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읽고, 걸으며 깨닫는다 — 독서와 여행이 만나야 하는 이유
(이제 저는 본격적으로 방학 속으로 들어갑니다. 저를 교수로 이끈 가장 중요한 동기가 방학입니다. 선생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삶을 누리지 못하기에 방학 이야기를 할 때마다 사실 조금 미안합니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께서는 저의 이런 삶을 존중하고 격려하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방학 중의 경험을 이곳에 풀어 놓습니다. 저의 방학은 대체로 독서와 여행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독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공 서적 읽기, 그것은 논문 쓰기로 이어집니다. 또 하나는 교양서적 읽기, 그것은 교양적 글쓰기로 이어집니다. 여행은 독서와 함께 방학 중 저의 가장 중요한 삶의 한 부분입니다. 여행을 위해서 학기 중 계획을 세웁니다. 여행은 세계라는 거대한 책을 읽는 겁니다. 걸으면서, 이마에 땀을 흘리면서 살아 있는 지식을 얻어가는 과정이 여행입니다. 이번 여름도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녀와서 여행기를 써서 포스팅할 때까지는 비밀입니다. 오늘 아침 독서와 여행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런 짧은 글을 썼습니다.)

저는 언젠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어다니는 독서다.” 이 말은 제 삶으로 증명한, 지적 탐험의 정의이자 인문적 실천의 요약입니다. 저에게 독서는 단지 활자를 읽는 행위가 아닙니다. 법조문을 넘어서 인간을 이해하고, 고전을 통해 정의의 원형을 더듬으며, 예술가의 편지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책은 저에게 세계를 향한 창입니다.
저는 책상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타클라마칸의 사막에서 모래 바람을 맞으며, 로마의 판테온 아래에서 법과 권력의 역사를 사유하며, 안데스 고산에서 숨을 몰아쉬며 인간의 한계를 되새깁니다. 저의 여행은 몸으로 읽는 역사, 발로 체험하는 사상입니다.
책은 저를 세상 밖으로 데려갔고, 여행은 저를 책 속으로 다시 돌아오게 합니다. 걷는 자만이 진정 책을 이해하고, 읽는 자만이 깊이 세계를 봅니다.

오늘날 우리는 바쁘고 피곤한 삶을 살아갑니다. 앉아 읽을 시간도, 걸을 여유도 사치처럼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앉아 사유하고, 걸으며 체험하는 삶이야말로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듭니다.
독서와 여행, 그 둘은 결국 하나의 질문에 답하려는 다른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우리는 책을 펼쳐 문자로 세상을 읽고, 발을 내딛어 현실을 보아야 합니다. 그 둘이 만날 때, 비로소 인간은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2025. 7. 11. 학교 연구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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