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태국의 보석 치앙마이

태국의 보석 치앙마이(4)-카페 여행의 성지 치앙마이-

박찬운 교수 2025. 2. 8. 07:21

카페 여행의 성지 치앙마이

 
 

치앙마이 올드타운 내의 아카아마 프라싱의 카페라테

 
요즘 한국에서 가장 핫한 곳은 두 말할 것 없이 카페다. 전국 여기저기에 입구를 들어가는 순간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대단한 카페가 널려 있다. 크기나 인테리어의 수준을 물론 커피의 질적 수준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들도 한국을 여행할 때 필수코스가 유명 카페라고 한다. 나도 지방 여행할 때는 꼭 그 지역에서 제일 좋은 카페를 찾아가는 게 여행 패턴이 되었다. 다만 내 취향은 무조건 큰 카페, 인테리어가 화려한 카페를 찾는 게 아니고, 조용하면서 운치 있는 카페에 가서 혼자 사색을 하거나 마음 맞는 친구와 오랫동안 수다를 떠는 것을 더 좋아한다. 서울에도 내가 자주 이용하는 그런 카페가 몇 군데 있다.
 
치앙마이에 가면서 카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곳이 태국 카페 여행의 성지라고. 올드타운은 물론 올드타운 밖의 님만해민 등지에는 한국인의 까다로운 눈과 입을 만족시키는 카페가 수없이 많다고 한다. 블로그 몇 개를 찾아보니 한국인들의 열성적인 카페 찾아다니기가 어느 수준인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카페족이니만큼 이번 여행에서 카페 몇 군데를 찾아가  그 분위기를 즐기기로 했다. 특히 이번 여행은 이곳저곳을 분주히 다니면서 눈요기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슬로우 템포로 다니며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으니 카페 방문은 필수였다. 카페에 가서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나는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카페에 가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얼마 만에 이런 호젓한 시간을 보내는지 하루하루의 시간이 내겐 축복이나 다름 없었다.
 
치앙마이에 커피 문화가 발달한 것은 태국 북부의 커피 생산지와 가까워서 신선한 로컬 원두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 산지인 도이창(Doi Chaang), 도이잉논(Doi Inthanon) 등에서 생산된 아라비카 원두가 이곳에 들어오면서 스페셜티 커피 문화로 발달했다.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문화는 고품질 커피에 대한 관심과 이를 즐기는 방식을 중심으로 형성된 커피 문화를 말하는데,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원두의 산지, 재배 방식, 가공 과정, 로스팅(볶음), 추출 방식까지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커피를 즐기는 게 특징이다.

그렇다 보니 치앙마이엔 바리스타들의 수준도 높고, 직접 로스팅하는 카페가  셀 수없이 많다. 그렇다고 카페의 모습을 요즘 한국에서 뜨고 있는 대형 카페를 연상하면 안 된다. 최근 한국의 카페는 자본력이 들어간 일종의 쩐의 전쟁터 같은 곳이지만, 치앙마이의 카페는 대부분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다만 커피의 수준은 내 입맛을 기준으로 하면 치앙마이가 한국보다 한 수 위인 것이 틀림없다. 커피 문화는 역사와 전통 없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카페의 커피 수준을 카페라테를 통해 평가한다. 한국의 브랜드 카페나 낯 모르는 카페에 가서 라테를 마시면, 십중팔구 약간 비릿한 맛이 난다. 커피의 진한 맛이 거의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주문할 때 특별히 우유의 양을 줄여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렇게 해도 약간 쌉쌀한 맛의 카페라테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단골로 다니는 카페는 이런 내 까다로운 기호를 이겨낸 곳이니, 비록 작은 카페일망정, 커피 수준은 보증할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치앙마이 카페는 내 까탈스러운 입맛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대 이상이었다. 로컬의 작은 카페지만 라테의 경우  커피 강도를 세 가지로 분류(로스팅 정도에 따라)해 주문을 받고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중간 강도로 주문을 해보았는데, 한국에서 우유를 3분의 1로 줄여달라고 했을 때의 맛과 비슷했다. 가장 스토롱한 라테를 마셔 보니, 그것은 거의 에스프레소 서너 잔에 약간의 우유를 넣은 정도의 강한 커피 맛을 냈다.
 
치앙마이 올드타운 내의 카페는 비교적 규모가 큰 최신의 카페도 있지만(그렇다고 해도  한국에 비하면 몇 분의 1 사이즈도 안되지만) 대부분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의 작은 카페가 대세다. 그런 카페에 들어가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호젓한 창가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면 피로가 사라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그럴 때면 이것만큼 좋은 힐링이 있을까 하는 잔잔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백문이불여일견이니 이제 사진을 보면서 치앙마이의 카페 문화를 살펴보자.
 

올드타운 내에서는 가장 핫한 카페 아카아마(Akha Ama). 왓 프라싱 근처에 있는데 이 카페는 이곳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지역 내의 대표적 브랜드 커피다. 붐비는 낮에 가면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내부 인테리어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신경을 썼다. 커피의 질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 수준이다. 이곳에선 자체적으로 로스팅한 커피를 팔기도 한다. 태국 물가에 비추어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아까아마의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도 커피 강도가 세 가지가 있다. 이것은 중간 강도의 것. 맛은 거의 에스프레소 수준이다.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설탕 반포 정도 넣으면 맛이 더 산뜻해진다.

 

아까아마에서는 갓 로스팅한 커피도 판매한다. 태국 물가를 생각하면 굉장히 비싸지만 이런 커피를 한국에선 맛보기 힘드니 이곳에 왔다면 몇 개 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까아마 매장 이모저모

아까아마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독서를 한다. 언제 이런 시간을 가져보았는가!

 

올드타운 타패 게이트 근처에 있는 싱글 오리진 스토아. 올드타운에서 가장 붐비는 곳에 위치한만큼 분위기는 활기차다. 여기도 커피 맛은 최상급이다.
싱글 오리진 스토아에서 커피 한잔!

 

치앙마이 게이트 건너편에 있는 Koff & Things. 약간 일본풍의 카페인데 호젓한 카페로 평이 좋다.
Koff & Things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며

 

치앙마이 게이트 부근의 작은 카페 Cozy. 이곳은 한마디로 로컬의 작은 카페인데, 제법 유명하다. 블로그에 소개된 글을 읽었지만 일부러 찾아갈 생각은 없었다. 걷다가 우연히 이 집을 발견하고 들어가 확인하니 블로그에서 본 그 카페였다. 나는 올드타운에 있으면서 몇 번 이집에 가서 커피를 마셨는데, 잠시지만 호젓한 로컬 분위기에 취했다. 브런치 메뉴도 있어서 식사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Cozy에서 마셔본 오렌지 커피. 냉커피에 오렌지를 넣은 것이데 달콤 시큼 시원해서 좋았다. 가격은 한화로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