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세월호 특별법의 문제

박찬운 교수 2015. 9. 26. 21:51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이 해수부에 의해 입법예고 되었다. 이것을 두고 세월호특위와 유족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내가 오늘 급히 시간을 내 특별법, 시행령(안)을 검토해 보았다. 그 검토결과를 공유하고자 한다. 내가 발견한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겠다.

1.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정부가 특위를 사실상 좌지우지한다는 문제에 대하여

(1) 시행령(안)을 보면 사무처의 핵심보직으로 기획조정실장이란 보직이 있다. 이 보직이 하는 일은 위원회의 업무를 종합하고 조정하며 진상규명에 관한 종합기획 및 조정을 하는 등의 업무를 담담하기 때문에 사무처의 핵심 직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행령(안)이 확정된다면, 이 공무원이 어떤 역량을 보이느냐에 따라 특위 운영이 사실상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행령(안)은 이 직위를 일반직 공무원으로만 보하도록 규정하였다(시행령 제4조1항), 이것은 정부가 특위를 사실상 이끌어 가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2) 특위가 위원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시행령(안)의 골격을 유지한다고 해도(사실 이렇게 운영되는 것은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바람직하지 않지만), 기조실장 직위는 위원장이 사실상 임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직위는 규정상 일반직 공무원 또는 별정직으로 임명토록 하고, 그 선택은 위원장이 하도록 하며, 임명은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해야 한다(이것은 현재의 특별법 제18조 3항에 따라 가능하고, 2013년 전까지 국가인권위원회의 사무총장도 그렇게 하고 있다)

2. 사무처 업무에 대한 오해와 시행령안의 변경 필요성 
(1) 언론 보도에 의하면 기획조정실장 등 사무처 간부의 업무와 관련하여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기획조정실장이 위원장의 권한까지 행사하여 위원장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은 규정을 오해한 것이다.

예를 들면 시행령(안) 제4조 3항 기획총괄담당관의 업무 중에서 ‘1. 위원회 업무의 종합 조정’의 경우 이것은 특별법상 위원장의 권한이지 기획조정실장의 권한이 될 수 없다. 이 규정의 의미는 위원장의 권한 중 이러한 업무(위원장의 업무 조정 권한)를 지원·보좌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2) 나아가 시행령(안) 제4조에서 7조에 이르는 각 업무도 사무처 간부가 위원회의 그 업무에 대하여 고유권한을 갖는다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 권한에 대한 사무처의 업무분장에 지나지 않는다.

(3) 다만 시행령(안)의 업무분장이 향후 위원회 사무처 업무를 사실상 제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업무분장은 특별법의 취지에 맞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특별법상 구체적인 업무분장은 시행령에서 할 것이 아니라 위원회 규칙으로 정해야 한다. 만일 시행령에서 이렇게 구체적 업무분장을 하면 시행령 제정권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해수부)이 위원회의 운영을 시행령을 가지고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특별 제15조에 명백히 반한다.

(3) 법률적으로 보면 업무분장은 시행령에서 규정할 것이 아니므로 이 시행령(안)이 확정된다고 해도 위원회는 위원회 규칙으로 얼마든지 특별법상의 권한 범위 내의 업무를 사무처에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3. 사무처 운영방안에 대하여
(1) 특위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 특위 사무처 운영방법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첫째, 위원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방안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무처장을 겸임하는 부위원장 임명에 위원장이 실질적으로 관여하여 위원장이 사무처를 확실히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첫째 방법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상임위원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는 바, 사무처의 각 국을 상임위원들이 분할 감독·관리해야 한다.

(2) 현재 특위의 사무처장인 부위원장은 여당(정부) 쪽 인사인데, 시행령(안)대로 기조실장이 일반직 공무원이 임명되면, 특위 운영에서 위원장은 사실상 힘을 쓸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특위의 파행운영은 명약관화해진다.

(3) 따라서 현재 특위 위원장인 이석태 변호사와 상임위원들은 위 두 번째 방법으로 사무처를 운영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보기에도 이런 식의 특위 사무처 운영방안은 특위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고 정부의 입김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부득이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이런 방법이 특위 사무처가 운영될 수 있도록 시행령(안)은 변경될 필요가 있다.

