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지혜

괜찮은 삶에 대하여

박찬운 교수 2015. 11. 19. 10:39

괜찮은 삶에 대하여

 

매년 내 주변엔 새로운 법률가가 탄생한다. 올해도 백 명이 넘는 젊은 법률가가 배출되었다. 그 중엔 11명의 사법시험 합격자가 포함되어 있고, 수석합격자까지 탄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합격자들이 인사차 연구실을 찾아온다. 그 때 격려한다는 차원에서 덕담을 전하는 데 생각해 보니 대부분 어떻게 하면 인생을 훌륭하게 살 것인가 하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최근 들어 나는 주변 사람에게 특별히 도덕적 삶을 강조하지 않으려 한다. 옛날에는 주제도 모르고 이런저런 훈계의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잔소리는 가급적 안 하려고 노력한다. 삶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어 어떤 특정한 삶을 강요한다는 게 얼마나 가당치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어떤 삶에 대해 젊은 친구들에게 조언을 한다고 해도, 뭐 그리 대단한 수준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다.


그럼에도 내가 이야기한 것을 여기에 정리해보는 건 좋을 것 같다. 혹시 알겠나, 의외로 내 말에 공감하는 친구들이 있어, 그것이 그들 삶에 조금 영향을 줄지... 모르는 일 아닌가.


우선, 자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서 큰 성취를 이루길 바란다.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법률가가 되어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고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 본다는 것은 그 법률가 개인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무능하다는 소린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했고, 무언가 이루려고 밤잠을 설쳤다. 빌빌거리지 말고, 할 수 있으면 어떤 분야로 나가던 성공해라.

 

둘째, 자신의 성공만 생각하지 말고 이 사회의 아픔을 알고 그 아픔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우리 사회는 정상사회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미치지 않고서는 이 사회에서 생존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 속에서 자신만 성공한들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인가. 자신만 잘 먹고 잘 살면 그게 무슨 행복이겠는가. 그렇다고 모든 법률가가 반드시 돈 못 버는 인권변호사가 되란 것은 아니다. 거창한 인권을 찾지 않아도, 자신의 삶에서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바라보고, 미력이라도 그 아픔을 덜어줄 수 있는, 그런 마음 넉넉한 법률가가 되라는 것이다. 그런 일은 찾으면 많다.

 

셋째, 자신의 행복을 찾되, 조용하게, 사적 영역에서, 즐겼으면 좋겠다. 사회적 아픔에 동참하는 가장 소극적인 방법은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돈을 벌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써라. 좋은 집에서 살고, 멋진 차를 사라. 멋진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라. 할 수 있으면 그리 하라. 하지만 그것들이 주변사람들을 상처 나게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 삶은 즐기되 자랑하지 말고 조용히 즐겨라.(2015.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