 중후하게 늙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잘 살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인이자 수필가, 걸어 다니는 인문학자가 되어 있었다.
내가 그를 안 것이 조금 있으면 40년이 된다. 젊은 시절 강원도 어느 부대에서 그를 만났다. 제대한 뒤 한두 번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어쩌다 보니 차 한잔 같이 마시질 못했다. 그저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었을 뿐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페친의 담벼락에서 그의 소식을 들으니 내 무심함에 미안함을 느낀다. 30년 이상의 시간이 이렇게 순식간에 흘렀다 생각하니 놀랍기도 하다.
그렇지만 세월은 헛되지 않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멋진 글쟁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늦게나마 축하의 말을 보낸다. 오늘 당장 그의 책을 주문해 읽으면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봐야겠다.

먼발치에서 그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나 또한 그처럼 늙어가고 있는 것일까?

새벽녘 판례 평석 작업을 마치고 잠시 들어와 본 페북에서 늙어가는 나를 발견한다. (2024.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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