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여행에서 사원과 함께 꼭 봐야 할 것이 티벳인들이 성스럽게 생각하는 호수다. 티벳이란 곳이 지금으로부터 1억5천만년 전 쯤 바다에서 융기한 고원지대라 그 지질학적 특징이 곳곳에서 여행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티벳 이곳저곳에 수백 수 천 개의 호수가 있는데 이들 호수 중 상당 수가 염호다. 거기가 과거 바다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또한 6천미터 이상의 고봉이 즐비하기 때문에 그 정상의 빙하가 서서히 녹아 내를 만들고 강을 만들며 때론 호수를 만들기도 한다. 티벳인들은 이들 호수 중에서 몇 개를 신비한 영혼이 깃든 곳으로 숭상하며 순례한다. 그 중에서 4대 성호로 알려진 호수가 마나사로바, 남쵸, 라모라쵸, 암드록쵸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이 중에서 암드록쵸와 남쵸를 보는 행운을 누렸다.




암드록쵸
우선 암드록쵸를 보자. 암드록쵸는 라사의 남서쪽에 있는데 차로 두어 시간 걸린다.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4750미터의 캄바라 패스를 통과해야 하고, 거기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호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상(4,998미터)에 닿는다. 이곳은 라사와는 1300여 미터 고도차이가 있다. 정상에서 하차하면 천천히 한 발 두 발을 떼어도 숨이 막혀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상에서 호수를 바라다보면 그 장엄함에 절로 탄성이 쏟아진다.
호수 물은 파란 물감을 탄 듯 선명하고, 저 멀리 7천 고봉의 만년설이 손에 잡힐듯하다. 더욱 뭉게구름과 코발트색 하늘! 정상에서 호수 전경을 보고 차로 호숫가(4488미터)로 내려와 물에 잠시 손을 담가본다. 성호라 그런지 누구도 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손으로 호숫물을 받아 몇 모금 입을 축이는 것이 전부다. 이 물을 마시면 노인은 장수를 하고, 젊은이는 무병하며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티벳인들은 티벳 전역에서 연중 이곳을 찾는다. 이것도 하나의 성지 순례인 셈이다.
남쵸








남쵸는 라싸에서 북쪽으로 2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대부분 포장도로이지만 편도 1차선인데다 곳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 빨리 달리긴 어렵다. 라싸에서 왕복 12시간! 이곳을 가기 위해선 몸과 마음을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침 일찍 떠나야 하므로 전 날 잘 자고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한다. 그러나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다. 나는 출발 전날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고 다음 날 남쵸행을 하고 말았다. 얼마나 힘든지... 거의 초주검 상태에서 호텔로 돌아왔다. 하지만 열매는 달다. 여행 좀 하는 사람으로서 남쵸를 못보고 죽는다면 대단히 서운했을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가 페루와 볼리비아 경계에 있는 티티카카호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높은 곳에 웅장한 모습으로 자연의 신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게 있으니 그것이 바로 티벳의 성호다. 남쵸는 티티카카보다 1천 여 미터 높은 4700여 미터에 위치하며, 길이 70 킬로, 폭 30 킬로의 초대형 호수로, 중국에선 두 번째로 큰 호수다. 호수 주변엔 중국에서 가장 큰 초원 중 하나가 자리잡고 있고, 야크와 양들이 거기에서 풀을 뜯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호수를 둘러싼 만년설로 덮인 고봉준령들... 남쵸에 도착해 호숫가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그 장엄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만다. 그 광경 하나를 보기 위해 라싸에서 왕복 12시간의 품을 들였지만 그 값어치는 충분했다.
(6편 끝/ 2019.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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