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광화문 차벽 설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찬운 교수 2015. 9. 27. 04:49

광화문 차벽 설치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1. 민주사회에서 시민이 자유롭게 도시를 활보하는 것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를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라 하였다.

2. 지금, 광화문에서는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단식 투쟁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주변을 경찰 차량으로 둘러싸고 있다. 이로 인해 단식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은 물론 일반시민들이 통행의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차량의 공회전으로 말미암아 주변에서 일하는 상인들의 불편함도 크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참을 수 없는 국격 손상이다. 대한민국이 지난 30년간 피와 땀으로 만들어 낸 민주주의, 그것은 우리에겐 자존심이요, 최고의 국격이다.

이 차벽으로 말마암아 우리의 국격은 땅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3. 경찰청장은 이러한 차벽설치를 일종의 폴리스라인이라 하면서 당분간 철수시키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세계 역사에 남을 폴리스라인이다!

4. 이러한 경찰의 조치는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것으로 민주국가의 수치이다.

법률적으로 말하건대,이는 명백히 헌법 위반이며 법률위반이다.

5. 우리 헌재는 2011년 서울광장 차벽 사건에서 차벽설치행위에 대해 명백한 기준을 설정하였다. 즉 헌재는 차벽설치는 집회의 조건부 허용이나 개별적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여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에 해당하는 것이라 하였다.

현재의 차벽행위가 위의 기준에 비추어 위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차벽을 설치하지 않으면 명백하고 중대한 위험이 일어나는 상황인가?

만일 경찰청장이 그렇게 본다면 그것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의도적으로 따르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다시 이야기하건대, 이 차벽설치는 위헌적 조치다!

6. 경찰관의 직무집행은 철저히 법에 근거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에 대한 법률이 경찰관집무집행법인데, 그 5조를 보면 이러한 차벽행위의 근거가 되는 규정을 볼 수 있는 바,

거기에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전재, 사변,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지금 광화문의 세월호 탄식투쟁이 이 규정 어디에 해당하는가? 세월호 유족과 시민의 단식투쟁으로 다른 시민의 생명 또는 신체에 어떤 위험이 있는가? 어떤 재산상의 중대한 손해가 예상되는가?

따라서 경찰의 차벽설치는 위법이다!

7.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시민사회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나는 국가와 차벽설치의 책임자인 경찰청장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적극적인 법적 대응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헌재에 헌법소원 등을 제기하여 차벽설치행위의 위헌성 여부를 다툴 필요는 없다. 종전 결정례로 충분하다.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을 할 수도 있지만 그 실효성은 없다. 검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8.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은 사실상 가장 강력한 법적 대응이다. 이 소송은 현재 바랄 수 있는 법적 판단 중 가장 중립적이다. 소송의 본질상 민사법정은 원고들의 법률적 주장이 가장 자유스럽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9. 손배소송의 효력이 얼마나 강력한 지는 몇 가지 예로서 이미 입증되었다. 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사용되는 사용자의 손해배상소송을 보라! 이 소송으로 노동자들이 받는 고통이 어떤가.

전교조가 제기한 조전혁 의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보라! 한 때 여당의 국회의원으로 행세를 하던 그도 이 민사소송에는 두 손 들지 않았는가?

10.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시민사회가 나서 이 위법한 상황에 대해 분명한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

(2014.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