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티벳여행기

성스러운 호수의 나라 티벳(티벳여행기6)

박찬운 교수 2019. 7. 11. 10:21

티벳여행에서 사원과 함께 꼭 봐야 할 것이 티벳인들이 성스럽게 생각하는 호수다. 티벳이란 곳이 지금으로부터 1억5천만년 전 쯤 바다에서 융기한 고원지대라 그 지질학적 특징이 곳곳에서 여행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티벳 이곳저곳에 수백 수 천 개의 호수가 있는데 이들 호수 중 상당 수가 염호다. 거기가 과거 바다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또한 6천미터 이상의 고봉이 즐비하기 때문에 그 정상의 빙하가 서서히 녹아 내를 만들고 강을 만들며 때론 호수를 만들기도 한다. 티벳인들은 이들 호수 중에서 몇 개를 신비한 영혼이 깃든 곳으로 숭상하며 순례한다. 그 중에서 4대 성호로 알려진 호수가 마나사로바, 남쵸, 라모라쵸, 암드록쵸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이 중에서 암드록쵸와 남쵸를 보는 행운을 누렸다.

 

호수 부근 산 정상(4998미터)에서 보이는 암드록쵸 

 

 

 

중국인들도 이곳에 와서 사진 한 번 찍는 게 소원인 모양이다. 암드록쵸가 보이는 정상(4998미터)에서.

 

 

 

암드록쵸 앞에서 한 컷!

 

 

암드록쵸

우선 암드록쵸를 보자. 암드록쵸는 라사의 남서쪽에 있는데 차로 두어 시간 걸린다.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4750미터의 캄바라 패스를 통과해야 하고, 거기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호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상(4,998미터)에 닿는다. 이곳은  라사와는 1300여 미터 고도차이가 있다.  정상에서 하차하면 천천히 한 발 두 발을 떼어도 숨이 막혀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상에서 호수를 바라다보면 그 장엄함에 절로 탄성이 쏟아진다.

호수 물은 파란 물감을 탄 듯 선명하고, 저 멀리 7천 고봉의 만년설이 손에 잡힐듯하다. 더욱 뭉게구름과 코발트색 하늘! 정상에서 호수 전경을 보고 차로 호숫가(4488미터)로 내려와 물에 잠시 손을 담가본다. 성호라 그런지 누구도 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손으로 호숫물을 받아 몇 모금 입을 축이는 것이 전부다. 이 물을 마시면 노인은 장수를 하고, 젊은이는 무병하며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티벳인들은 티벳 전역에서 연중 이곳을 찾는다. 이것도 하나의 성지 순례인 셈이다.

남쵸

 

남쵸를 멋진 사진에 남길 수 있는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래 거대한 호수가 눈 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작은 카메라로 포착하긴 참으로 어렵다. 높은 하늘에서 남쵸를 내려다 보면 만년설의 고봉준령이 호수 전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쵸에서 타르쵸(흰색, 노랑색, 초록색, 파란색, 빨간색의 천에 티벳문자와 문양이 프린트되어 있는 천)가 펄럭인다. 우리 일행도 각자 소원을 이 타르쵸에서 써서 남쵸 주변에 두고 왔다. 아마 지금쯤 힘차게 펄럭이고 있을 것이다.

 

 

 

남쵸 주변은 광대한 초원이다. 중국에서 가장 큰 초원 지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남쵸 앞에서 한 컷!

 

남쵸는 라싸에서 북쪽으로 2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대부분 포장도로이지만 편도 1차선인데다 곳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어 빨리 달리긴 어렵다. 라싸에서 왕복 12시간! 이곳을 가기 위해선 몸과 마음을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침 일찍 떠나야 하므로 전 날 잘 자고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한다. 그러나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다. 나는 출발 전날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고 다음 날 남쵸행을 하고 말았다. 얼마나 힘든지... 거의 초주검 상태에서 호텔로 돌아왔다. 하지만 열매는 달다. 여행 좀 하는 사람으로서 남쵸를 못보고 죽는다면 대단히 서운했을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가 페루와 볼리비아 경계에 있는 티티카카호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높은 곳에 웅장한 모습으로 자연의 신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게 있으니 그것이 바로 티벳의 성호다. 남쵸는 티티카카보다 1천 여 미터 높은 4700여 미터에 위치하며, 길이 70 킬로, 폭 30 킬로의 초대형 호수로, 중국에선 두 번째로 큰 호수다. 호수 주변엔 중국에서 가장 큰 초원 중 하나가 자리잡고 있고, 야크와 양들이 거기에서 풀을 뜯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호수를 둘러싼 만년설로 덮인 고봉준령들... 남쵸에 도착해 호숫가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그 장엄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만다. 그 광경 하나를 보기 위해 라싸에서 왕복 12시간의 품을 들였지만 그 값어치는 충분했다.

(6편 끝/ 2019.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