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변호사회 회장 선거에 대하여

박찬운 교수 2018. 12. 6. 16:31

변호사회 회장 선거에 대하여


대한변협 회장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는데, 입후보한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어, 자칫 선거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변협 역사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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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호사 초년시절부터 변호사회 활동을 해왔다. 변호사 활동을 했던 15년이란 기간이 모두 변호사회 활동과 관계있다. 그런 이유로 내겐 변호사회가 친정이나 마찬가지다. 요즘에도 변호사 회관에 가면 감회가 남다르다. 젊은 시절 내 열정을 온전히 쏟은 곳이 바로 그곳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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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변호사회 역사를 한 번 정리해 보아야겠다. 아마도 이 분야라면 내가 적임일지 모르겠다. 역사도 잘 알고 주워들은 이야기도 많으니. 일제시대부터 오늘까지 그 역사를 정리하면 우리 법조인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지 모른다. 며칠 전 김두식 교수의 <법률가들>을 읽으면서 잠시 생각해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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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회는 단지 변호사들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공익 증진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단체다. 따라서 (변호사회는) 변호사들의 권익을 위해서도 일해야 하지만 국가적·사회적 관심사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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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지금 우리 변호사회는 변협이나 지방회나 모두 이 두 가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로스쿨 시대가 시작된지 어느새 10년이 다 되었지만, 로스쿨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법학교육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도 없다. 사법농단과 같은 법조 초유의 일이 발생했음에도 그 대응은 미흡하기 그지없다. 한두 번 성명을 발표한 것 외에는 변호사 단체가 하는 일이 없다. 국민들 보기에 참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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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회가 잘 기능하기 위해선, 2년에 한 번 있는 선거를 잘 치러, 유능하고 훌륭한 집행부를 구성해야 한다. 경험상 변협회장과 지방회장은 경륜 있는 변호사가 맡는 게 좋다. 재야법조는 재조법조(법원·검찰)를 꾸준히 비판하고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그 수장의 상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변협회장은 30년 이상의, 지방회장은 2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호사회의 대표가 경륜이 일천하면 서열의식이 강한 재조법조로부터 예우를 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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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볼 때 최근 변호사회 회장들의 일천한 경력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이것은 변호사회 선거가 로스쿨 이후 순전히 정치판의 선거처럼 세 싸움의 장이 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사시파, 로스쿨파 이런 식으로 파벌이 조성되니 경륜이나 전문성은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와 같은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의 변호사회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곳에선 로스쿨 도입 전이나 지금이나 경륜없는 변호사들이 변호사회의 회장이 된다는 것은 거의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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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변호사회 회장 선거가 어쩔 수 없이 세 싸움이 되어, 경륜 없는 회장이 나오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다른 대책이라도 세워야 한다. 일할 수 있는 임원을 구성하라는 것이다. 지금 변호사회는 변호사들의 과거 경험이 도무지 전수되지 않고 있다. 10년 전 혹은 20년 전에 이미 다 논의되었던 일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다반사다. 위원회를 운영하는 위원장이나 관련 상임이사들이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회장과 상임이사들을 선임할 때는 과감하게 기수를 파괴하고 경륜과 실무능력을 고려해 다양하게 인선해야 한다. 각종 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은 경륜 있는 선배 변호사들이 다수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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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회를 도와 줄 인재는 법조 주변에 즐비하다. 나 같이 학교에 있는 실무출신 교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라. 얼마든지 가서 경험을 전해주고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회장 주변 좁은 풀의 변호사들만 고집하지 말고 강호의 고수들을 찾아, 우리 법조의 미래를 위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지혜를 보태 달라고 요청하시라.

변협과 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에 나가는 변호사들께 간곡히 호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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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사실 이번에 변협회장이든 지방변호사회 회장이든 나가시는 분들이 모두 후배분들일 겁니다. 이런 분들 생각하면 글 쓰는 게 쉽지 않습니다. 다만 선배로서 충고하지 않을 수 없어 쓴 것이니, 당사자들께서는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비록 지금 변호사 휴직 상태이지만 누구보다 변호사회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

(2018.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