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태국의 보석 치앙마이

태국의 보석 치앙마이(2)-치앙마이에 갔다면 여기는 필수코스-

박찬운 교수 2025. 2. 6. 21:51

치앙마이에 갔다면 여기는 필수코스(1)

 
 

1. 치앙마이 올드타운

올드타운은 1296년 란나 왕국의 시조인 멩라이 왕(King Mangrai)에 의해 치앙마이가 수도로 정해지면서 조성되었다. 올드타운은 평지에 만들어진 성곽 도시로 란나 왕조는 외부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성곽과 해자를 만들었다. 성곽은 벽돌과 흙으로 만들어졌으며, 거의 정사각형 형태(1.6km*1.6km)로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현재는 성곽 대부분이 허물어졌지만, 타패 게이트(Tha Phae Gate) 등 일부 성문과 해자가 남아 있어 치앙마이의 과거의 모습을 알려주고 있다.

올드타운은 전체가 역사적 명소라고 할 수 있다. 골목골목마다 불교 사원과 예쁜 카페가 즐비하다(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말할 것임). 타운 내 큰 도로는 붐비지만 작은 골목 길로 들어가면 바로 호젓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걷고, 카페에 앉아 차 한 잔 느긋하게 마시면서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곳으론 제격이다.

올드타운에는 위에서 말한 성곽과 해자, 사원과 카페 외에도 볼만하 게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요일 저녁에 열리는 선데이 마켓은 놓쳐서는 안된다. 내가 세계 여러 곳의 야시장을 가보았고,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모로코 마라케시의 광장 야시장도 보았지만, 치앙마이 선데이 마켓만큼 규모나 내용에 있어 세계적 수준의 야시장은 드물다. 올드타운 중앙을 동서로 가르는 도로(타패 게이트에서 왓 프라싱까지)와 그 주변 도로에서 펼쳐지는 야시장은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인파로 가득 찬다. 치앙마이를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모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공예품과 의류 가게가 거리의 중앙을 차지하고 그 옆이나 사원 경내로는 먹거리 가게가 들어선다. 태국을 식도락 여행의 성지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야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된다. 주의할 것은 식욕을 참지 못하고 먹음직스런 주점부리를 야금야금 먹다보면 숙소로 가는 발걸음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무거워진다는 사실. 나도 집에 돌아와 몸무게를 재니 무려 ? 킬로나 불은 상태가 된 것을 보고 식탐을 자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적지 않게 후회를 했다. 참고로 치앙마이에 야시장이 선데이 마켓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올드타운의 4개 문 중 타패 게이트, 치앙마이 게이트 주변의 야시장은 규모에 있어서는 선데이 마켓에 비교할 수 없지만 요일을 가리지 않고 매일 열린다. 특히 타패 게이트에서 도보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나이트 바자 야시장은 상당한 규모로 매일 밤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다.

치앙마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육체적 호사는 마사지다. 나도 치앙마이에 있으면서 이틀에 한번 꼴은 호텔 앞 마사지샵에 갔다. 코코넛 오일로 몇 차례 전신 마사지를 하니 피부가 한결 좋아졌다. 마사지샵은 올드타운을 비롯 치앙마이 어딜 가도 쉽게 눈에 들어온다. 두 집 건너 한 개 꼴이라고 하면 과장일까? 태국에 마사지가 유명하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일지는 몰랐다.

태국의 마사지 전통은 유구하다. 힌두와 불교가 마사지에 영향을 주었는데, 이들 종교는 모두 마사지를 정신과 육체가 만나는 일종의 성스런 의식으로 생각했다. 현대로 들어와 마사지는  종교를 뛰어넘어 태국인의 삶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올드타운을 걷다보면 수많은 마사지샵 간판과 프로그램 가격을 적어놓은 선전물을 만난다. 마사지 수준과 가격은 가게 마다 천차만별. 이곳에 싼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최고급 샵의 경우는 서울 호텔 마사지샵은 시설이나 가격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고급스럽고 비싸다. 허름한 동네 샵에선 한시간에 우리 돈 만원이면 발마사지를 받을 수 있으나 여행자는 고민 좀 하고 샵에 들어가는 게 좋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어딜 가도 진리에 가까운 말이기 때문이다.