4. 기타 사무처 조직에 대하여
(1) 위와 같은 문제 외에도 시행령(안)을 보면 사실상 정부에 의해 특위가 운영될 수 있도록 특위 사무처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의도는 다른 측면에서도 읽을 수 있다.

(2) 우선, 사무처 직원의 수다. 시행령 별표에 의하면 특위 시행 초기에 사무처 인원은 90명으로 특위가 요구한 120명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상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다.

(3) 더욱 그 내용을 보면 파견 공무원 우위의 조직을 만들어 놓았다. 사무처의 실무 보직이라고 할 수 있는 5급, 6급, 7급도 파견 공무원 우위가 분명하다.

(4) 이런 식으로 특위 사무처가 운영되면 소수의 민간 출신 공무원들은 힘을 쓸 수가 없고, 일반 정부조직과 크게 다르지 않게 조직이 운영될 공산이 크다.(해수부가 의도하는 게 그것으로 보인다) 특위 위원들과 유족들이 이것을 걱정하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5. 결론
특위가 특별법의 취지에 맞추어 운영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사무처 조직이 파견 공무원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위원장과 상임위원들이 중심이 되어 사무처가 운영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시행령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입법예고된 정부안은 명백히 문제가 있는 안이라 생각한다.(2015. 4. 1.)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논란에 대하여 한마디 더 한다


(나는 학교에 오기 전에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정책국장을 지냈다. 그 경험에 비추어 이번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평가하고자 한다. 나의 고언이 조금이라도 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어제 세월호 특위는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결코 받을 수 없다고 하면서 철회결의를 했다. 유족들도 삭발투쟁을 하면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눈물겨운 투쟁이 결코 헛된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나는 이틀 전 이 문제에 대해 전반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긴요한 문제 몇 가지만 특별히 강조한다.

1. 모든 위원회 조직이 그렇듯이 사무처의 기능이 위원회의 성패를 좌우한다.

위원회 조직은 사무처의 몫이 70%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원(혹은 위원회)들의 기능은 사실상 사무처가 만들어 놓은 작품안을 마지막으로 다듬어 최종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사무처를 제대로 조직하려는 특위 위원들과 유족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이해해야 한다.

2. 현재의 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세월호 특위 사무처는 정부 부처(해수부와 안전처)가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사무처는 만들어보았자 특위 활동을 방해할 뿐이다. 가장 좋은 안은 특위가 해수부에 요구했던 특위 상임위원들이 사무처를 지휘 감독하는 안이다. 지금이라도 그런 시행령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는 협조해야 한다.

3. 다만, 특위안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받아들이기 힘들고, 해수부가 만든 시행령(안)을 기준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면 다음 세 가지 사항만은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첫째, 사무처 정원은 90명이 아니라 120명으로 되어야 한다. 1년 한시적 조직에서 향후 증원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처음 출발부터 법률이 허용하는 최대 정원을 제대로 채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사무처 직원은 민간출신이 과반이 되도록 해야 하고 기획조정실장을 포함한 주요보직은 모두 민간부문의 전문가들에게 맡겨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일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국·과장을 일반공무원들이 차지하는 상황이라면 민간 전문가들이 들어가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셋째, 시행령안상의 사무처 업무분장은 가급적 최소수준에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업무분장은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위원회규칙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4. 특위는 현재 시행령(안)상의 사무처 업무를 사무처의 권한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도 사무처의 권한이 아니라 위원장과 위원회의 권한이다. 시행령안상의 업무는 위원회 업무(권한)를 지원하기 위한 업무분장에 불과하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행령에 이런 구체적 업무분장이 된 것은 특별법의 취지에 반하지만 업무조정은 얼마든지 위원회의 규칙으로 가능하다.

5. 위원장과 상임위원은 위원회 규칙을 통해 사무처를 지휘·감독할 수 있다. 위원장에겐 시행령과 관계없이 법률에 의해 직접 사무처를 통할할 수 있으며, 상임위원들이 사무처 업무를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싶으면 위원회 규칙을 통해 그것을 관철할 수 있다. 이것은 위원회 조직원리상 이론이 있을 수 없으며, 특별법도 운영은 위원회의 규칙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가능하다.

예를 들면 진상조사소위가 진상조사국을 지휘·감독하고자 한다면 ‘위원회운영규칙’을 만들면서 소위원회가 사무처의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조항을 두면 된다. 이런 것은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운영규칙을 보면 얼마든지 예가 있다.(2015.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