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ssays/용기있는 삶

일요단상, 아브라카다브라! Abracadabra!

박찬운 교수 2019. 10. 30. 05:29

아브라카다브라. 이 말의 연원에 대해선 확실히 아는 이가 없다. 다만 많은 학자들이 이 말은 고대 히브리어나 아람어에서 왔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 두 언어에 비슷한 발음의 말이 있는데, 그 뜻은 대체로 ‘내가 말한 대로 될지어다’ 정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는지 오래 전부터 서양 마술사들은 관중 앞에서 곧 깜짝 놀랄만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면서, 이런 주문을 외운다. 아브라카다브라!

내겐 블로그가 있다. chanpark.tistory.com. 4년 전 이곳 페이스북에 쓴 글 중 버리기가 아까운 글들을 모아 글 창고로 만든 블로그다. 그 이름이 ‘박찬운의 아브라카다브라’. 이 블로그를 만들 때 내 마음은 이런 것이었다. ”나는 말하노니, 이 말이여, 꼭 이루어지라!“ 나는 지금도 이 말을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아브라카다브라, 아브라카다브라...... 내가 이곳에서 한 말 제발 이루어지소서!

우리는 이곳에서 많은 말들을 쏟아낸다. 최근엔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등이 화두다. 그것은 많은 이들의 한결같은 희망이자 염원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힘이 점점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검찰의 조직적 반대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년간은 정부 방침에 조심스런 반론을 펴다가, 조국 수사 이후 승기를 잡았는지, 이젠 공개적 반대의 양상까지 보인다. 그만큼 정권의 힘이 약해졌다는 반증이다.

마술사가 주문만 외운다고 깜짝 놀랄만한 일이 우리 앞에 펼쳐지진 않는다. 그것이 우리 눈 앞에 나타나기 위해선 피눈물 나는 마술사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는 관중이 알 수 없는 완벽한 눈속임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그것을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마술에 적용한 다음 아브라카다브라를 외쳐야 한다. 만일 여기에 일말의 오차라도 발생하는 경우, 그는 관중의 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나도 당신도 그리고 우리가 뽑은 대통령도 염원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주문을 외운다고 해도 그것만으론 불가능하다. 주문을 외우기 전에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 반대자를 꺾을 수 있는 논리, 반대자의 힘을 꺾을 수 있는 더 큰 힘, 좌고우면하지 않는 굳은 의지... 이것들이 전제되고 그 마지막에 아브라카다브라를 외쳐야 한다.

지금 우리는 준비 없이 아브라카다브라만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일요일 아침의 단상이다.

(2019.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