올드타운 거닐면서 한 가지 조심할 것이 있다. 올드타운 도로는 모두 좁고 차들의 왕래가 잦다는 사실이다.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니기 때문에 길을 건널 때 조심해야 한다. 특히 이곳은 우리와 달리 좌측 통행이다. 차도 운전석이 영국식이라 반대방향에서 차가 달려온다. 순간적으로 실수할 수 있으니 한 눈 팔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올드타운 동문에 해당하는 타패 게이트
올드타운 성곽의 해자
해자 옆 성곽 도로, 과거에는 이 도로 위에 성벽이 있었을 것이다.
타페 게이트 주변 광장
올드타운 남문에 해당하는 치앙마이 게이트
치앙마이트 게이트 주변의 야시장
치앙마이 게이트 주변의 전통시장, 이곳은 오전에만 문을 열고 오후가 되면 철시한다.
올드타운 중심에 있는 삼왕상, 란나 왕국을 통치했던 3명의 현명한 왕을 기리는 동상이다.
올드타운은 번잡한 곳이나 큰 도로에서 골목으로 접어들면 한적하다. 곳곳에 카페와 음식점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왓 프라싱 사원 앞에서 1킬로 이상 떨어진 타패 게이트까지의 도로와 그 주변에 선데이 마켓이 들어선다.
간식으로 훌륭한 망고 스티키 라이스. 찹쌀 밥에 망고를 얹여 주는데 찹쌀의 쫀득하 맛에 망고의 달곰함이 어울어져 간식으론 그만이다.
선데이 마켓이 열리는 날은 사원도 경내를 내준다.
치앙마이 시내 어딜 가도 마사지샵이 보인다. 조금 과장하면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마사지샵이 있다. 가격은 천차만별, 맨 아래 사진의 경우는 치앙마이에서 가장 고급스런 마사지샵인데, 가격은 서울의 호텔 수준 이상이다.

2. 왓 체디 루앙 (Wat Chedi Luang)

14세기 후반-15세기 초 란나 왕조 시절에 건설된 사원으로, 한때 에메랄드 불상이 모셔져 있었던 곳이다.  란나 왕국의 왕 세나 무앙마(Saen Muang Ma) 가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건설을 시작해, 틸로카라트(Tilokarat) 왕 시기에 완성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은 높이 약 82m의 체디(불탑). 다. 1545년의 지진으로 인해 체디의 상단이 무너져 현재는 원래 높이보다 낮아진 상태라고 한다.

여기서 불탑 이른바 파고다의 건축 양식에 대해 좀 알아보는 게 좋겠다. 불교의 나라라고 하면 미얀마를 뺄 수 없는데, 나는 이제껏 미얀마에 두 번을 가 그곳의 불교 사원을 둘러본 경험이 있다. 그때 미얀마의 파고다를 비롯 사원 건축양식에 대해 이런저런 자료를 살펴보았는데, 이번 치앙마이를 둘러보면서 두 나라 간 불교 사원 양식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차이가 파고다의 배치다. 두 나라 모두 사원에서 파고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미얀마의 경우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얀마의 사원은 보통 파고다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사원 자체가 파고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 사원인 양곤쉐다곤을 보면 거대한 금빛 파고다가 시내 한 가운데에 우뚝 서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탑돌이를 한다.

이에 반해 태국 사원파고다(체디)가 있지만 그것은 사원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사원은 불당(본당), 승려 숙소, 불탑(체디) 등이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는 것이 태국 사원의 모습이다.

다음으로 두 나라의 파고다의 모양도 큰 차이가 있다. 미얀마는 파고다 중심의 사원이라 그런지 태국 파고다에 비해 기본적으로 크고 우람하다. 보통 종 모양의 파고다가 대표적 양식인데 밑 부분을 보면 회랑식 통로가 있는 것(파토식)벽돌로 막혀 있는 것(미얀마에서는 이를 제디라고 하는데 태국의 체디와 사실상 같은 양식이라고 보여짐) 두 가지가 있다. 파토식의 경우는 회랑 곳곳에 불상을 모신 방이 있어 이곳에서 사람들은 조용히 경배를 한다.

