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권력의 달콜함에서 벗어나자

박찬운 교수 2015. 9. 28. 11:58

권력의 달콤함에서 벗어나자


나도 나이가 50이 넘으니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진다. 조금은 포용하면서 살고 싶다. 흠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하면서 가급적 이해해 보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돈과 권력에 대한 생각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내가 이해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오늘은 이중에서 권력 이야기 좀 해보자.

선거가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도지사가 되었고, 군수, 시장이 되었다. 그리고 지방의원이 되었다. 그들은 왜 그 자리를 가고자 그토록 욕망했을까. 자기가 꼭 가야 할 무슨 이유라도 있었을까.

나의 이해심 많은(?) 눈으로 보아도 많은 이들이 도저히 갈 자리가 아닌 곳에 간 것 같다. 그들이 그곳에 간 것은 단순히 권력에 대한 욕망이 컸기 때문이다. 권력의 달콤함이 그 무엇보다 그들의 욕망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권력의 달콤함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설 자리가 어디인지를 알지 모르게 한다. 무릇 사람은 자기의 능력에 맞는 곳에 가서 일하는 게 좋다. 그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모두를 위해서도 좋다.

이 땅의 권력은 달콤하다. 그 자리에 가면 사람들이 굽신거린다. 힘이 넘친다. 돈을 주무른다. 없던 힘도 생기고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다. 그러니 너도나도 그 자리에 가고자 한다.

사람들을 마비시키는 이 권력의 달콤함을 제거하지 않으면 이 사회의 정명(正名)은 없다. 확 빼야 한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도지사도, 시장도, 군수도 모두 우리 동료의 한 사람이요, 일정기간 봉사하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힘을 빼야 한다. 특권을 없애야 한다.

내가 한 동안 있었던 스웨덴, 그곳의 정치인들은 우리와는 정말 다르다. (이런 말한다고 내가 스웨덴을 무슨 파라다이스로 말하는 건 아니다. 거기도 문제는 많다. )

스웨덴은 수상이 40대이고, 상당수의 각료들이 30대들이다. 왜 그리도 젊은이들이 그 큰자리에 가 있을까. 그곳에서는 소위 권력을 좋아하고, 특권을 좋아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정치인이 도통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정치 일꾼, 젊은 일꾼이 필요하다. 그곳의 고민 중 하나는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라는 직업이 거의 3D직종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곳은 국회의원도 비서, 보좌관, 아니 운전기사도 없다. 임기 중 100여건 법안을 발의하지만 그 모든 것은 국회의원이 혼자 한다. 그들이 있는 의원회관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지방에서 올라온 의원들은 국가가 조그만 아파트 하나를 주지만 그것은 오로지 의정활동을 도울 목적으로 제공되는 것이기에, 혹시나 가족이라도 오는 날이면 여지 없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곳은 장관이라도 오후 5시가 되면 여지 없이 아이를 찾으러 보육시설로 가야 한다. 누구를 대신보내 아이를 데려 올 수 없다. 수상 관저도 80년대 올로프 팔뫼 수상이 거리에서 암살되고 나서야 비로소 갖게 되었을 정도이다.

나도 가끔 권력의 달콤함을 만끽했던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에게서 나는 권력의 진한 냄새를 맡는다. 이 냄새를 빼지 않으면 안 된다. 확 빼야 한다.

그래야 갈 사람이 그곳에 간다. 신념을 가진 사람, 능력을 갖춘 사람, 그러면서도 특권을 바라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그곳에 가야 이 나라가 산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권력이 주는 달콤함을 제거해야 한다.

(2014. 6. 6)



스웨덴 국회의사당. 의사당 중앙으로 사람들이 자유스럽게 활보한다. 시민에게 의사당은 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다. 시내 한 가운데서 언제라도 다가갈 수 있는 곳에 의사당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