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윤석열의 난

내가 사령관들의 변호인이라면

박찬운 교수 2025. 1. 28. 15:13

내가 사령관들의 변호인이라면

-진실과 정직, 참회와 겸손 외에 무슨 변호 전략이 있을 것인가-

 

 

(이 글이 이번 불법 비상계엄으로 구속된 사령관들에게 전달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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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령관들의 변호인이라면

이번 내란 사태에서 제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 중 하나는 거의 50년 만에 군인들이 정치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박정희와 전두환을 거쳐 문민정부에 들어서면서 군의 정치 개입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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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내란 사태에서 제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 중 하나는 거의 50년 만에 군인들이 정치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박정희와 전두환을 거쳐 문민정부에 들어서면서 군의 정치 개입은 영원히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이제 군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런 믿음이 이번에 깨졌습니다. 윤석열은 그날 밤 대한민국을 단번에 민주주의 후진국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러니 윤석열 뿐만 아니라 이번 불법 계엄에 참가한 군인들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들 군인의 변호인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 봅니다. 어떤 범죄인도 변호는 받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만일 저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윤석열 변호인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변호하겠습니다. 그 전략은 철저하게 피고인의 진실과 정직, 참회와 겸손을 재판부와 국민께 보여주는 겁니다. 그 외에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그 외에는 형량을 줄일 묘책이 없습니다.

 

여기 가상의 진술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곧 탄핵 심판정에 증인으로 나올 사령관 중 어느 한 사람이 제 의뢰인이라면 저는 이렇게 윤석열이 있는 가운데 진술할 것을 조언할 겁니다. 이것이 이번 내란 사태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는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를 형사법정에서도 견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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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관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군인입니다. 국가에 충성하고 명예를 존중하는 군인이자 최정예 부대를 지휘한 대한민국 국군 3성 장군 000입니다.

 

저는 비상계엄 작전에 참여하면서 그것이 위헌인지, 위법인지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이 저의 과오였습니다. 적어도 병사를 지휘하는 사령관이라면 위법 부당한 명령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위법 부당한 명령이라면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그것을 거부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지 못하고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위법 부당한 명령에 따라 부하를 사지로 몰았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국헌 문란의 죄를 저질렀습니다. 부하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저는 저의 과오를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법적 책임도 달게 받겠습니다.

 

저는 어리석은 지휘관으로서 대통령의 지시와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의 본분으로 여기고 그날 밤 부하들에게 국회 진입을 지시하고 명령했습니다. 다행히 부하들은 이 명령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헌정 질서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하면 부하들이 나라를 살렸습니다. 그들이 현명했습니다. 저의 부대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하들이 소극적이라도 제 명령에 따른 것이 죄가 된다면 이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제 명령으로 그리 되었으니 책임은 오로지 제가 지겠습니다.

 

저는 대통령님께 이 자리에서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그날 밤 정령 저에게 의사당의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으십니까, 총으로 문을 깨서라도 들어가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으십니까.

 

대통령님은 이런 지시를 지금 부인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겁니까. 제가 그날 밤 제 부대원들에게 명령한 것이 대통령님과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면 유령이 저에게 지시를 했다는 것입니까.

 

대통령님이 그날의 진실을 가리고 저와 부하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든다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군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그것은 제 개인의 명예와 대한민국 군인의 명예를 짓밟는 일입니다. 군인은 명예로 사는 존재입니다. 명예를 짓밟는 행위는 군인의 생명을 뺏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아무리 어리석은 군인이라도 이것만은 참을 수 없습니다. 저는 어리석은 군인이지만 명예로운 군인으로서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헌정 질서를 문란한 죄를 참회하면서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대통령님이 계속 진실을 가린다면 저는 대통령님을 군통수권자로 모실 수 없습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님을 믿고 사지에 뛰어든 군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마십시오. 정치에 개입할 수 없는 군인을 정치에 개입시킨 것에 사과하십시오. 군인들이 최소한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당장 그날의 진실을 말씀하십시오.

(2025.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