이에 비해 태국의 파고다는 사원 건축물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크기가 미얀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호리호리하다. 두 나라 파고다의 유사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많은 탑들이 속은 벽돌이나 석재지만 밖은 금박을 붙여 멀리서 보아도 번쩍번쩍 한다는 점이다(물론 미얀마의 황금 파고다와 태국의 그것은 비교 불가다. 미얀마는 전국의 모든 사원이 번
황금 파고다로 번쩍인다). 양국의 불자들은 불당에 들어오면 돈을 주고 금박을 사서 불상이나 파고다에 붙이고 문지른다. 그런 경배가 수십 년, 수백 년을 거듭하면 불상이나 파고다는 완전히 황금 불상, 황금 파고다가 된다. 이것만 보아도 두 나라 사람들의 불심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원래 왓 체디 루앙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에메랄드 불상으로 태국의 보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이 불상은 이곳에서 볼 수 없다. 방콕의 왓 프라 깨우로 옮겨 보관되고 있다.

왓 체디 루앙은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사원
으로 손색이 없다. 태국에서 보기 드문 미얀마식의 거대한 파고다(체디)와 더불어 란나 왕국 시절의 사원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불당 또한 잘 보전되어 있다.

왓 체디 루앙의 법당, 란나 왕국 시절의 사원 건물은 이렇게 화려하다.
법당 내부
법당 한켠에는 스님이 신자들에게 축복을 한다.
왓 체디 루앙의 상징인 파고다(체디), 상단 부분이 지진으로 허물어져 있다.
왓 체디 루앙의 체디
왓 체디 루앙의 작은 법당
작은 법당 내의 모습, 고승들이 등신불 형태로 좌대에 놓여 있다.
왓 체디 루앙의 와불

 

3. 왓 프라 싱 (Wat Phra Singh)


왓 프라 싱은 1345년, 란나 왕국의 왕인 파유(King Pha Yu)가 그의 아버지의 유골을 모시기 위해 세운 사원이다. 이후 여러 왕들에 의해 증축되었으며, 현재 치앙마이 올드타운에서 왓 체디 루앙과 함께 가장 중요한 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왓 프라 싱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건축물은 세 개를 들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원의 주 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위한 루앙(Wihan Luang). 이 불당을 통해 전통적인 란나 건축 양식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란나 시기의 불당은 보통 지붕은 높지 않으나 여러 겹(보통 3층 이상)으로 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방콕의 사원과 비교해 보면 여기서 결정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방콕의 사원 양식을 통상 시암 양식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선 불당의 지붕 높이가 란나 양식에 비해 훨씬 높고 길쭉하다. 지붕은 겹지붕이긴 하지만 대체로 2-3층 내로 란나 양식에 비하면 단순함).

왓 프라싱에 두 번째 봐야 할 것은 위한 라이깐(Wihan Lai Kham). 이것은 14세기 후반에 지어진 작은 불당으로, 내부에는 금박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벽화와 태국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불상 중 하나인 프라 싱(Phra Singh) 불상이 모셔져 있다. 이 불상은 태국 북부와 라오스에서 매우 신성하게 여겨지는 것으로.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으나, 스리랑카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마지막으로 봐야 할 것은 파고다인 체디(Chedi). 이것은 사원의 중심에 위치한 큰 파고다로, 초기 란나 양식이라고 하나, 한눈에 미얀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대한 파고다 전체가 황금 옷을 입고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번쩍이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제2회 끝)

왓 프라싱 법당
왓 프라싱 법당 내부
왓 프라싱 법당 외관
왓 프라싱의 보물 프라싱 불상이 있는 작은 법당
프라싱 불상이 있는 법당 내부
프라싱 불상
왓 프라싱의 보물 파고다, 미얀마에서 본 파고다와 유사하다.
왓 프라싱의 파고다(야간)
왓 프라싱 파고다
에메랄드 불상
왓 프라싱의 건물, 지붕을 보면 란나 시절의 사원 건축물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지붕이 다층으로 이루어져 있고,나가(뱀)가 조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