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지혜

공감능력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거울신경세포

박찬운 교수 2025. 4. 26. 08:07

공감능력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거울신경세포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로 풀어나가기보다는, 상대를 배제하고 굴복시키려는 태도가 팽배하다. 타협이 아니라 승패, 대화가 아니라 대결, 공존이 아니라 지배와 굴종을 요구하는 양상이 반복된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너는 틀렸고, 내가 옳다. 그러니 항복하라.” 이런 태도가 사회적 극단화와 대립의 고착을 낳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단순히 이념이나 이익의 충돌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보다는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의 부재, 곧 공감능력의 저하가 핵심이 아닐까?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고 느끼는 능력이다. 내가 직접 겪지 않은 일도, 남의 아픔이나 기쁨을 마치 내 일처럼 느낄 수 있는, 그것이 공감이다.


뇌신경과학에서는 이런 공감능력의 기초가 되는 시스템으로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s)를 이야기한다. 이 신경세포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 행동을 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활성화된다. 누군가 웃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누군가 아파하면 나도 찡그리는 현상은 이 거울신경세포 덕분이다. 즉, 우리는 본능적으로 타인을 비추는 거울을 뇌 속에 가지고 살아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에서 거울신경세포의 기능이 저하된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어째서 우리는 서로의 아픔에 둔감해지고, 서로를 이해하기보다는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쉽게 하는 걸까? 만약 거울신경세포의 기능 저하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면, 그것은 본능의 문제이니 이 상황을 그냥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다행히도, 신경과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공감능력은 훈련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거울신경세포를 포함한 뇌의 회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즉,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훈련을 통해 공감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연습을 반복하면 뇌의 거울신경계가 더 잘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공감능력을 키우는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훈련,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연습,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나의 분신 같은 배우가 열연하는 연극을 보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문학의 향기를 느끼면서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공감은 배울 수 있는 능력이다. 어린 시절부터 공감을 키우는 교육을 한다면,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공감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5.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